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협 위탁사육보다 대기업 한우사육 규모 더 크다
농축협 위탁사육보다 대기업 한우사육 규모 더 크다
  • 김재광 기자
  • 승인 2018.01.03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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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4월 22일, 전국한우협회는 대기업의 농축산분야 진출에 빌미를 제공하고 있는 농축협에 대해 적극적인 반대의지를 표명하기 위해 전북 무안에 위치한 무진장축협에서 강도 높은 규탄 투쟁을 진행했다.

기업자본 한우사육 전체 두수 약 2.8% 수준

위기상황, 농가 계열화사업동참 빈도 높아

생산자중심 전후방 산업 통합 모델 제시

농가 사육 안정 장치, 기업 부담 법령 필요

육계, 오리, 한돈산업에 비해 기업 자본 유입이 저조하다고 알려진 한우산업에도 기업의 손길이 뻗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위원장 민경천)가 최근 발표한 '대기업 한우산업 진출 현황 조사 및 대응 방안 수립 연구'에 대한 연구 용역 결과에 따르면, 하림그룹과 CJ그룹 등 13개 법인의 한우산업 점유율이 약 3만6786두, 한우 총 사육 규모의 2.8%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실제 기업자본의 한우산업 진입은 이번 연구에서 발표된 잠정치 2.8%보다 높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전국한우협회를 비롯한 한우 생산자들이 한우 위탁사육에 대한 강경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사진> 정보공개를 꺼려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정확한 조사가 어렵기 때문이다.

◆ 관련 법령 및 시행령 부재

육계, 돼지와 달리 정부도 대기업의 한우진출 현황파악이 어렵다. 축산계열화사업에 관한 법률(이하 축산계열화법)에 한우 분야가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사육현황 정보 공개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기업 자본은 전체 한우산업에서 2.8%수준으로 낮은 수치지만, 축산계열화사업법과 축산법에서 한우나 젖소사육은 기업진출을 제한하지 않고 있어 대책이 요구된다.  

개정전 축산법 제 27조는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뒀지만 대기업 규제는 2010년 폐지됐다. 또한, 현재 대기업군에 속하는 기업들은 축산업 진입 당시에는 중견, 중소기업이었기 때문에 규제 대상이 아니어서 아직까지 가축사육을 지속하고 있다. 제주 제동목장, 대관령 삼양목장, 이천의 설성목장, 서산의 현대목장 등이 그 사례다.

이미 축산법 제 27조와 시행규칙 32조에 위탁사육형태는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 축산법 제 27조의 한계를 보완한 새로운 제도의 도입도 요구된다.  

기업과 협동조합의 한우사육 투자 현황.

◆ 미약하지만 창대해질 수도

특히, 최근 한우 농장들이 대규모화 되면서 기업이 인수하기 용이한 모양새로 변화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한우농가를 대상으로 한 기업자본 진출에 대한 의식 조사와 위탁사육 만족도 조사 결과도 첨부됐다. ‘위탁사육참여’ 15.3%, 위탁사육을 포함한 손실회피적 모습(농장매각 7.9%, 폐업 4.2%, 작목전환 추진 3.7%)을 보인 농가는 전체의 31%로 보였으며 한우위탁사육 만족도 조사에서는 육계위탁사육농가 만족도 49점보다 10점 높은 59점으로 나타났다.

국내상황은 한우사육에 기업 자본유입이 저조한 상황이지만 한우 위탁사육농가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어 이같은 현상이 가속화될 경우 한우산업이 기업에 종속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번 연구용역을 수행한 농축식품유통경제연구소 김재민 실장은 "한우에 대한 기업 진출이 가속화되고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15~30% 수준을 기업이 점유하는 시점에 도달하면, 수급조절에 비협조적인 기업들로 인해 가격이 하락해 농가들은 폐업을 하거나 위탁사육농가로 편입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경우 비육우 시장에서 대형 패커 독점력은 이미 60%를 웃돌아 농민과 패커의 협상에 의해 가격을 책정해 거래하는 비율이 2009년 50%수준에서 2013년 29%수준까지 하락했다. 가축 생산과 거래에 있어 주도권이 농가에서 대형 패커로 넘어간 상태다.

돼지사육의 경우 2010년, 축산법에서 대기업 참여 제한 조항이 삭제되면서 사육업에 직접 투자를 실행했다. 농장 규모가 커지는 데 반해 사육규모가 정체되는 현상에 P사, S사 등 대기업 계열사들은 안정적인 배합사료 판매망 확보를 위해 양돈 사육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고 돼지위탁사육에 대한 농가 참여도가 떨어지자 대규모 농장들을 적극적으로 인수하기 시작했다.

인수 대상은 후계자가 없는 농장, 자본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는 대규모 농장이었다. 농가들은 돼지 사육으로만 수익이 발생하지만 계열화사업자는 배합사료 판매, 육가공, 유통 등에서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에 시장상황에 따른 부담감의 무게는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질 수록 수급을 조절하는 시장의 기능은 쇠퇴한다. 일반 농가들은 줄을 수밖에 없고 기업의 사육비중은 더욱 늘어나 산업이 기업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대한한돈협회가 대기업 사육규모를 모니터링하고 더이상의 진출을 강경하게 막고 있는 이유, 한우산업도 비상등을 켜고 주변 상황을 주시해야 할 시기라는 이유다.

◆ 기업자본 대처 방법은

1997년의 외환위기, 2003년의 AI 사태,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배합사료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을 때를 상기해보면, 육계, 오리 등 가금산업과 양돈산업에 기업자본이 진출하는 시기는 주로 대외적인 문제로 농민이 위기에 처했을 때다.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는 매력에 농가들이 계열화사업에 동참하게 됐다. 한우산업에 있어서는 아직 기업 자본의 영향력이 적지만 미국의 경우 육계, 양돈, 비육우 순으로 영향력을 확장해 왔기 때문에 주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농축식품경제연구소는 농가 중심의 계열화를 해법으로 내놨다. 농민 중심의 생산자협동조합이 한우산업을 장악해 기업자본의 유입을 막도록 한다는 것이다. 네덜란드 폰테라, 덴마크의 데니쉬크라운과 같이 생산자 협동조합이 농가와 조직화하고 전후방산업을 통합해야 한다는 추구 모델을 제시했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ICT기술을 활용해 온라인으로 송아지를 상장하고 비육우를 선물구매 하는 방식인 한우거래플랫폼을 제시했다. 최근 한우 사이버경매시스템과 함께 접목할 수 있는 대안으로 농가와 전후방산업을 연결하는 것이 주요 핵심이다.  이밖에 각종 관련 법령의 개정과 신설을 통해 기업자본의 사육업 진입 규제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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