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종계농가 한목소리 집중할 때…‘구심점’ 찾아야
[심층취재] 종계농가 한목소리 집중할 때…‘구심점’ 찾아야
  • 김재광 기자
  • 승인 2017.11.23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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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농림축산식품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두 수장이 계열화사업자에 대해 고강도 압박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계열업체와 농가 간 절대 ‘갑’과 '을'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번 체리부로 한국원종 사례를 통해 산업 구조 민낯을 드러내 시리즈로 연재한다. <편집자 주>
1. <프롤로그, 종란 소유권 분쟁> 2. <상생 저버린 제 1호 모범사업자 체리부로> 3. <기이한 종계 산업 구조 개선 上,下> 4. <계열화 사업자 관리·감독 구멍은>

<지난호 이어>

◆ 종계산업구조 변천사

과거 육계산업을 주도했던 종계부화업은 계열화의 발전기와 맞물려 쇠퇴하기 시작했다. 육계계열사들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대형 종계부화장을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갔고 농가는 종란 생산과 납품에 그치는 구조를 형성하게 됐다.

불만을 제기할 경우 종계를 받지 못하는 사례도 발생해 정부차원의 전업농 육성 대책이 요구되기도 했다. 서서히 스며든 계열화 업체의 등쌀에 1990년대 이후 종계부화업계가 종계일반검정과 종계데이터베이스 축적사업, 종계이력제 등의 대책을 세웠지만 이미 종계시장 판도는 넘어간 상황이었다.

결국 병아리 공급량은 2000년대 초반, 계열업체 쪽으로 기울었고 육계산업에 이어 육용종계 산업까지 주도하게 됐다. 병아리 공급 시장인 종계부화 산업에서 계열주체들의 영향력이 커지자 계열업체들 간 시장 점유율 경쟁이 시작됐고 계열주체들은 통상 120% 수준의 자신들이 소화할 수 있는 물량 이상의 종계를 입식시켰다. 

시장을 혼란시키는 일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대한양계협회는 수급안정화를 위해 때마다 하림, 마니커, 동우, 체리부로, 한강CM, 올품, 사조 등에 공문을 통해 '계열사 병아리 및 종란 외부판매 행위 자제 요청' 공문서를 발송한다.

반대로 물량이 부족할 때도 물량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고 이로 인해 피해 받는 것은 결국 농가였다. 체리부로 한국원종이 미림이라는 중간업체를 끼고 고려농장 종란을 공수한 배경에는 최긍규 대표를 필두로 모인 농업법인 피에스코팜의 14만수에 이르는 종계 물량이 있었다.

◆ 뺏긴 주도권, 권익보호 방안은

결론적으로 산업의 전반적인 흐름이 대형계열주체로 넘어간 시장 상황을 직시해 현재 산업을 영위하고 있는 종계부화업계가 협업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앞서 거론된 법률적·정책적 보완을 요구해야 한다.

대형주체와 중소규모 종계농장이 종란을 납품하는 방식으로 계열업체는 직영물량을 늘려가는 형태에서 농가들은 쇠퇴할 수밖에 없다. 중개업체를 끼고 계약하거나 대형계열업체와의 직접거래보다 중간 성격의 대행업체 이른바 유사인티라 불리는 업체를 거치는 단계를 농업회사법인으로 바꿔 계열사와 관계형성을 하는 것 또한 대안으로 제시된다.

대한양계협회 종계분과위가 축산계열화법의 보호를 고사한 가운데 계열주체 어깨에 견주려면 스스로 힘을 키워 각자의 역할에 대한 철저한 분리 작업을 실행하는 수밖에 없다. 병아리 및 종란생산은 농장이 주도적으로 하되, 이에 대한 판매에 관련해서는 농업법인 또는 조합에 위임함으로써 계열업체와 법인 간 불평등하거나 갈등의 요소를 견제해 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다.

이런 관계를 형성하게 되면 농업법인과 계열주체의 협상에 따른 가격 결정구조가 만들어진다. 이를 통해 농가의 권익을 보호하고 협상테이블에서 동등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로 변모하는 것이 주요 핵심이다.

◆ 골든씨드프로젝트 사업 활용

2007년 주요 종계수입국이었던 영국과 프랑스, 덴마크, 독일 등 유럽전역에서 발병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국내 산란계업계와 육용오리업계가 병아리를 제때 공급받지 못해 난관에 봉착했던 적이 있다.

2015년 다시 한 번 이번 미국발 AI로 미국에서 원종계를 전량 수입하고 있는 국내 육계산업도 같은 전처를 밟게 된다. 당시 오리업계는 F1인 실용오리를 종오리로 사용하면서 산업 전반에 걸친 피해를 입었다. 이후 종자주권 문제가 크게 대두됐지만 당시 뿐이었다.

2010년에도 하림은 육계 종란 공급부족으로 인해 닭고기 가격이 폭등하고 사육농가들의 피해가 가중되자 종란을 수입한 바 있다. 이때 대한양계협회가 ‘단편적이고 근시안적인 조치로 단기적 회사 수익에 혈안된 처사’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 ‘수입닭고기에 빗장을 열게 되는 최악의 상황을 면하기 위한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해명한 바 있다.

산업의 안정감과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위기 당시에만 펄펄 끓는 행태보다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하나하나 풀어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농가 스스로 이러한 국가주도 사업에 장기적인 시각과 투자를 요구하며 한 목소리를 낼 필요성이 제기된다. 농촌진흥청에서 2011년부터 종자 자립 및 수출을 위한 연구개발사업으로 진행중인 ‘골든씨드프로젝트’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사업에는 토종닭분야 ‘우리맛닭’과 같은 우리 종자 개발 사업이 포함돼 있다. 국내 환경에 따른 종자개발이 말처럼 쉬운 일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99%이상 해외 종축에 의존하는 국내 가금업계에 미래에 대한 도전이자 희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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