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소비자에겐 기호...농가에겐 생존 문제
[칼럼] 소비자에겐 기호...농가에겐 생존 문제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2.01.20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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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값 안정 대책 문제는 없나

최근 소 값 하락과 사료가격 상승이 맞물리며 농가들이 어려움에 빠져 있다.
대책을 요구하는 농가들의 집회가 이어지고 정부와 농협도 소값 안정대책을 계속해서 쏟아 놓고 있다.
정부의 대책 발표에도 농민들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며 아우성을 하고 있다.

한우와 육우가격 안정대책의 내용을 살펴보니 군급식 확대 추진, 한우 할인판매, 송아지고기 산업화, 한우 및 육우전문판매점 개설 등의 소비확대 정책과 송아지안정제 개선, 암소 도태장려금 지급, 육우송아지 암수감별 정책공급, 1000마리 육우송아지 수매 등 수급조절 대책이다.
빠질 수 없는 것으로 유통구조개선을 위한 대형패커 육성이 포함되면서 소 값 안정대책은 완성이 됐다.
이외에 생산비 절감 대책의 경우 한미 FTA 비준 등 여러 대책에 이미 언급됐던 것을 다시 재탕하는 것이어서 이번 소 값 안정대책이라 말할 수 없다.
이렇게 많은 대책을 쏟아냈음에도 왜 농가들은 만족을 하지 못할까· 그리고 농가들은 근본대책을 내 놓으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우의 경우 30만두 한우수매를 단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암소도태의 경우 2년에 걸쳐 장기간 진행되는 사업으로 송아지 생산량을 줄이는 것이기 때문에 송아지 값 안정은 앞으로 1~2년 뒤에 소 값에는 최소 3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송아지 안정제 개선도 마찬가지로 중장기적 소 값 안정대책이라는 것이다.
현재 값 하락과 생산비 급등으로 고통받고있는 농가들에게 당장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비확대책의 경우는 어떤가!
현재 소 값 하락은 소비 부진이 원인이 아니다. 한우사육두수의 증가 쇠고기 수입 증가 등 공급과잉이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쇠고기를 추가로 먹어주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수급조절 사업으로 2년 동안 20만두 가까운 암소가 도축이 된다면 지금도 값이 떨어져 있는 한우 가격은 단기적으로 더 하락할 수 있어 농가들은 수매를 통해 공급과잉되는 부분을 시장과 격리 시켜 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육우대책은 더욱 농가들을 자극하고 있다.
핵심은 송아지고기 산업화, 이를 위한 육우송아지 1000두를 농협이 수매한다는게 핵심이다.
농협은 한 발 더 나아가 육우송아지가 태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계획까지 덧붙였다. 육우농가들의 불만은 육우가격의 폭락이 육우농가들의 수급조절 실패에 있지 않다는데 있다.
쇠고기의 수입이 많이 늘은데다 한우가 수급조절 실패로 폭락하면서 수입육과 한우육 사이에서 일정한 지분을 가지고 있었던 육우의 장점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육우 못지않게 저렴해진 한우에 치이고 수입 쇠고기에 받히고 거기에 비싸진 사료 값에 농가들은 절망하고 있다.
육우생산량은 구제역 영향으로 젖소사육이 줄면서 많이 줄어 있는 상황이다. 즉 육우 수급조절로 육우가격을 끌어올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때 정부가 내 놓은 대책은 농가들의 피부에 닿을 수 없다.
소 값 하락의 근본원인은 한우의 수급조절 실패에 있다. 그렇다면 한우대책도 육우대책도 한우의 수급을 어떻게 조절해야 하나로 모아져야 한다. 시장기능이 왜곡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소 값 안정대책을 세우기보다는 이미 시장의 실패로 시장기능을 상실해 버렸기 때문에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 필요하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선제적 대응을 시행해 나가겠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율배반적으로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생색내기 수준에서 늘 마무리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번 배추가격 폭락 때도 그랬고 이번 소 값 문제도 그렇다. 
지난해 정부는 돼지고기 값을 잡겠다고 연중 여러 대책을 시행했다. 고랭지 배추가격이 상승을 조짐이 보이자 봄 배추가 과잉으로 비축 물량이 충분했는데도 수입을 준비하는 등 선제적 모습을 실제로 보여줬다.
돼지고기는 조기 FTA를 시행하는 수준으로 무관세로 냉동육, 냉장육할 것 없이 정부가 수입에 열을 올렸고 약발이 잘 먹히지 않자 이례적으로 수입돈육에 보조금까지 줘가며 물가잡기에 혈안이 돼 있었다.

문제는 당시 조금 비싸다고 소비자들이 인식은 했지만 돈육값이 올라 삶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소비자들은 아우성치지 않았다는데 있다. 비싸면 안 먹으면 그만이고 비싸더라도 속이 좀 쓰리지만 먹고 싶으면 먹는 그런 것이었다.

그런데 농민들의 문제는 그런 것이 아니다.
생존이 걸려 있는 문제였다. 삼겹살 값이 비싸다고 국민들은 차가운 아스팔트로 뛰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한우농가, 육우농가들은 소를 끌고 상경해 청와대에 반납하겠다며 울분을 토했다.
정부가 잘 쓰는 선제적 대응이 어느 부분에 더 집중돼야 하는지 묻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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