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가락시장 도매시장법인 담합"…표준하역비 제도취지 몰각
공정위, "가락시장 도매시장법인 담합"…표준하역비 제도취지 몰각
  • 김수용 기자
  • 승인 2018.06.11 16:5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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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계 고통분담 차원 위탁수수료 동결이 철퇴로

[농축유통신문 김수용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8일 서울 가락농산물시장 내 5개 도매시장법인에게 위탁수수료 담합 사실을 적발했다며 제재 방침을 발표했다.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표준하역비를 도매시장법인이 부담해야 하는데, 도매시장법인들이 담합해 출하자에게 여전히 그 부담을 전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제도 취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엉뚱한 결과가 나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재 도매시장에서 받고 있는 위탁수수료는 표준하역비가 포함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정율인 위탁수수료와 정액인 표준하역비를 계산하기 위해서 나눠 놓았을 뿐이다. 이러한 사실을 짚고 넘어가기 위해 이번 사건을 풀어본다.

◇ 공정위 담합 제재, 무리수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8일 세종시 정부종합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서울가락시장 4개 도매시장법인의 위탁수수료 등의 담함을 두고 과징금 116억원 부과 등 조치내역을 발표했다. 도매시장법인이 출하자로부터 위탁판매 대가로 지급받는 위탁수수료 합의를 담합으로 본 것이다.

공정위는 2002년 4월 8일 동화청과, 서울청과, 중앙청과, 한국청과 등 도매시장법인 대표자들이 위탁수수료를 종전 거개금액의 4%에 정액 표준하역비를 더한 금액으로 합의했다는 내용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2001년 말 청과부류 표준하역비제도 시행협의회가 협의한 내용을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등이 인지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보다 약 5개월이 늦은 4월에 이 같은 말을 했다고 담합을 제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업계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도매시장 한 관계자는 “지난 1985년 가락시장 개장 후 국내 농산물유통을 책임져왔다는 신념 하나로 살아 살아왔는데 공정위 발표 이후 파렴치한 사람으로 몰려 자괴감까지 들고 있다”면서 “공정위 말처럼 돈이나 많이 벌었으면 이렇게 억울하진 않았을 텐데 정말 살 맛 나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 표준하역비 제도 도입 배경은

가락동 도매시장 내 도매시장법인들은 지난 IMF 당시 농업계 고통분담 차원에서 위탁수수료를 5%에서 4%로 내렸고 위탁수수료 4%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농수산물공사가 지난 2001년 가락시장 표준하역비 시행 계획(안)을 보면 2000년 기준 가락시장 내 전체 법인의 총 거래금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약 1조7014억원과 약 42억원이다. 영업이익률은 거래규모 대비 0.25% 수준이었고 일부 법인은 적자 운영되고 있었다.

이 당시 도매시장법인들은 재정 여건상 하역비를 추가 부담할 수 없다며 표준하역비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세웠고 반대로 출하자들은 표준하역비인상에 따른 상장수수료 인상을 반대하며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에 따라 가락시장은 서울시농수산물공사 유통이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총 25명의 청과부류 표준하역비제도 시행협의회를 구성하고 2001년 12월, 하역비를 정액제(위탁수수료 4%+정액하역비)로 징수하는 방안을 결정했다.

◇ 표준하역비 포함은 ‘합의의 산물’

공정거래위원회가 도매시장법인들에게 과징금 폭탄과 시정조치를 내린 데 쟁점이 된 것은 위탁수수료 내 표준하역비 포함여부다. 표준하역비제도는 농림축산식품부가 2002년 출하자의 비용부담을 경감하고 하역기계화 기반 구축을 통해 물류효율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당시 농민단체, 도매법인, 하역노조 등 이해관계자를 주축으로 협의체를 구성하고 논의 끝에 하역비를 정액제로 징수하기로 결정됐다. 즉 위탁수수료와 정액하역비를 더한 금액이 위탁수수료가 된 것은 관련업계인들이 머리를 맞대 도출한 합의의 산물이다.

