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오리 수난시대①] "지금 대한민국은 검사공화국"
[기획-오리 수난시대①] "지금 대한민국은 검사공화국"
  • 김재광 기자
  • 승인 2018.01.26 13: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축 방역관 검사·시료채취 등 

농장출입 잦아 AI확산 요인 가능성

지방 수의직 방역관 인력풀 '난제'

고강도 방역정책, 오리산업 말살

지난해 11월 17일 전북 고창 육용오리농장에서 처음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는 26일 현재 총 AI 발생 14건(오리 13, 산란계 1) 중 전남 11건 전북 2건 등 호남지역에 집중적으로 창궐했다. 확산세를 보이던 AI는 10여일 넘게 발생하지 않고 있어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2016~2017년 AI 당시 사상 최대의 피해를 냈지만 이번 AI는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와 맞물리면서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평창올림픽의 평화올림픽 실현과 AI발생 평화상태와는 반대로 현장에서는 ‘전쟁’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 방역관 ‘프리패스’ 확산 요인중 하나

지난해 9월 정부가 발표한 ‘조류인플루엔자 방역 종합대책’을 통해 강화된 방역조치가 시행되면서 방역지역 내 오리농가들은 주 1회 정밀검사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AI검사를 위해 시료를 채취한 방역관들이 다음 날 인근 농장에 출입해 또 시료를 채취해 가는 경우도 있어 AI 확산의 원인을 제공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남에서 육용오리를 사육하는 H씨는 “어제 시료채취해 간 가축방역관이 주변 농장에서 AI가 발생하면 오늘 또 시료채취를 위해 출입하는 식이다”며 “AI바이러스가 있다는 결과를 미리 정하고 이에 맞춘 검사를 하고 있는 꼴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발생농가에 대한 역학조사에 방역관이나 차량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 만약 방역관들에 의해 AI가 발생하더라도 결국 피해는 농가만 보게 된다”고 주장했다. H씨는 또, “정부의 강화된 조치로 검사관도 외부인이지만 문을 열어줄 수밖에 없다”며 “출입시 오리들의 스트레스가 상승하고 면역력이 저하돼 AI에 더욱 취약해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오리협회 관계자도 “방역관이 철저한 방역조치를 이행하더라도 AI 발생이 없는 청정한 농장에 출입 빈도가 높으면 위험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방역관 역학조사 관련, 농림축산검역본부 역학조사과는 “홍보팀에 문의하거나 서면, 메일로 질의해주면 서면으로 답변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 극한직업…가축 방역관도 난색

방역관의 잦은 출입에 불만이 쌓인 오리농가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는 가운데 전남도 동물위생사업소는 “교차오염 우려로 고병원성 AI가 확인된 농장 출입 이력이 있는 방역관들은 일주일 동안 다른 지역 투입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AI확진이라는 결과 발생시 업무가 차단되는 것이기 때문에 방역관 전파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는 셈이다. 전남도 동물위생사업소는 방역관의 역학조사에 관련해서도 “역학 조사대상에 방역관들도 포함돼 있지만 현재까지 조치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취재과정에서 한 지자체 가축방역관은 “외부인 차단이 중요한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예찰시 휴대전화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전송받아 확인하기도 한다”며 “AI발생 농장의 손해가 크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방역관들도 매뉴얼을 철저히 지키면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역관은 “비상근무에도 농가들에게 원성을 듣기도 하고 실랑이가 벌어지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며 "이런 한파속에서도 길바닥에 앉아 짜장면으로 하루 한 끼를 때우며 방역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업계 전문가는 “지방 수의직 공무원 기피현상이 두드러지는 이유가 여실히 드러난 사례다”고 진단하고 “부족한 인원으로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고강도 방역 정책으로 농가와의 마찰이 심해지고 업무 피로도가 상당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정부가 가축전염병 강경 대책을 실행함에 있어 지방 수의직 방역인력 확충, 균형잡힌 방역체계 등 선행과제들이 있었는데, 평창올림픽 성공개최라는 목표 아래 이러한 문제들을 안고 추진하다 보니 AI발생 수치상으로는 성공적이었을지 몰라도 관련 산업은 말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 호 계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