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독자들의 호소에 응답하지 못한 이유
[기자수첩] 독자들의 호소에 응답하지 못한 이유
  • 김재광 기자
  • 승인 2018.03.08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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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님, 귀한 기사를 올려주신 데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로 시작된 메일은 “제발 도와달라”는 간청으로 마무리됐다.

지난 2월 수차례 송고한 무허가축사(미허가 축사) 관련 기사들에 대한 독자들의 댓글과 메일로 받은 피드백들은 대부분 간청과 분노로 가득 찼다. 독자들이 보내오는 굴곡진 사연들을 간추려보면 ‘하고 싶은데 못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논의를 거듭한 끝에 2월 28일 가축분뇨법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적법화 노력을 한 농가, 의지가 있는 농가들을 제도권 안으로 안착시키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에 대해 독자들은 의지가 있어도 신청조차 할 수 없다며 분노하다가도 도와달라는 간청으로 절실함을 호소했다.

어떤 독자는 직접 편지를 보내왔다. 축사 7동을 짓고 37년 동안 농장을 꾸려온 충남 서산의 한 축산농가다. 80년대 초반에는 울타리로 소유지를 구분해 놨기 때문에 지금껏 문제없이 지내오다 무허가 축사 적법화 소식에 절차를 밟으려 했더니 타인 소유 토지를 침범해 있던 사례였다.

매매로 해결 되겠거니 했던 이 토지는 종산이었고 공동명의자 5명의 동의가 필요했다. 그중 3명은 사망했고 2명은 생존해 있었다. 한 사망자의 배우자는 행방이 묘연해 연락할 길이 없고 다른 사망자는 권리를 상속한 남매가 불화로 인해 갈라서 서로 연락조차 하지 않아 매매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생존자 2명은 모두 매매의사를 밝혔지만 앞의 두 사망자의 엉킨 실타래를 농가 개인의 힘으로는 풀 방법이 없어 적법화를 도저히 할 수 없다며 기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농가들이 보내온 피드백엔 정말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사례가 존재했다. 일일이 답장을 보내려다 이내 생각을 접었다.

전문지 기자라면 냉혹한 현실을 전달하는 기자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정부와 국회를 움직이는 동력으로 삼을 수 있도록 현장감과 전문성을 겸비한 기사로 답해야 한다는 어느 선배 기자의 가르침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 출입 기자단과 그간 달려왔던 시간들을 되짚었다. 기자들은 “행정 편의주의적 접근에서 적법화를 진행하다 보니 누구하나 개운치 못한 연장”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축산과 관련한 주요 국민의 정서를 포털 일간지 관련 기사 댓글을 통해 수렴하는 태도를 보여 왔다. 그러나 무허가 축사 문제에 관해서는 농축산업계 전문지를 통해 현장을 이해하고 균형감 있는 해법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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