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네, 차라리 육계산업에 손 떼십시오”
[기자수첩] “네, 차라리 육계산업에 손 떼십시오”
  • 김재광 기자
  • 승인 2018.01.18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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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원성 AI로 가금업계가 몸살이다. 어떤 처방이 필요할까?

현재 AI확진 14건 중 육계는 단 한 건도 발생되지 않았다. 최악의 피해를 냈던 지난 AI시즌에도 육계농장 발생은 단 4곳 1%를 밑도는 수준이었다. 국내에서 AI가 발생한 사례 중 육계는 총 7건으로 이 또한 1%남짓한 수치에 불과하다. 

그러나 농림축산식품부는 육계, 산란계, 종계, 오리, 토종닭 등 가금분야에 대한 일괄적인 방역정책을 시행하고 있어 닭고기 산업에 피해가 심각하다.

지난해 산란계에서 유독 불거진 AI는 출입이 잦을 수밖에 없는 산업구조와 유통구조로 인해 농장내 바이러스 상존 가능성이 컸다. 오리농장의 경우도 아직 비닐하우스 축사가 많아 바이러스 노출 위험으로 이동중지 내지 입식제한 등으로 잔존 바이러스를 없애야 한다.

그러나 육계의 경우에는 사육기간이 30여일로 짧고 ‘올인 올아웃’ 방식이 철저히 지켜지고 있다. 살충제 계란파동 당시 육계분야에서 주장된 것처럼 진드기가 번성할 수 없는 환경을 가지고 있고 AI바이러스 또한 잔존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육계사육농가들은 온도 유지, 급수기, 횃대, 조명시설 등 사육에 필요한 환경제어장치에도 선도적이다.

취재 과정에서 한 육계농가는 “간이키드 검사만으로 이동중지가 발령되고 사료 줄 시간도 안 주고 차단해버리는데 기자 양반, 이게 민주공화국이요?”라고 물었다.

같은 가금류라도 사육방식과 주변 축사환경이 판이하게 다른데, 방역 정책은 통일돼 있다. 현실감 없는 정부의 방역정책은 방역정책국이 설립됐음에도 지속되고 있다. 지금의 방역정책은 바이러스 확산 저지와 산업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할 때 적합하지 않다는 얘기다.

스마트한 인재들이 모인 공무원 집단이 이런 생각을 못하는건 아니다. 알아도 외면하고 있다. 평창올림픽 성공유치라는 대의명분 때문이다. 그러나 농가도 국민이자 소비자라는 점을 상기해야한다.

모 육계계열업체 대표자와의 통화에서 “죽겠다, 규제랑 적자만 많아지고. 손 떼야겠다”라는 푸념과 절망 섞인 하소연에 본 기자는 “농가들도 이겨내고 있는데 힘내십시오”라는 말을 건냈다. 

사실 기자가 마음 속에 담아둔 대답은 따로 있었다. “네. 차라리 손 떼십시오. 정부는 농가가 일자리 잃고, 닭고기 자급률도 떨어져 수입산이 판치는 꼴을 보고 싶나봅니다”

축산의 지속가능성을 얘기하면서 적자에 허덕이는 업계에 규제와 불합리한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이율배반적인 정부. 지난 AI에는 농가의 도덕적 해이, 올해엔 계열화사업자 방역책임 부실이 문제란다. 다음 AI 땐 누굴 탓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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