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시장의 죽음’
'도매시장의 죽음’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1.10.21 10: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형소매유통 그리고 농축산물계열화업체의 부상

이마트·하림 농민 역할 대신할 수도

고전 경제학의 원조인 애덤스미스가 그의 저서 ‘도덕 감정론’과 ‘국부론’에 언급한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말이 있다.
개인의 이익 추구행위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정이 이뤄져 자유경쟁 시장 내에서 수요와 공급 그리고 가격이 균형을 이룬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가격이 적절히 책정되고 그 가격책정으로 인해 적절한 수요와 적절한 공급 체계가 만들어져 경제주체 모두가 이익을 본다는 이야기다.
농산물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공급이 부족할 때는 가격이 올라가 수요를 줄여주고 또 공급이 충분할 때는 가격이 내려가 소비가 늘어나도록 하는 작용을 한다.
공급 측면에서 농산물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올라가면 농민들은 파종면적을 늘리고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내려가면 파종면적을 줄여 수급조절을 하게 된다.
아주 기초적인 원리를 말하는 이유는 최근 이러한 기본적인 원리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가격 결정과 농산물 수급조절 기능을 없애려는 시도가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본지에서는 1001호 발행 기념특집호에서는 도매시장의 죽음이라는 타이틀로 현재 정부와 자본의 주도로 변화하고 있는 농산물유통시장의 흐름을 짚어보고 바람직한 모델을 제시해 본다.

농산물 유통의 핵심 인프라

도매시장은 농산물의 배분과 가격 결정이라는 핵심적 역할을 담당해왔다.
정부도 시장을 통한 가격 결정과 수급조절을 용이하도록 하기 위해 각종 정책을 만들어 내고 시장이 왜곡되지 않도록 늘 감시하고 지도해왔다.
문제는 시장 기구에 의한 가격 결정과 농산물의 배분이 농산물의 특성(부패성, 공급과 수요의 경직, 재해취약 등)으로 인해 가격폭락이나 가격폭등 또는 공급과잉이나 공급부족과 같은 불확실성이 크다는데 있다.
생산주체인 농민이나 거래주체인 산지유통인과 소비지유통인 그리고 농산물을 활용하는 가공업체 그리고 정부도 어떻게 농산물의 가격과 수급의 높은 변동성 이라는 위험을 회피할 것인가를 늘 고민하게 됐고 다양한 거래방법이 고안되어 실제 통용되고 있다.
계약재배, 계약사육, 포전거래 등 다양한 위험 회피를 위한 거래 방식이 고안되어 운용되고 있지만 모두가 도매시장을 통한 유통을 전제로 만들어진 방식들이다.
도매시장에서의 경매가격이 농축산물 거래의 대표가격?기준가격이 되고 도매시장으로 몰려든 농축산물은 중도매인 등의 손을 거쳐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이 된다.
특히 도매시장의 가격 결정 기능은 도매시장을 거치지 않는 농축산물의 거래 기준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가장 공정한 가격으로 인정받고 있고 시장에서의 가격은 소비자의 농축산물 구매 패턴과 생산자의 파종 또는 입식 의향에 영향을 미치며 수급이 자연스럽게 조절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쌀과 같은 곡물 등 몇몇 품목을 제외한 대다수의 농축산물은 쉽게 부패하는 성질로 인해 유통기한이 짧을 수밖에 없는데 시장가격에 따라 생산과 수요가 조절되지 않을 경우 심각한 낭비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정부는 시장의 신호가 소비자와 생산자에게 되도록 빨리 그리고 명확히 전달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농산물 변동성 위험을 제거하라

농산물의 가격과 공급의 변동성은 농산물의 짧은 유통기한 그리고 필수제라는 성격 그리고 생산과 수요의 경직성으로 인해 더욱 클 밖에 없다.
필요하면 더 찍어 내는 공산품이 아니라 짧게는 몇 주 길게는 3년 가까이 사육하거나 재배해야 농축산물의 특성상 필요하다 해서 공급량을 금방 늘릴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소비도 하루 소비할 수 있는 칼로리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아무리 공급이 늘고 가격이 싸다해서 소비가 늘어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가격이 내려갈 때는 생각보다 더 많이 오를 때는 더 오르는 단점이 있다.
여기에 노지에서 재배가 이뤄지는 특성으로 인해 기후에 영향을 많이 받고 특히 재해 대비책이 마땅치 않아 공급과잉과 공급부족 가능성이 늘 함께 도사리고 있는 것도 농산물 공급과 가격 변동성을 크게 하는 요인이다.
이러한 변동성을 회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채소분야 그중 무나 배추의 경우 포전거래가 예전부터 발달해 있다.
파종 후 또는 파종 직전 산지유통상인과 농가 간 계약에 의해 출하시기 가격을 책정하고 값을 치루는 방식으로 농가는 생산비에 적절한 이윤을 보장받아 출하시기 가격 폭락에 대비할 수 있고 유통 상인은 안정적으로 물량을 확보하고 출하 시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거래방법은 선물거래로 분류하면 되는데 미래의 재화에 대해 현재 시점에서 가치를 책정하고 거래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선물거래는 출하시기 도매시장 경락가격에 따라 상인과 농민 간 희비가 엇갈린다.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으로 가격이 오를 경우 산지유통상인은 시세차익에 따른 이익을 누리지만 농가는 이미 거래가 끝난 상황인지라 별다른 혜택이 없다.
하지만 가격이 폭락할 경우 농가들은 이미 생산비에 적절한 이윤을 챙겼기 때문에 농산물 가격 하락으로 인한 손해는 입지 않는다.
서로의 희비가 엇갈리기는 하지만 언제든 손해를 또는 이익을 볼 수 있는 상황이 상존하기 때문에 이 포전거래방식은 신선농산물의 경우 최선의 거래 방법으로 애용되고 있다.

