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인터뷰- 구제역을 딛고 일어선 사람들
신년특집 인터뷰- 구제역을 딛고 일어선 사람들
  • 황지혜 기자
  • 승인 2012.01.04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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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농가들에게 2011년은 유독 아프고 힘든 일이 많은 한해였다. 그들에게 악재가 무엇이었노라고 묻자면 FTA서부터 시작해 한 두가지가 아닐 거라고 대답하겠지만 그 중 단연 최악의 악재는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자연의 재앙, 바로 구제역이 아닐까 싶다.
두 해 연속 구제역이 파동치고 지나간 자리에는 농가들의 지친 한숨과 눈물이 곳곳에 베어있다. 함부로 얘기할 수 없는 그들의 아픔을 일년이 지난 지금 조심스럽게 꺼내어보았다.
구제역의 역경을 딛고 재건한 농가들이 있어 축산농가는 아직 버틸 수 있다고, 버텨줘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편집자 주>


"한우가 살아야 나라가 살지"

 

 2011년 1월 6일 52두 살처분→65두 재건

뜨락농장 이상혁대표(한우협회 강원도 원주지부장, 치악산한우추진단장)

전국한우협회 이상혁 원주시지부장의 시련은 2011년 1월 6일에 찾아왔다. 집밖에도 나가지 않고 방역에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1마리가 감염됐다. 52두 중 단 한 마리였다. 하지만 주변 농장에 피해가 갈까 염려했던 그는 52두 모두 살처분했다. 그리고 지금 65두를 재건했다. 다른 직원 없이 부부 둘의 힘으로만 일궈낸 결과다.
게다가 이번에 치악산 한우가 소비자시민연대모임이 선정한 우수축산물에 인증되는 등 겹경사가 찾아오고 있다. 그는 치악산한우 추진단장으로 치악산한우 브랜드 사업 활성화를 위해 남다른 애정과 비전을 제시해 농가실익증진에 앞장서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결이 뭐냐고 물어보니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제가 한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소 밥 잘주고 열심히 잘 키우는 그뿐. 사람의 역할은 한계가 있습니다. 자연의 힘이 얼마나 큰지, 이번 일을 통해서 절실히 느꼈습니다. 다 자연이 해주는 거에요”
강원도 원주시 호저면 무장리에 위치한 뜨락농장은 한적한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곳까지 구제역이 흘러들어오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방역에 신경쓴다고 썼는데도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강원도에서 매몰된 소가 300만두 중에 12만두니 다른 지역에 비해 피해가 적었다고 할 수도 있죠. 나같은 경우도 그래요. 주변에서 우리 집만 걸렸으니까(웃음)”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지원비를 어렵사리 보조받아 우사에 소들을 다시 입식했을 때의 심정을 물어보니 그의 눈에 일렁이는 시선이 당시의 상황을 짐작으로나마 느낄 수 있게 했다.
“한우 농가들에게 한번 물어보세요. 소는 가족 그 이상의 존재입니다. 내가 직접 먹이고 키워낸 소들을 내 손으로 보내야 할 때, 그 때마저도 착실하게 주인을 바라보는 눈빛, 그 선한 눈을 잊지 못해요”
생산비는 늘어가고 한우가격은 떨어지니 인건비마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도 입식을 한 이유를 물으니 텅빈 우사를 보기 싫다는 대답이 나온다. 그 기분은 아무도 모를 것이라 말한다.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결국 다시 우사로 돌아왔다는 말이다.

 

 

 

  '엄마소가 못다이룬 꿈 딸소가 이뤘다'

 

2011년 1월 4일 발생 94두 살처분→59두 재건

노곡목장 최명회대표(포천개량동호회장, 홀스타인개량동호회 부회장)

포천지역은 두해 연속 구제역을 맞아 유달리 한파를 크게 겪은 곳으로 알려져있다. 25년간 소를 키워왔다던 노곡목장 최명회씨의 최초 감염은 1월 4일에 찾아왔다. 아침에 한 마리가 수포성으로 나온 것이 저녁때 5마리가 나오고 그 다음날 5마리, 그 다음날 또 10마리로 우후죽순으로 나타나버렸다. 인적으로는 도저히 막을 수 없었다. 결국 1월 8일날 78두를 묻고 나중에 묻은 것까지 도합해서 총 94두를 묻었다. 피해도 피해지만 최명회씨는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소독약을 아무리 골고루 뿌려도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공기로 감염됐다고 밖엔 생각할 수가 없어요. 강줄기를 따라 붙은 농가들만 피해를 보고 그 건너편 농가들은 모두 무사했으니까요.”

포천에는 올해에만 68낙농가가 살처분을 해야했다. 그는 가만히만 있을 수 없었다.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은 피해받은 농가들을 위해 전국비대위부위원장을 맡으며 노숙농성을 벌이는 등 정부보상에 대해 강력히 항의해 지원금을 요청하기도 했다.
“문제는 농협조사를 근거로 한 정부의 잘못된 젖소 보상기준입니다. 젖소가 4산, 5산이 최고의 피크인데 그럼 그때는(우유생산이) 보통 만킬로 이상이에요, 그런데 그런 소들을 완전히 90만원대 폐소값을 쳐준다면 우유값을 완전히 무시한거지요. 정부의 지원이 절실합니다.”
그는 매일 젖소 4마리를 운동 시키고 목욕시킨다. 홀스타인 품평회를 위해서다. 그가 구제역으로 잃은 소 110마리 중에는 올해 홀스타인 품평회의 강력한 우승후보도 있었다. 다행히 그 소의 자식들은 구제역을 견뎌 이번 대회 출전할 수 있었다. 구제역 때문에 엄마소가 못 다 이룬 꿈을 딸 소들이 이뤄준 것이다.
최명회씨는 구제역 전에 원유 2400kg을 짰었다. 지금은 59두를 통해 1700kg정도로 80% 복구된 상황이다. 구제역을 딛고 일어설 수 있었던 노하우를 알려달랬더니 그는 겸손히 고개를 저었다.
“나같은 경우는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아 피해받지 않은 농가로부터 3~4마리씩 받아서 가능했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힘들었을 겁니다. 포천에 아직까지도 입식하지 못한 농가가 많아요. 영세농가들은 피해를 많이 받았지요.”

구제역의 피해를 받은 농가들의 염원이 있다면 구제역을 농가들의 부실한 방역탓인냥 책임을 돌리는 것이다. 피해받은 농가들을 위해 현실적인 보상금 지원을 통해 농가들의 다친 마음을 달래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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