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산물도 수출하면 된다”
“우리 농산물도 수출하면 된다”
  • (주)농축유통신문
  • 승인 2011.11.25 10: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무엇을 수출하겠다는 것인지요”
김재민 부장

우리의 식량자급률이 낮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국정을 책임지고 계시는 이명박 대통령께서는 지난 23일 ‘한미 FTA 관련 긴급 관계 장관회의’를 주제하는 자리에서 우리 농업을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괴변을 늘어놓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그나마 자급을 하고 있는 품목은 주식인 쌀과 고구마·감자와 같은 서류, 계란만이 100% 대에 근접한 자급률을 나타낼 뿐이고 사료를 포함한 전체 곡물자급률은 26.7%, 사료용 곡물을 제외한 식량자급률은 54.9%로 식량이 절대적으로 모자라 해외에서 사와야 하는 식량빈국임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농업 수출품목도 파프리카와 배 등 극히 일부 과실류와 밀어내기 식의 쌀 수출이 전부인데 식량부족국가인 대한민국에서 FTA가 되고 시장이 개방됐다 해서 농축산물을 수출할 수 있다는 발상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다.
더욱이 우리 농업 생산물의 가격 경쟁력이 낮은 이유가 과도한 생산비 때문이고 생산비도 살펴보면 생산성에서의 차이보다는 높은 지대 뒤이어 높은 인건비가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좀 더 정말 뭔가 노력하면 이뤄낼 수 있는 것 마냥 호도하는 것은 농민들을 기만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즉 농민들이 노력해서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 누가 더 보조금을 많이 주나 경쟁하듯 농업보조금을 뿌리고 있는 미국·EU와 달리 우리는 피부로 체감되지 않을 수준의 쌀직불금을 지급하며 생색이란 생색은 다 내고 있으니 이러한 상황에서 농민들에게 소극적인 자세 말고 자신감을 갖고 농산물을 수출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FTA 비준보다 더욱 농민들을 허탈하게 만들 뿐이다.
한미 FTA와 한EU FTA 협상이 잇따라 타결됐을 때 장태평 당시 농식품부장관(현 마사회장)도 언론에 나서서 삼겹살이 밀려들어오겠지만 우리 양돈산업의 경쟁력을 조금만 높이면 뒷다리살 등을 비싼 값에 내다 팔 수 있다며 농업인들에게 생산성 향상에 나설 것을 주문한 바 있다.
하지만 그 후로 잇따라 터진 구제역·AI 등 악성 가축 전염병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어떤 축산물도 수출할 수 없는 국가가 되고 말았다.
지금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사태로 인해 많은 농산물을 수입하고 우리나라에서 많은 농산물을 수출해 주기를 원하고 있지만 정작 현재 남아도는 한우고기는 수출할 길이 원천적으로 막혀 있고 돼지고기는 우리 먹을 것도 없어 세계 삼겹살의 블랙홀이 된지 수개월째다.
전 지구적으로 인구증가, 육류소비 증가, 바이오연료라는 신수요 등으로 곡물 수급이 빡빡해졌고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생산량의 변동성 또한 커진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우리 식량자급률을 높일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서 FTA를 통해 농업 포기 선언을 정부와 국회가 한 것이다.
가격 경쟁력에서 한참 뒤져 있는 우리 농업부문의 입장에서 FTA는 자체 생산을 줄이고 수입량을 늘리겠다는 입장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미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취임 직후 미국방문 후 귀향길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할 수 있게 된 것은 축복이라는 발언으로 수입을 통해 물가를 잡아 보려는 야심을 공공연하게 드러냈다.
우리 농업과 농촌의 위기 그리고 처한 상황에 대한 미천한 이해로 인해 농업은 과거 정부보다 더욱 활력을 잃고 여러 위기감 속에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UR협상 이후 경쟁력 제고 방안을 제시하고 십 수 년간 일관되게 추진했던 것과 달리 이미 한EU FTA가 발효되고 한미 FTA까지 발효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말로는 “농업을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겠다” 이야기 했지만 손에 잡힐만한 경쟁력 제고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현재 이명박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농민들의 불안감을 해소시켜 농업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이미 고령화되어 농업과 농촌의 지속성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농업인이 더 이탈한다면 또 개방이라는 리스크를 두려워해 신규농업인의 진입이 막혀 버린다면 앞으로 예상되는 식량전쟁에서 대한민국은 어려운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농민의 이탈을 막고 정말 우리 농업을 지킬 대안을 수립해 마련하지 못한다면 관세가 서서히 사라지는 10년 뒤 15년 뒤 우리 농업의 모습은 예측하기 힘들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