직거래로 유통비용을 줄여라

하지만 소비자 측면에서는 산진유통인이나 농민이 위험을 회피했다 하여 득이 될 것이 없다.
가격이 낮게 유지될 경우 소비자가 득을 보겠지만 높을 때는 대책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농산물 가격이 높게 유지될 경우 국민들의 저항이 크기 때문에 정부는 적정한 수준에서 가격이 안정될 수 있도록 방법을 강구하게 된다.
여기에 농산물 시장이 개방되면서 해외에서 수입되는 농산물과 국내 농산물과의 가격 차이를 극복하지 못할 경우 우리 농업이 고사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비용을 줄이는 대안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따라 생산부분은 규모화와 생산비 절감을 위한 기술투입 등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려 하고 있고 있다.
유통부분은 우리 농산물의 가장 취약한 부분으로 손꼽히고 있어 어떻게 유통비용을 최소화 하느냐에 정부는 사활을 걸고 있다.
정부는 어떻게든 유통단계를 축소하고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것인가에 골몰해 왔는데 생산자와 소비자를 바로 연결하는 직거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 직거래의 필요성은 계속 제기됐는데 여기서 직거래는 도매시장을 거치지 않고 생산자가 소비자에게 또는 생산자가 산지유통상인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도매시장이나 소매단계에 납품하게 하는 방식으로 유통단계를 줄여 거기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인다면 생산자와 소비자가 그 이익을 나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추진됐다.
최근 물류와 통신의 발달로 실제로 온라인 쇼핑몰 등을 활용해 생산자가 소비자게에 농산물을 곧바로 판매하는 직거래가 많이 늘었고 일본, 미국 등은 생산자가 직접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이나 농산가공품을 들고 나와 판매하는 파머스마켓도 직거래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이명박 정부는 B2B B2C 사이버거래소를 농수산물유통공사 산하에 출범시켰고 파마스마켓 활성화를 위해 바로마켓이라는 직거래장터를 마사회에 개설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온라인을 통한 판매나 파머스마켓을 통한 판매가 농업인에게 유리하다 할지라도 물량이 많을 경우 개별 온라인 판매에 한계가 있고 또한 배송되는 물건의 가격이 낮을 경우 오히려 유통비용이 더 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 수도권 집중도가 높고 전남, 경북 등의 지역은 근처에 마땅한 소비지가 없어 파마스마켓과 같은 유통은 상상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그래서 추진되는 것이 생산자-소매유통, 또는 산지유통-소매유통과의 직거래다.
생산자-산지유통-도매시장-중도매인-소매점-소비자로 이어지는 유통단계는 각 단계마다 거래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농산물 가격을 올리는 주범으로 손꼽힌다.
특히 도매시장을 거치며 경매과정에서 가격의 외곡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회피하기 위해 도매시장을 거치지 않고 일반 공산품과 같이 거래를 추진하게 되는 것이다.
초기 이러한 거래 형태는 일반 관행 유통된 농산물보다 만 가격 경쟁력을 갖추면 생산자나 소매유통업자가 이익을 취할 수 있지만 이러한 거래 형태가 주류가 될 경우에는 시장의 가격 결정체계가 무너지기 때문에 합리적 가격 결정체계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생산자 또는 소매유통 둘 중 하나가 손해를 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형소매유통 등장과 도매시장의 위기