만약 제도 도입 당시 하역비가 위탁수수료와 별개로 징수하기로 결정됐다면 법 개정 전과 다를 바가 없어 법 개정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 도매시장의 위기 그리고 노력

2002년 정부 정책 추진에 따라 표준하역비제도가 도입됐고 가락시장 내 일부법인은 하역비 부담을 이유로 위탁수수료를 4%에서 7%까지 올렸다가 6%로 내리기도 했다. 농산물의 가격 등락에 따라 위탁수수료가 가변적이기 때문이다.

위탁수수료는 품목별로 가격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가격이 폭락할 경우 하역비의 정율이 상승해 위탁수수료가 올라간다. 도매시장법인들은 농안법에 따라 위탁수수료를 최대 7%까지 부과할 수 있고 이를 넘어서면 법인이 부담하게 된다. 출하자의 경비 경감을 위해 도입된 표준하역비제도의 취지와 같은 셈이다. 이 때문에 다른 시‧도의 도매시장은 대부분 7%의 위탁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직설적으로 거꾸로 말하자면, 도매시장법인들이 7%의 위탁수수료를 받는 것이 출하자 입장에서는 손해고 위탁수수료 4%+정액 표준하역비는 이득이다. 위탁수수료 7%라는 정해진 범위 안에서 최대치를 부과한 것에 대해 옳고 그름을 논할 수는 없지만 이번 공정위의 발표는 가락시장 도매법인들의 출하자와의 상생의지를 꺾은 판단이 된 것이다. 담합 적발 내용이 앞서 언급한 IMF 농업계 고통분담차원에서의 결정이라는 배경에서 나왔기 때문.

공정거래위원회와 업계관계자들이 일치하는 생각은 하나다. 가락시장 도매법인들이 다른 시·도 법인처럼 7%의 위탁수수료를 받았으면 담합여부 논란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란 시각이다. 도매시장법인이 출하자의 입장보다 원칙에 따른 이익을 챙겼으면 오히려 문제가 없었을 거란 얘기나 다름 없다. 

출하자가 생산한 농산물을 위탁해 판매 대행 역할을 하는 도매시장법인은 안정적인 운영이 필수다. 이를 위해 농안법에서는 도매시장법인에게 위탁받아 상장해 도매하거나 이를 매수하고 도매하는 이외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도매시장은 대형마트, 온라인 등의 신유통 체계로 불리는 거대 유통조직과 경쟁을 펼치고 있다. 농촌에서 신유통으로 가는 물품을 제외한 모든 품목이 도매시장을 통해 유통된다. 가락시장은 지난 2000년대보다 약 2배 이상 거래금액을 늘려가면서도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폭도 감내하며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출하자를 위한 배려가 철퇴로 돌아왔다.

◇ 수수료 인상 빗장 열리나

국내 최대 농산물 거래 시장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 가락시장에서의 위탁수수료 인상은 법인들 뜻대로 풀리진 않는다. 중앙도매시장이기 때문에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와 개설자인 서울시농수산물공사의 뜻도 확인해야 한다. 농업계는 이번 조치로 위탁수수료가 상승하지 않을지 유심히 동태를 살피고 있다.

가락시장 도매시장법인 거래하는 한 농가는 거래량도 많고 다른 시장보다 위탁수수료도 적어 가락시장과 거래하고 있는데 이번 일로 인해 위탁수수료가 오르지 않을까 걱정된다면서 표준하역비 도입 취지를 잘 살려 이번 사건이 순조롭게 해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공정위 발표와 관련해 일부 도매시장법인들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법적공방을 시사해 향후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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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농부 2018-06-13 20:38:00
소득분배가 공정하지못한 위탁경매판매 구조를 바꾸지 않는이상 분쟁만 생긴다.

000 2018-06-11 20:55:21
그동안 엄청난 이익으로 벌어 쳐먹었으면 됫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냐 또 유통을 망쳐 생산자의
고유권안을 파개 하고 독점구조로 소비자를 우롱한게
누구냐 이 언론도 법인 대변 인 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