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자유전의 원칙은 농지법 개정에서 출발
[사설] 경자유전의 원칙은 농지법 개정에서 출발
  • 김영하 대기자
  • 승인 2018.01.12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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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지 않으면 상속인도 농지 갖지 못해야 하며, 탈농한 사람도 농지소유를 그대로 유지하면 안된다. 그것이 헌법에 명시한 경자유전의 원칙을 지키는 길이다.

최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현권 의원이 상속인과 이농인의 농지소유를 제한하는 것은 물론 경자유전의 원칙을 지키기 위한 농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완주 의원도 연말 ‘경자유전의 원칙 재확립을 위한 농지법 개정방안 모색 토론회’를 개최해 경자유전의 원칙을 지키기 위한 농지법 개정을 강조했다.

헌법 121조는 국가는 농지에 관한 경자유전의 원칙을 보장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고 규정하고 있어 투기자본의 토지유입을 막고 건전한 국민경제의 실현을 이루고자 하는 규범적 목적을 가지고 있다. 농지임대차에 있어서도 불로소득 등을 제한할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스위스는 헌법에 경자유전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으며, 독일, 프랑스, 덴마크, 일본 등도 우리의 현행 법률보다 한층 강화된 경자유전의 법률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현행법에서 상속인이나 8년 이상 농업경영에 종사했던 이농자는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1만㎡의 농지를 기간 제한 없이 소유할 수 있다. 지난해 6월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업·농촌 관련 헌법조항 현황 및 개정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비농업인의 농지소유는 전체 농지의 60%를 웃돌고 비농업 상속자가 늘어남에 따라 비농업인의 농지소유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농업 상속자와 이농자의 농지소유를 일정기간으로 제한하는 근거규정을 담은 개정안을 마련한 것이다. 개정안에는 비농업인이 상속으로 농지를 취득하더라도 농사를 짓지 않으면 2년 이내에 농지를 처분해야 하며, 다른 농업인에게 임대할 수 없도록 했다. 이농인도 이농 후 4년 이내에 농지를 처분토록 했다.

다만 현재 귀농인과 청년농업인에게 저렴한 차임으로 농지를 공급하고 있는 한국농어촌공사에 농지를 위탁 임대할 경우 처분의무를 유예하도록 했다. 비농업 상속인과 이농인이 농지를 소유하고 싶다면 농어촌공사에 농지를 위탁 임대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개정안에는 소작제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했다. 농식품부 보고서에 따르면 농업기술 발전이 이뤄지고 새로운 형태의 대량생산 스마트팜 농업에 있어서 고율의 소작료(차임) 징수가 예상된다. 이에 농산물 생산소득의 10% 이내에서 농지임대차관리위원회가 차임을 정하고 시군 지자체가 이를 고시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이와 함께 농지의 임대차 기간은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했으며 농지 임차인이 농사를 짓지 못했을 경우 임대차 기간 중이라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해 농지 임차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이같이 김 의원이 발의한대로 농지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헌법에서 규정한 경자유전과 소작제 금지 원칙을 법률로써 확립하고 임차인의 권리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상속으로 인한 농지 취득과 탈농 또는 거짓 영농에 의한 농지소유로 부동산투기를 하는 것을 차단하는 것만이 경자유전의 원칙을 지키는 일이 될 것이다. 이와 함께 농지의 가격과 농업생산비를 안정시키는 것은 덤으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농지법의 조속한 개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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