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생태축산 모티브 뉴질랜드] 세계 염소 육류시장 돌풍 중심 비결은 '자연과 조화, 엄격한 혈통관리'
[산지생태축산 모티브 뉴질랜드] 세계 염소 육류시장 돌풍 중심 비결은 '자연과 조화, 엄격한 혈통관리'
  • 김재광 기자
  • 승인 2018.05.04 15: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질랜드 염소

세계 염소 사육마릿수 중 단 1% 미만의 사육두수로 염소 최고 수출국으로 등극한 뉴질랜드. 자국 내 염소 중 약 70%이상, 1000톤에 육박하는 염소 육용 고기를 미국과 북아시아, 중동지역까지 수출하며 세계 염소시장에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보어(Bore)고기는 더 많은 잠재수요가 있지만 공급할 육용 염소고기가 부족한 상태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뉴질랜드 보어 염소의 어떤 요소가 세계 수요를 흡입하는지 들여다보기로 한다.

◆ 뉴질랜드 보어산업은
   새로운 ‘블루오션’ 부각

뉴질랜드는 염소산업을 크게 3가지로 분류한다. 낙농업으로서의 산양유 산업과 섬유산업(모헤어, 앙고라 산양에서 얻은 모섬유), 그리고 육용고기 보어산업이다. 육용 염소의 역사는 길지 않다. 뉴질랜드 축산인들은 1993년부터 본격적으로 육류 소비를 위해 보어 염소를 사육하기 시작했다.

Massey university 리포트에 따르면 뉴질랜드 보어 농장은 약 30곳으로 약 7200두가 사육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주 사육지는 건조한 기후와 거친 지형이 어우러진 뉴질랜드 남섬 일대다. 육용 염소로 보어와 더불어 뉴질랜드에서 개량된 키코(Kiko)종도 있지만 남섬 북단 넬슨지역 한 농장에서 단 300마리만이 사육되고 있다.

뉴질랜드는 육용 염소고기가 2000년대 들어 수요가 증폭되고 꾸준한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리포트에서는 보어 사육두수가 약 1400두 이상 늘어나야 뉴질랜드 염소육류 수요를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같은 염소 산업 내에서도 육류 시장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보어산업의 육성 방안과 관련 연구가 학계와 육류업계 사이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다.

◆ 육용염소시장 영역 확대
  유통가, 산업 잠재력 ‘촉각’

뉴질랜드 보어 산업 규모는 작지만 세계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뉴질랜드 염소업계는 보어산업의 잠재력을 현실적인 성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고민이 한창이다. 그 고민의 발상이 우리나라와 사뭇 달랐다. 국가단위의 독려 정책이나 지원보다 관련 업계인들이 스스로 유입될 수 있도록 산업의 볼륨을 키우고 농가는 품종의 고품격화에만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농가들은 품종이 좋은 축군들을 추려 적정 두수 이상은 모두 도축한다. 염소를 도축할 수 있는 시설이 설비된 도축장이 아직 많지 않아 염소 도축은 주로 소와 돼지 등의 도축이 줄어드는 비수기에 이뤄진다. 그러나 최근 염소 육류시장에 대한 발전 가능성은 육가공업체의 유입도 이끌고 있다. 염소고기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도축장들은 염소 도축을 위한 추가 시설을 설비하고 가공장을 개방하기 시작했다.

뉴질랜드 보어사육자협회 관계자는 “조금 더 윤택한 삶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보어 사육을 고민하고 스스로 선택하게 될 것”이라면서 "관련 업계도 산업의 가치를 인식하고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보어산업에 대한 자긍심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처럼 뉴질랜드는 지금 육용 염소 보어산업을 고도화하기 위한 연구와 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었다.

국내 염소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도 양고기에 빼앗긴 국내 염소고기 점유율을 되찾으려면 우수한 품종의 국산화를 통해 스스로 잠재력을 키우고 세계 육류시장 흐름에 예민하게 반응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 국토의 64%가 산림면적이어서 이를 활용하는 산지생태축산 도입 논의가 활발한 만큼 우수 개체와 산지생태축산이 접목된다면 국내 염소시장의 미래는 밝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 뉴질랜드 보어 수요 봇물
    ‘프리미엄’ 가치 입히기

뉴질랜드 대사관을 통해 접촉하게 된 염소중개업자 마크(Mark) 씨는 “뉴질랜드는 남아프리카에서 수입 된 세계 최고의 보어 유전을 보유하고 있어 생축 수입 수요가 많다”며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지역에 수출된 적이 있고 최근 러시아와 중국에서 대규모 수요가 있어 이번 한국 수출 후 진행될 예정이다”고 밝혔다.

생축수출과 더불어 염소 육가공품, 염소고기에 대한 수요도 미국과 일본, 터키, 인도 등을 중심으로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다고도 전했다.

뉴질랜드 보어는 유전적 가장 우수하다고 여겨지고 있어 근친교배로 개체들의 퇴화가 진행돼 수출을 희망하는 국가도 있지만 무엇보다 뉴질랜드는 세계동물보건기구(OIE)가 인정하는 세계 최고의 청정국가이기 때문에 맛과 품질의 신뢰도가 높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뉴질랜드 육류시장에서도 염소고기 시장 규모가 작은 반면, 최근 내수소비와 수출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뉴질랜드 염소고기에 프리미엄 가치를 부여하는 전략도 감지된다. 수요를 맞출 수 없는 물량난을 급진적으로 불리기보다 이른바 헝거마케팅(Hunger marketing)으로 이용하면서 특별함이 스스로 주입되도록 해 지속적인 반응을 이끌겠다는 것이다.

