[심층취재] 종계농가 75%이상 계열화…현실과 먼 양계협회
[심층취재] 종계농가 75%이상 계열화…현실과 먼 양계협회
  • 김재광 기자
  • 승인 2017.11.17 13: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본지는 농림축산식품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두 수장이 계열화사업자에 대해 고강도 압박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계열업체와 농가 간 절대 ‘갑’과 '을'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번 체리부로 한국원종 사례를 통해 산업 구조 민낯을 드러내 시리즈로 연재한다. <편집자 주>
1. <프롤로그, 종란 소유권 분쟁> 2. <상생 저버린 제 1호 모범사업자 체리부로> 3. <기이한 종계 산업 구조 개선 上,下> 4. <계열화 사업자 관리·감독 구멍은>

국내 종계업체는 지난해 말 기준 491개소, 부화업체는 229개소로 국내 주요 종계 수입업체는 하림과 삼화원종, 한국원종, 사조원종 정도다. 국내 종계시장은 미국과 EU에 7:3정도의 비율로 종속돼 있다. 때문에 미국이나 EU지역에서 AI발생시 국내 수급에 차질이 빚어져 국내산 원종계 R&D사업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동시에 국내 종계 사육수수는 양계산업 성장과 함께 소수의 대규모 수직계열화 기업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불공정 경쟁체제나 일반농가의 퇴출, 표준계약서 문제가 대두되기도 한다. 종계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구조와 현황에 대해 2회에 걸쳐 진단해 보기로 한다.

◆ 적자경영 허덕이는 종계산업

한국산업관계연구원이 연구한 ‘종계장·부화장 수익개선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종계의 사육기간과 사육형태 등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일정수준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적자폭은 개당 최소 -11원에서 -68원까지 산출됐다. 부화장도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적자가 누적될 경우 농장은 과도한 경영위험을 부담해 일반 종계사육농가의 시장퇴출이 심화되는 결과를 야기한다고 진단하고 있다.

원가 이하의 납품이 이뤄지는 원인에 대해 종계공급과잉과 자본력, 정보력, 교섭력 등이 월등한 계열사 중심의 계약환경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시설감가비, 방역약품비, 연료비 등과 기타 간접비용을 포함해 원가항목 비용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요구와 함께 종계 농가 현실을 반영한 원가비용 산출을 위해 표준계약서 활용 등 체계적인 산정안이 요구되고 있다.

 원가 협의, 방법은 있다

납품단가를 높이지 않고 수익구조를 개선하는 방법은 생산비 절감을 통한 수익개선이다. 마른수건을 쥐어짜는 수준인 셈이다. 취재 과정에서 한 농가는 "현장에서는 10년 째 270원대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데 점점 경쟁은 심해져 산업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종계 병아리 및 종란의 원가이하 납품가 설정에 대한 주요 원인들에 대해 적절한 수급조절과 농가지원정책, 해외사례접목, 농가보호법, 납품단가 협의 의무제 등을 위한 축산계열화법에 종계부화업 삽입 추진, 중소기업 적합업종 신청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은 종축업도 농업으로 분류돼 중소기업 범주에 포함된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납품계약 기간 중 납품단가 변경 사유가 발생할 때는 상생협력 및 동반성장 차원에서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제’를 도입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정당한 이유 없이 협의를 거부하면 시정명령과 과징금이 부과돼 10년 째 270원이라는 종란 납품 단가에 대한 현실화 요구에 힘을 보탤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대한양계협회의 노력이 요구된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신청시 계열사의 종계분야 진출로 산업 전반에 어떠한 영향이 미쳤는지에 대한 증빙자료와 함께 계열사의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계란유통협회는 계란도매업에 대해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포함되는 작업을 이어가 2015년 최종 선정됐다. 당시 계란유통 사업에 뛰어든 오뚜기·CJ제일제당·풀무원 3개 업체가 신청단체인 한국계란유통협회와 협상을 거쳐 합의에 이렀다. 그러나 대한양계협회와 육계 계열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 시도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다.

◆ 축산계열화법 포함 중단, 왜

종란납품계약서는 종계농가의 경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서다. 공정한 계약관계 형성과 경영안정을 위해 상호 입장을 충분히 반영한 내용으로 작성돼야 한다. 그러나 계열사에서 제시하고 일반농가는 일방적으로 서명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또한, 계열사마다 상이한 내용으로 계약서 작성이 이뤄지기 때문에 표준 내용을 정립하고 이를 권장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대한양계협회는 축산계열화법에 종계부화업을 삽입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 개정안을 농식품부에 적극 피력하고 올해 4월, 농식품부의 긍정적인 응답도 받았지만 종계분과위원회 차원에서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종계부화업이 계열화법 범주에 들어서게 되면 ‘농가사료구매자금’을 지원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축산계열화법 포함 관련 양계협회는 “종계분과위원들 대부분이 사료구매자금 지원을 포기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고,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불공정한 사례를 제소할 수 있기 때문에 축산계열화법 포함을 중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결정에 양계협회 회원 사이에서 잡음이 많다. 종계부화업 농가 중 약 75%이상이 육계 계열화업체와 계약을 통해 종란 납품을 대행하는 구조를 띄고 있는 가운데 스스로 법망의 사각지대를 만드는 셈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이다. 

한 농가는 "누굴 위한 협회의 정책 방향인지 의문"이라며 협회와 분과위원회의 역할에 의구심을 표하기도 했다. 공정위 제소, 민·형사 공판절차와 같은 방법은 있지만 계열업체와 농가의 상생을 추구하는 현재,  업계 내에서 자구적인 노력과 축산관련 법망에서 걸러내고 보호하는 장치가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에서다. 

올해 초 벌어진 체리부로 한국원종과 양계협회 소속 종계농가 고려농장의 분쟁도 종계인들의 권익이 보호되지 못한 채 케케묵은 계약관행이 이어져 벌어진 일이다. 이 사례에서 농가가 고려농장과 같은 규모의 농장이 아니었다면 이미 무너져 계열업체의 손아귀에서 결국 백기를 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최소한의 사전 스크린이 가능한 장치와 농가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됐다면 중재와 협의를 통해 풀 수 있었던 사안이라고 보는 시각도 나오는 이유다. <다음호 계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