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수급 불안정 원인과 과제
배추 수급 불안정 원인과 과제
  • (주)농축유통신문
  • 승인 2011.11.04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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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대 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강릉시 왕산면 대기4리 해발 1천 미터가 넘는 고지대 안반덕의 여름, 하늘아래 첫 밭에는 200ha(60만평) 배추밭의 장관이 펼쳐진다. 태백시 매봉산과 귀네미마을도 비슷하다. 고랭지배추는 6월에 정식해서 8월 하순에서 9월 중순까지 수확한다. 남도의 해남, 진도, 무안 일대는 9월에 정식해서 이듬해 1월부터 3월까지 수확하고, 일부는 저온저장하여 5월까지 출하하는 겨울배추 주산지다. 한겨울 흰 눈을 이불삼아 꿋꿋이 서 있는 배추들 또한 장관이다.
최근 갑자기 배추가 국민의 관심거리가 됐다. 아름다운 경관 때문이 아니라 널뛰기 하는 생산량과 가격 때문이다. 하루아침에 금치가 되었다고 아우성인가 하면 어느새 천덕꾸러기가 되어 밭에서 녹아 없어질 때까지 방치된 흉물이 된다.
배추 수급이 가장 불안정한 3~4월과 9월에 배추를 공급할 수 있는 곳은 앞서 언급한 지역들을 제외하곤 국내에는 거의 없다. 고랭지배추 재배면적은 2000년대 초 1만ha까지 늘어났으나 그 후 10년간 크게 줄어 최근 5천 ha 정도로 반 토막이 났다. 2000년대 초반 3천ha로 전체 재배면적의 25%를 차지하던 전북과 영남지역은 최근 500ha 내외로 줄었다. 같은 기간 강원도 재배면적은 7000ha에서 4500ha로 줄었지만 비중은 오히려 75%에서 90%로 높아졌다.
겨울배추는 재배면적은 계속 늘어나 2006년에 6천 ha를 넘어서기까지 했으나 최근 5천 ha 규모로 다소 줄었다. 현재는 전남지역이 95% 이상을 점하는데 해남군만으로도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배추는 정식 후 생육기간이 60일로 짧고, 온도 습도 등 기상조건에 따라 작황이 크게 달라진다. 지역적으로 생산이 집중되고 집단화될 경우 유통에는 유리할 수 있으나, 기상이변에 따른 생산감소의 위험이 높아진다. 그 좋은 예가 지난해 가을의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인한 ‘배추파동’과 금년 초 이상한파로 인한 겨울배추 피해이다.
국내의 배추 생산기반 위축과 공급 불안정의 가장 큰 요인이 김치수입이다. 김치수입은 2003년 이후 급증하기 시작하였는데 배추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8~10월에 집중됨으로써 고랭지배추에 타격을 주어 면적 축소를 초래하였다. 2006년 이후 매월 1만 톤 이상 김치가 수입되어 겨울배추 생산기반 역시 위축되고 있다.
이 외에도 같은 밭에 계속 재배함으로써 나타나는 연작피해로 지력이 약화되고 뿌리혹병 등 병충해에 취약해진 것도 원인이다. 농촌지역의 고령화와 인력난과 같은 구조적 원인도 있다. 특히 고랭지 밭은 경사도가 급하고, 출하 시 기온이 낮은 새벽에 작업해야 하고, 겨울배추는 추운 겨울철에 배추를 결속해야 하기 때문에 일손을 구하기가 어렵다.
여름과 겨울철 배추 생산이 크게 줄어든 상황 하에서 사후적인 대처 방안은 제한적이다. 사전에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비교적 공급이 안정된 봄배추와 가을배추를 이용해 공공비축량을 늘려야 한다. 현재 한 달 정도만 가능한 배추의 저장기간을 2~3개월 이상으로 늘릴 수 있는 종자개량과 저장법 개발, 저장고 설치가 필수적이다. 연작피해 등에 따른 토질 개선, 병충해 개선을 위한 약재개발 및 보급, 내병성 품종 개발, 보급 등 생산 안정화 사업도 필요하다. 인력난 해소를 위해 내·외국인 인력은행을 운영할 필요도 있다. 유통측면에서는 저온수송차량 운송, 저온저장고, 소비지 물류센터 확대 등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
기후변화와 생산여건 변화에 대처하는 데는 국내 생산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채소류에 대한 해외농업개발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안정적 식량공급을 위해 해외농업개발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식량과 마찬가지로 배추 등 기본 농산물 공급을 위해 공급 불확실성이 높은 여름과 겨울철에 한해 해외에서 일정물량을 생산한 후 국내 도입 또는 국내 수급안정 시 현지 공급 등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해외생산 기반을 마련하여야 한다. 이러한 해외농업개발은 공공부문에서 책임 운영하고 그에 따른 수익을 국내 생산기반 유지, 관리에 재투자하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배추와 같은 단기 작형에서 한 달, 두 달 앞만 보고 대책을 세우는 정책보다는 5년, 10년 앞을 보고 비전을 제시하는 차분한 대책과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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