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식(食)과 농(農)의 거리를 좁히는 ‘완주로컬푸드’
[창간특집] 식(食)과 농(農)의 거리를 좁히는 ‘완주로컬푸드’
  • 김수용 기자
  • 승인 2018.03.30 16: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완주군 로컬푸드 1번지라는 수식어가 가장 적합한 도시다. 로컬푸드의 성공으로 지역공동체가 살아났고 순환경제도 점차 커지고 있다. 사진은 귀농귀촌 희망자를 위한 팜투어가 진행된 후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완주군 로컬푸드 1번지라는 수식어가 가장 적합한 도시다. 로컬푸드의 성공으로 지역공동체가 살아났고 순환경제도 점차 커지고 있다. 사진은 귀농귀촌 희망자를 위한 팜투어가 진행된 후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걱정없이 농사짓고 안심하고 소비하는 나라'

Ⅲ. 먹거리 안심 소비, 화제의 현장

농민 “안정된 생산, 농촌 활력”
소비자 “이보다 더 신선할 수 없다”

완주군은 전라북도에 위치한 인구 9만명의 작은 도농복합도시다. 지리적으로는 인근 65만 전주시가 있지만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과 연계해 도농간의 지역순환경제를 만드는 것은 어려웠다.

완주군은 우선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 마을회사 100개소 육성’, ‘전면적인 로컬푸드 실현’, ‘도농간 순환’, ‘농촌형 사회적 일자리 만들기’, ‘커뮤니티비즈니스 촉진등 다섯 가지 전략을 세웠다.

로컬푸드 관계시장 창출

완주군 총 농가 9700여 농가 중 1ha 미만농가는 6200농가(72.8%)이며 65세 이상 고령농이 36.5%에 달한다. 이들 중 68%가 자가소비로 생산물을 소비하고 있어 완주군 지역농업의 지속가능한 생산구조를 만들어 가는데 있어서 영세 고령농의 생산적 복지를 통한 삶의 질을 높이는 문제가 매우 중요한 과제로 대두됐다. 로컬푸드를 통해 이른바 관계시장을 창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지역전체의 소득을 높이고 지역농업 및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도 담보해 내자는 것이다. 로컬푸드 통합추진 전략에는 정책대상과 목표, 생산·유통·소비 등의 정책수단, 추진조직 육성과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각종 조례 제정도 포함됐다.

도시의 소비자가 로컬푸드 매장을 찾아 판매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도시의 소비자가 로컬푸드 매장을 찾아 판매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생산재편, 소농 조직화

그간 한국의 농업생산구조가 대규모·단작화로 구조조정 됐지만 지역농업의 일정 영역을 다품목 소량생산이 가능한 체계로 재편하는 일이 무엇보다 급했다.

우선 고령농과 할머니 등을 중심으로 작목반을 조직했다. 지역소농에게 참여기회를 제공하는 일은 완주로컬푸드 협동조합 기획생산팀이 1년이 넘는 시간을 매일 저녁 마을사랑방 좌담회를 조직, 재배가능 면적, 품목, 재배 및 출하방법을 교육하고 토론했다. 조직화는 주로 자가 소비 또는 농업소득이 없는 고령농을 중심으로 진행했다. 로컬푸드 작목회는 총1500농가가 참여하고 있다. 얼굴있는 먹거리 생산자로서의 자긍심과 책임의식을 고취하는 다양한 교육과 세미나를 진행했다.

이와 함께 마을 및 지역공동체 단위 공동생산을 장려했다. 가족소농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한국의 지역농업 상황에서 공동체사업에 의한 생산량의 규모화는 지역농업 조직화의 기본 전략이다. 안정적인 물량의 확보 측면과 품질의 균일화 측면에서도 공동체를 기반한 생산조직화는 필수다. 우선 두레농장과의 연계다. 두레농장은 농촌노인 일자리창출과 소득안정, 공동식사를 통한 건강증진을 목적으로 기획된 완주군 고유의 생산적 노인복지시책으로 현재 10개소가 운영중이다. 다음은 완주군이 육성중인 104개의 마을사업 중 슬로푸드(장류 등 발효음식) 및 신선식품(두부, 콩나물, 유정란 등) 생산마을과의 연계다. 자활센터나 시니어클럽 등 취약계층의 사회적 일자리와의 연계도 중요했다.

농민가공 활성화

한국의 가공사업은 농민들이 배제되는 가운데 이른바 식품산업자본에 의해서 주도돼 왔기 때문에 농산물 가공의 부가가치가 농민에게 환원되지 못했다. 따라서 농민가공, 즉 지역산 농산물을 생산한 농민들에 의해서 이뤄지는 가공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이는 로컬푸드 소비자의 다양한 밥상품목에 대한 요구이기도 하다. 제조기술교육, 인허가 문제, 안정된 판로가 농민가공 활성화의 핵심과제다. 이를 위해 마을단위 공동가공 촉진했다.

몇 년부터 추진해 온 마을회사 육성사업의 결과로 다양한 마을단위 가공상품이 직매장등으로 출시돼 마을공동체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특히 직판장이 활성화하면서 두부 만드는 마을만도 7개소에 이른다.