뉴질랜드 염소고기에 세계 여러 나라가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에 대해 마크 씨는 “다양한 국가들이 자체적으로 유럽과 호주 등과 비교해 뉴질랜드 염소가 우수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오퍼를 보내는 것으로 전해들었다”며 “뉴질랜드 염소 수출 증가에 주된 장애는 염소 농부와 사육두수가 적다는 것이지만 우리는 염소 고기를 취급하는 10여개 육가공 업체들과 염소 부분육과 부산물에 프리미엄 가치를 부여하는 방안을 고민중이다”고 전했다.

dfdf
상단 왼쪽부터 수상 트로피와 기념사진. 하단 좌측 첫번째는 Tru-test XRS Stick이라는 농장관리 장비다. 스틱을 개체에 대면 옵션에 따라 거세시기, 임신시기, 출생정보 등이 화면에 출력된다.하단 중간사진은 보어사육협회에서 발행한 혈통증명서와 뉴질랜드 내 최고 품종을 자랑하는 화이트스톤 농장의 보어 종축(우측 맨끝).(사진 클릭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최고 혈통관리 ‘자부심’
   천혜의 자연과 어울림 강조
   가축도 가족의 일원
   고품질 유지 위해 선별 도축

뉴질랜드 남섬 밀턴에서 내륙쪽으로 밀턴-테이블 힐 로드를 따라 펼쳐진 산악지형의 목초지 가운데 위치한 ‘화이트스톤’ 농장을 방문했다. 이번 국내로의 뉴질랜드 염소 수출에도 이 농장의 보어가 포함됐다. 마크(Mark)씨는 화이트스톤 농장을 운영하는 오웬(Owen Booth)씨를 각종 보어 관련 품평회에서 1위를 휩쓸고 있는 뉴질랜드 축산업의 선구자라고 소개했다.

오웬 씨는 “내가 사육하고 있는 보어를 직접 보여주고 사육환경과 관리법에 대해 알려주는 것은 상당히 의미있는 일로 생각한다”며 취재진을 반겼다.

보어 사육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Most importantly animal analytic to perform.”라고 즉답했다. 분석을 통해 가장 좋은 혈통을 유지하거나 더 훌륭한 개체를 생산한다는 얘기다.

오웬 씨는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보어 사육을 시작했고 당시 호주를 오가며 종축개량에 노력해 지금은 훌륭한 보어 종축군을 유지하고 있다”며 서재에서 혈통등록자료와 각종 품평회을 휩쓸은 트로피를 꺼내보였다.

보어 염소에 대한 혈통관리는 농가단위에서 출발한다. 농장에서 우수한 능력을 가진 개체를 보어사육자협회에 등록하고 협회에서는 확인 절차 후 직인을 찍어 혈통증명서를 농가에 보낸다. 국내서는 염소와 관련돼 아직 검정기관이 지정돼 있지 않지만 관련 논의가 진행중이다.

화이트스톤 농장.
화이트스톤 농장주 오웬 씨가 보어들을 이끌고있는 모습.

오웬 씨는 여러 수상내역 중 특히, ‘뉴질랜드 캔터베리 A&P 쇼’에서 2014년부터 5년 연속 보어부문 트로피를 올리고 있다며 독보적인 품종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했다.

이 대회는 우리나라 젖소 홀스타인대회와 한우능력평가대회가 결합된 지역축제 격이다. 연간 5~6만명이 다녀가는 뉴질랜드 최대 지역축제로 소, 돼지, 말, 가금, 염소, 양 등 수많은 가축에 대한 종합 품평회가 열리는 동시에 경매도 이뤄진다.

오웬씨의 농장은 약 3만평 규모에 약 150두를 사육하고 있다. 넓은 목초지를 8구역으로 나눠 초지관리 수준까지만 풀을 먹이고 섹터를 순회한다. 하루 섭취량은 건초 2kg 수준이다. 배합사료를 급여하지 않기 때문에 초반 증체량은 국내 염소에 비해 더디지만 숫염소의 경우 120~150kg까지 증체한다. 우수 혈통을 가진 숫염소들은 가장 먼 구역에 방목하고 반대로 순회한다.

이곳 보어들은 푸른 목초지에 구릉진 언덕을 누비며 싱싱하고 푸른 풀과 햇볕으로 건강하게 사육되고 있었다. 

뉴질랜드 보어중 최고의 종축군으로 꼽히는<사진> 염소를 가리키며 얼마의 가치를 지니느냐는 질문에 “돈으로 환산할 아이가 아니다”며 “7년을 함께 해 온 가족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아이의 혈통도 이번에 한국으로 가게 된다”며 “최고의 보어를 사육한다는 내 자신의 자부심도 이어가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국내 관계자는 후문으로 3만달러(한화2300만원)에도 웃으며 거절했다고 귀띔했다.

사육규모를 늘리면 좋은 종축군을 더 확보할 수 있고 수익도 월등해지지 않냐는 질문에는 “이 두수가 목초지를 훼손하지 않고 지속적인 농장운영을 할 수 있는 정적두수다”며 “비록 공급물량이 부족하더라도 시장을 혼탁하게 하지 않고 최고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능력이 떨어지거나 유전적으로 결함이 있는 개체는 조기에 도축한다”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