현재 농산물유통의 주된 축이었던 도매시장이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앞에서 지적한대로 도매시장을 통해 농산물이 거래가 되면 높은 유통마진으로 인해 소비자도 생산자도 모두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논리에 따라 도매시장을 거치지 않고 농산물을 거래하는 방식으로 유통구조를 개선하려 하고 있다.
산지에서는 500원하는 배추 한포기가 소비자에게는 2000원 3000원에 팔리면서 중간 유통들이 서너 배의 이익을 취하고 있다며 배추 값이 조금이라도 오르면 정부도 언론도 난리를 피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형소매유통점의 등장은 도매시장의 위기를 불러 왔다.
막강한 바잉파워를 가진 대형소매유통업체들은 초기 도매시장 중도매인들로부터 농축산물을 구매했다.
경쟁업체가 생겨나고 점포가 늘어나면서 점차 구 소매유통점인 중소형 슈퍼마켓이나 재래시장과의 경쟁구도는 점차 대형소매유통업체들 간의 경쟁구도로 바뀌기 시작하고 경쟁업체보다 더 낮은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려는 전략에 따라 도매시장 경매에 중도매인으로 참여하기 시작한다.
이후에는 도매시장의 가격 변동성을 회피하기 위해 산진유통인과 직접 거래를 하고 노하우가 쌓이면서 산지유통인을 배제하고 산지 농협 또는 농가와 직접 농산물 거래를 하기 시작한다.
대형소매유통업체들의 판매비중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도매시장으로 출하되는 농산물의 수는 줄어들고 또 이들이 낮은 가격에 농산물을 판매하면 기존 재래시장이나 중소슈퍼마켓의 가격 경쟁력이 상실되면서 대형소매유통으로의 쏠림은 강할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도매시장은 반입되는 물량 자체가 줄어들면서 산지유통상인에 이어 중도매인들도 점차 그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된다.
축산부분에서는 수직계열화 회사들의 등장이 도매시장의 기능을 약화시키고 있다.
육계와 양돈부분에 먼저 도입된 축산계열화회사들은 현재 농장+공장(도축장)+시장을 통합해 한 법인 안에서 모든 거래가 이뤄지도록 만들었다.
과거 농장과 도축장, 유통이 각기 다른 산업으로 발전해오던 것을 거래비용을 줄이고 개방에 대비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미명하에 축산업의 계열화는 도입이 됐고 양계산업이 전체 거래물량의 90%가 계열화사업체를 통해 양돈은 약 20%가 계열화사업을 통해 생산 공급되고 있다.

산지유통상인 사라질 수도

대형소매유통으로의 쏠림 현상은 전통적 유통주체인 산지유통인 등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너무 극단적인 표현이라 주장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현재 일부 품목의 경우 산지유통상인이 사라진 품목들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계란을 산지에서 수집해 유통시키는 상인들의 모임인 계란유통협회 상인들이 농협중앙회의 대형산지유통센터 건립 추진에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자신들이 약 70% 정도를 점유하고 있는 산지유통기능이 대형산지유통센터 건립으로 힘을 잃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닭고기의 경우 산지유통상인의 힘이 10여 년 전 부터 서서히 빠지기 시작하더니 5~6년 전부터는 산지유통상인이 담당하는 물량이 급격히 사라지더니 전체의 10% 미만으로 떨어졌다.
육계부분 산지유통상인의 몰락은 대형도계장을 중심으로 수직계열화가 완성됐기 때문이다.
과거 육계는 농가들이 병아리를 입식시켜 닭을 생산하면 산지유통상인이 전량 매입해 중상들에게 넘기고 이들 중상은 생계 형태로 재래시장 등 소매상에 닭을 넘기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1990년대까지 신선물류가 발달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닭을 거래할 때 생계 형태로 최종 소매유통점까지 전달이 되고 소매유통점에서 닭을 도축해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인 닭고기의 거래형태였기 때문에 육계는 산지유통상인의 힘이 매우 컸던 게 사실이다.
물량확보를 위해 육계농가들에게 선급금을 주기도 하고 병아리를 구입해 입식시키기도 했다. 지금의 배추포전 거래와 매우 흡사한 형태이다.
그러던 중 닭고기의 소비가 늘고 위생적 도축시스템이 필요성이 증가하며 닭고기의 소비는 늘어나기 시작했고 유명무실했던 전문 도계장에서 대량으로 도계된 닭의 수요가 늘기 시작했다.
1988년 올림픽을 전후 해 생겨난 멕시칸, 페리카나, 처갓집 등 양념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고속성장을 이어갔고 양념치킨의 히트하며 덩달아 하림과 같은 초기 계열화업체들도 고속성장을 해나갈 수 있었다.
현재 하림, 이지바이오, 체리부로, 동우 등 대형닭고기 계열화업체들은 대리점을 통해 닭을 직접 유통시키고 있다.
한우의 경우 현재 공판장과 도매시장을 통해 거래되는 물량이 큰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2000년 중반부터 힘이 붙기 시작한 브랜드사업으로 인해 도매시장을 거치지 않고 직접 브랜드경영체가 유통시키는 물량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현재 전체 시장의 10% 내외가 도매시장을 거치지 않고 유통되고 있는데 축산물 브랜드화에 정부와 지자체들이 힘을 쏟고 있어 점차 도매시장을 통한 거래는 줄어 들 것으로 보인다.
돼지의 경우 20% 수준의 계열화 물량도 크기는 하지만 육가공업체들이 생돈을 시장에서 구매하는 물량이 늘어나면서 도매시장 출하물량은 주류가 되지 못하고 있다.
도매시장 출하물량은 육가공업체들이 구매를 꺼리는 규격 미달 돈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수급조절에 실패한 브랜드 경영체들의 밀어내기 물량이 대부분이어서 과거 대표가격 기능을 수행했던 서울축산물공판장의 공신력은 이미 2000년대 중반 힘을 상실한 상태다.
축산부분의 이러한 변화는 농산물 시장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도매시장으로의 출하가 아닌 계열화 또는 대형수요처와 생산자와의 직거래로 축산물 시장이 옮겨가고 있는 것처럼 농산물 또한 이러한 변화에 놓여 있다.
앞에서 지적한 대형소매유통의 직거래 물량이 점차 늘고 있고 직접 농사까지 짓는 수준에 와 있고 가장 많은 소비가 이뤄지는 김치의 경우 가정에서 직접 담가 먹는 것에서 점차 김치공장에 의존하는 가구가 늘어나면서 김치공장과 산지와의 직거래 규모도 점차 늘고 있다.
결국 대형수요처의 등장과 이들의 점유율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도매시장의 기능과 역할은 축소될 수밖에 없고 다양한 변화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