또한 거점농민가공센터 설치하고 운영했다. 직매장, 꾸러미 등 관계시장품목다양화에 기여하고 나아가 농민가공을 통한 부가가치의 농가환원을 목적으로 거점농민가공센터를 설치, 운영중이다. 군에서 159000만원을 투입, 공장 495, 폐수배출시설 48.36규모로 2012년 완공했고 밑반찬가공실, 습식가공실, 건식가공실, 위생실, 전처리실, 포장실, 조리실습실 등을 갖췄다. 협동조합 등 주민조직에 의해 운영되고, 행정은 이를 다방면에서 지원한다.

마지막으로 안전성의 강화하기 위해 군 자체 인증제도 등 안전성 관리시스템을 구축했다. 완주군은 중층적인 안전성 관리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각 직매장에서 진행하는 57개 항목에 대한 간이잔류농약검사를 실시한다. 출하를 원하는 농가는 출하 전 반드시 샘플을 제출해 검사를 의뢰해야 한다. 유통단계 안전성 검사는 로컬푸드 인증전담부서(2012년 신설)에서 1주일에 두 번씩 직매장에서 품목을 무작위로 추출해 246개 항목에 대한 잔류농약검사를 실시한다. 잔류농약 검사에서 문제가 생기면 삼진아웃제가 적용된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는 1회시 출하정지 1개월, 2회시 출하정지 3개월, 3회시 영구 퇴출된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행복한 밥상

로컬푸드 거점직매장은 현재 4개소가 운영중이다. 직매장은 소비자 생활권인 전주시와 완주군 접경지역에 위치해 생산자와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였다. 지역농협 운영모델이 1개소, 완주로컬푸드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곳이 3개소다. 사업초기 공공성담보를 위해 완주군과 지역의 10개 농축협이 공동으로 출자해 설립한 제3섹터형 농업회사법인이 11표의 민주적 운영, 농가 주인의식 고취를 위해 협동조합으로 전환됐다. 13개 읍면에 분포해 있는 소농과 고령농을 조직화하고 직매장으로 연결하는 중간지원조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농가 스스로 가격을 결정, 소포장해 매일 아침 진열한다. 이용료 10%를 제외한 90%는 농가에 환원되므로 농가의 만족도가 높다.

생산과 소비간 쌍방 소통

특별히 생산과 소비간 사회적 거리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소비자들로 구성된 주부 모니터단을 운영하고, 매주 토·일요일에는 농촌으로 떠나는 체험버스를 운행한다. 완주군 농촌 공동체를 순회하며, 수확체험, 가공체험, 음식만들기,농가와의 대화를 진행한다.

직거래 매장의 안착을 바탕으로 농식품-음식-체험이 결합된 복합교류공간 개념인 로컬푸드 해피스테이션을 추진하고 있다. 이른바 농업과 밥상을 함께 살리는 행복정거장이다. 얼굴 있는 먹거리 뿐 아니라 슬로푸드 밥상 문화, 농촌정보발신, 마을여행버스운행 등을 통해 멀어진 식()과 농()의 거리를 좁히는 농도 상생형 협동경제, 농식품 6차산업화 모델로 확장해가고 있다.

완주 로컬푸드 직매장의 모습.
완주 로컬푸드 직매장의 모습.
지역공동체가 살아나고 순환경제가 커지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손잡고 만드는 로컬푸드 상생경제의 가장 큰 효과는 농촌의 소농, 고령농의 안정된 소득, 일자리, 생산자의 자긍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연중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상설 직판장은 로컬푸드 관계형 시장 중 가장 큰 순환경제 효과를 낳는다. 농가의 입장에서는 매일매일 무엇인가를 납품할 수 있도록 생산품목과 작부체계를 전환함으로써 꾸준한 소득을 올릴 수 있고 소비자의 경우도 생활권 가까이에서 언제든 로컬푸드 구입이 가능해지므로 만족도가 크다. 소농들의 참여가 늘면서 그동안 버려졌거나 방치됐던 지역의 농지활용도가 눈에 띄게 높아진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또한 마을공동체 및 지역공동체의 자립과 활력이 높아지고 있다. 마을회사, 두레농장, CB공동체 등 지역활력 사업을 로컬푸드와 수평적으로 연계함으로써 공동체 성장과 마을자립을 촉진하는 효과가 생겨나고 있다. 소비자와의 직접적인 교류, 소통 통로가 생겨나면서 지역공동체사업이 탄력을 받는 것이다. 두부 만드는 마을만도 7곳이다. 장애인, 이주여성들의 일자리 마더쿠키는 직매장에 납품하면서 매출이 10배로 늘었다.

소비자의 태도가 달라지다

로컬푸드 거점매장이 들어서면서 소비자의 먹거리 구매질서가 크게 바뀌고 있다. 매장당 1일 평균 1000여명이 넘는 소비자가 찾는다. 이유는 세 가지, 이보다 더 신선할 수 없다’, ‘생산자도 소비자도 모두 만족하는 합리적인 가격이 성립된다’, ‘국내산을 넘어 지역산을 넘어 생산농가를 알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소비자의 로컬푸드에 대한 신뢰는 주말 농촌여행버스로 이어지며 지역의 가치까지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한국에서 글로벌푸드 폐해를 지역에서부터 근절시키는 실사구시 전략으로 로컬푸드가 주목받아왔지만 이를 지역농정혁신을 통해 현실에서 증명해보인 곳은 완주군이 유일하다. 중앙정부는 물론 지자체, 시민사회단체, 생산자단체의 벤치마킹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가치지역브랜드로 내건 전략이 적중했다. ‘대한민국 농촌수도’, ‘로컬푸드 1번지란 슬로건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