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농수산물유통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집중해부
[연재] ‘농수산물유통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집중해부
  • 신재호 기자
  • 승인 2017.12.22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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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1. 프롤로그 2. 농안법의 현 위치 3. 농안법의 구조 및 개관 4. 농안법 개정으로 인한 구조적 문제점 5. 현행 농안법 및 농안법의 적용에서 발견되는 문제

상장예외품목 확대…도매시장 본질적인 기능 ‘형해화’

농가 시장대응력 약화로 공정성·투명성 의심

▲박신욱 경남대 법학과 조교수

농안법 제31조 제1항은 수탁판매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동조 제2항 제1문은 도매시장법인이 상장한 농수산물 외의 농수산물을 중도매인이 거래할 수 없는 원칙을 정하고 있으나, 제2문은 이에 대한 예외를 규정하고 있다(상장예외품목/비상장거래). 이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령 또는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하는 도매시장법인이 상장하기에 적합하지 아니한 농수산물과 그 밖에 이에 준하는 농수산물로서 그 품목과 기간을 정해 도매시장 개설자로부터 허가를 받은 농수산물의 경우, 중도매인이 직접 생산지에서 수집 및 거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적 금지가 중도매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하는 위헌적 규정인지 여부에 대해 우리 대법원은 2006년 상장예외품목을 예외적으로만 인정하는 것이 농안법의 목적에 부합(2004도6846)한다는 것을 밝힌 바 있다. 우리 대법원이 농안법 제31조 제2항의 규정이 위헌적 규정이라고 볼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동시에 대법원은 이러한 원칙적 금지와 관련해 중도매인의 이익을 생산자 및 소비자의 이익과 형량해 후자의 이익보호 필요성이 더 크다는 점을 적시했다. 이러한 농안법의 규정 및 대법원의 판례에 의하면 상장예외품목은 예외적이며 일시적이어야 한다는 점은 너무나도 자명하다. 그러나 상장예외품목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가락시장의 경우 상장품목은 52개인 반면, 상장예외품목은 116(채소 89/과일 27)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1995년 제도가 시행될 당시 상장예외품목이 30개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한다면, 매우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할 것이다.

상장예외품목의 증가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지적된다. 첫째, 상장예외품목에 대해 거래하는 중도매인 수 그리고 거래물량의 증가로 인해 효율적인 관리가 어렵다. 둘째, 수의매매에 의한 가격결정으로 유통정보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없다. 셋째, 상장 상장예외품목이 아닌 품목들의 거래 발생 및 거래실적 누락으로 인한 세금탈루 등이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상장예외품목은 예외적이며 일시적이어야 한다는 원칙에도 불구하고 상장예외품목으로 일단 지정되면 상황의 변화와 관련 없이 상장매매품목으로 환원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보다 더 큰 문제는 중도매인들의 거래상 영향력 행사 및 농가의 시장대응력 약화로 인해 공정성과 투명성이 의심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더욱이 상장예외품목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면, 중도매인은 농안법 제37조에 규정되어 있는 시장도매인과 유사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는 결국 공정한 가격형성이라는 도매시장이 갖는 본질적인 기능을 형해화하게 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농안법 제31조가 규정한 바에 따른 예외적이고 한시적인 상장예외품목의 지정이 요구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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