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후라이드 치킨 2만원·계란 한판 만원, 구매하시겠습니까?
[기자수첩] 후라이드 치킨 2만원·계란 한판 만원, 구매하시겠습니까?
  • 김재광 기자
  • 승인 2018.06.27 12: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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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유통신문 김재광 기자] 국내 한 유명 경제지는 ‘오늘 밤 나를 행복하게 한 치킨…닭은 행복했을까’라는 보도를 통해 가축의 행복추구권을 주장했다.

해당 보도는 최근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즐기기 위해 노릇노릇한 치킨을 주문하는데, 그 닭의 삶과 행복, 고통에 대해 생각해 보자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닭고기용인 육계로 시작됐지만 계란을 생산하는 산란계로 마무리 된다. 알을 낳지 못하는 수평아리는 태어나자마자 분쇄기에 갈려버린다는 비극적 최후와 사육되는 암탉도 케이지라는 비인도적인 환경에서 사육돼 그 해악이 고스란히 인간에게 돌아온다는 경고를 준다. 그러면서 동물의 권리와 복지 향상 변화가 더 빨라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러한 보도가 나온 데는 식품에 대한 가치와 동물의 권리를 배경으로 진화한 사회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이맘때 개봉한 영화 ‘옥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윤을 위해 자행되는 공장식 대량 생산체제를 고발하며 관람객에게 성찰의 시간을 갖게 했다. 옥자는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슈퍼돼지의 이름이다. 

지난달 30일 전파를 탔던 ‘tvN 식량일기-닭볶음탕편’ 또한 구설수에 올랐다. 직접 부화한 병아리를 키워 닭요리를 해먹는 포맷으로 그려져 의도적인 불편함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제작진은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식재료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의 결과물인지 소중함을 일깨우고 고민 해보자는 기획의도를 알렸지만 시청자들은 비윤리적이고 잔인하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은 병아리 부화부터 성장과정을 지켜보며 아무렇지 않게 먹던 축산관련 식품에 대해 딜레마를 느끼게 되고 결국 오마이걸 유아는 닭백숙을 거부했다.

프로그램과 영화 모두 ‘생각해 볼 문제’라는 숙제를 던지고 있다.

인간의 문명이 싹을 트면서 동물은 가축화됐다. 가축이었던 동물들은 현재 반려자라는 지위까지 올랐다. 슈퍼돼지 ‘옥자’도, 우리가 집에서 키우던 병아리 ‘꼬꼬’도 감정을 교감하며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가축이 아닌 반려동물이다. ‘꼬꼬’라는 병아리를 키우다 닭볶음탕을 해먹는다는 생각을 하면 감정이 이입돼 심리적 부담을 느껴 먹기를 주저하는 것은 당연한 인간의 본성이다.

인간이 자연을 이용하는 것은 생존하기 위함이기 때문에 최소화에 그쳐야 한다. 동물의 권리와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목적과 현실에 따라 구분돼야 한다.

우리네 소비의식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평사에서 낳는 계란을 일일이 허리를 굽혀 줍는 노동과 줄어드는 사육수수 등 동물복지 향상으로 상승될 계란값과 닭고기 가격에 충분한 지불 의사가 있는지 말이다.

산란계 농장은 소비자들이 값싼 계란을 찾아왔기 때문에 규모화, 대형 밀집사육 형태로 발전해 왔다. 소비자가 응당한 대가를 지불한다면 대한양계협회가 주도적으로 농가에 변화를 촉구할 것으로 생각된다.

서민 체감 물가에 따라 얇아진 소비자들의 지갑을 표현하기 위해 흔히 비교 대상에 오르는 품목은 담뱃값과 치킨 값이다. 기본 치킨값 2만원, 담뱃값 8000원, 계란 한 판 1만원. 보기만 해도 호주머니에 구멍이 뚫려 돈이 새 나가는 느낌이 드는 건 나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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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2018-07-02 00:16:12
잔돈이 남지 않으니 주머니가 더이상 필요하지 않은 것 같은 요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장식 가축 생산으로 인해 희생되는
동물들의 현실을 알고나니 그냥 외면할수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