가격 시장에서 테이블로 이동

도매시장 기능의 축소는 가격 결정 구조를 변화시킬 수밖에 없다.
경매를 통해 설정됐던 가격은 유통주체간 협상에 의해 만들어 질 수밖에 없다. 생산비+농가마진+부대비용이 농가가 생산한 농산물의 산지가격이 될 것이고 이를 구매하는 수요자와 협상을 통해 이는 책정될 수밖에 없다.
우유의 경우 낙농가와 수요자인 유업체가 협상을 통해 가격이 책정되는데 조금이라도 더 받기를 바라는 낙농가와 조금이라도 덜 주기 원하는 유업체간 우유 생산비에 대한 근거자료 등을 토대로 치열한 공방이 이어진다.
지금은 직거래 시 중간 유통단계가 하나 둘 사라지기 때문에 그만큼 산지 농가에게 더 지불할 수 있는 여력도 있고 물량확보 차원에서 실제 조금 더 지불하고 있지만 대형소매유통 등 대형수요처가 유통의 주류가 되고 도매시장의 기능이 축소될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초기 대형유통업체들은 도매시장을 통해 거래되는 재래시장보다 싸게 공급하면 경쟁력이 있었지만 점차 대형소매유통업체의 수가 많아지면 이제 경쟁상대는 재래시장이 아닌 대형소매유통업체간 경쟁으로 변질되고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공급하려는 이들 업체간 경쟁은 생산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방향으로 점차 변화하게 된다.

도매시장의 종말 농민의 종말로

대형소매유통, 농축산물수직계열화 업체들이 농산물 생산과 가공, 유통의 핵심주체로 떠오를 경우 결국 농업인은 이들 주체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도매시장이라는 창구가 있을 때는 농가들이 생산한 농축산물은 언제든지 출하할 수 있었지만 도매시장의 역할이 줄어들 경우 거래주체들이 도매시장에서 농축산물을 사들이는 양을 줄이고 계열화업체나 대형소매유통업체에 의존하기 때문에 결국 계열화회사나 대형소매유통업체에 농가들은 종속될 수밖에 없다.
최소한 도매시장을 비롯해 여러 유통채널이 살아 경쟁할 경우 농가들은 더 값을 쳐주는 곳 더 좋은 거래조건을 제시하는 쪽을 선택 있지만 어느 한 주체 특히 기업이 시장 지배자로 올라 설 경우 농가들의 선택권은 사라지고 기업이 제시하는 가격에 따라 또 규격에 따라 농산물을 생산 판매할 수밖에 없다.
이들 기업들은 농가와의 계약을 통해 농산물을 공급 받던 것에서 점차 직접 재배하고 직접 사육하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 결국 대형소매유통업체들 그리고 계열화업체들이 농민을 역할까지 하게 된다.
결국 경영계획과 목표를 세우고 파종과 경작, 수확을 하고 또 출하를 하는 전통적인 개념의 농민은 사라지고 대형소매유통 또는 대형계열화주체가 요구하는 품목을 그들이 요구하는 시기에 또 그들이 공급하는 자재를 이용해 농사를 짓는 새로운 개념의 농업인이 생겨나게 된다.

김재민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