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본칼럼] 농어촌상생기금, 본말이 전도되다
[농본칼럼] 농어촌상생기금, 본말이 전도되다
  • 김영하 대기자
  • 승인 2018.05.11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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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유통신문=김영하 대기자]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하 상생기금) 모금이 올해 들어서도 여전히 부진하다. 이것을 억지로 기업의 출연을 요청하며 모금해야 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농어촌상생기금은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참여한 동반성장위원회에서 무역이익공유제가 제시되면서 WTOFTA로 엄청난 손해를 본 농어업에도 무역으로 이익을 본 기업들이 무역이익을 공유하자는 의미에서 시작된 기금이다. 더구나 한중FTA의 국회비준을 위해 상생기금이 부각된 것이다.

기업은 준조세라며 문제제기 초반부터 반발해왔다. 또한 상생기금도 무역으로 엄청난 이익을 본 민간기업 중 지난해 현대자동차가 2억원을 낸 것을 빼고는 참여가 아예 없다. 현대자동차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454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조족지혈인 셈이다. 박근혜 정부의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에 수십억원씩을 기부하던 대기업들이 상생기금에는 무심한 것이다.

·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에 따르면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운영본부가 지난해 330일 출범한 이후 연말까지 3096000만원을 모아 목표액 대비 31%를 달성했다. 올해에도 51일까지의 모금액은 157960만원에 불과하다. 목표액 1000억원의 1.5%로 아주 미미한 상황이다. 더구나 기부한 조직이 대부분 공기업이다. 총 금액 4675600만원 중 한국전력과 그 자회사가 3219000만원을 모금해 99%를 차지하고 있다. 무역과 관련없는 기업이 출연한 것이다.

이로써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이득을 본 기업들이 피해를 보는 농어민과 농어업·농어촌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든 상생기금의 취지는 퇴색되고 말았다. 관심도 없는데 소리쳐 봐야 강제규정도 없는 상황에서 허공의 메아리다. 상생기금은 출발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UR이나 FTA는 정부가 국가적 경제활성화를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추진한 것이다. 대외개방을 통해 우리나라가 더 경제적으로 성장한다면 경제발전의 이익은 분산돼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것은 강제성이 없는 기금방식으론 안된다. 강제성은 세금방식밖에 없다.

8원을 버는 농민, 9원을 버는 기업, 10원을 버는 재벌 등 3개 조직이 국가에 있다고 치자. 시장개방으로 경제의 파이가 늘어나기 때문에 시장을 열어 적극적으로 무역을 해야한다고 정부가 홍보하고 추진한 결과 8원을 버는 농민은 6원으로 벌이가 줄었고, 9원을 벌던 기업은 9원으로 제자리걸음을 한 반면, 10원을 벌던 재벌은 15원을 벌었다면 총체적으로 국가는 27원에서 29원으로 경제파이가 늘어난 것이다. 그러면 정부는 세금과 무역으로 이익을 본 기업에게 세금을 더 매겨 무역으로 손해를 본 계층에 지원을 늘리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개방하지 않으면 2원의 손해가 없을 텐데 개방의 결과를 측정해 정책보완을 펼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휴대폰 등 IT제품의 수출로 삼성이 수백조의 이익을 감당하지 못해 임직원에게 보너스 잔치를 벌인 최근 10여년의 발자취는 농민의 고통 위에서 일어난 일 아닐까?

내 생각 같아선 상생기금을 모두 돌려주고 무역으로 이익을 본 업체에게 자기노력은 빼고 시장개방에 따른 판매이익의 일정비율을 과감히 세금으로 거둬 농어민에게 식량안보를 지켜준 댓가로 직접지원하고 싶다. 적어도 20년은 하고 싶다. 그래야 농촌소멸을 막을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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