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 왜 배추·양계산업 주도 못할까?
농협은 왜 배추·양계산업 주도 못할까?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2.02.03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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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가격 변동성 커 중소 경영체 적합

봄배추가 재배면적 감소 영향으로 5월부터는 출하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정부가 농협중앙회에 봄배추 계약재배 물량을 전체 생산량의 30%까지 확대키로 한 것과 관련 현실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이미 지난해 농협중앙회와 회원조합장들은 정부가 농협을 통해 추진 중인 노지채소 계약재배사업의 취급물량 확대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농협 품목별전국협의회 의장단은 지난해 농식품부 이양호 식품산업정책실장과 여인홍 유통정책관을 방문해 이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농협 의장단은 “15년까지 취급물량 확대 계획을 현실적으로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며 “조합손실 보전방안을 마련해 줄 것과 사업자금과 예산의 정부지원 확대 농안법 개정까지 요청하며 사실상 현 방식으로는 어렵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특히, 농식품부에서 시행지침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산지유통활성화 자금의 출하선급금 운용과 관련해 “선급금 지원금리를 사업자(농협, 법인 등)에게 부담케 한 것과 농가의 사업 의무량 및 위약금을 강화 하는 계획은 농협도 농가도 모두 큰 부담만 증가시킨다며 결국 산지유통기능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렇다면 농협은 왜 배추 등 노지채소 계약재배에 부담을 느끼고 있을까?
쌀은 사실상 농협 RPC를 중심으로 쌀의 생산과 유통이 이뤄지고, 한우의 경우 농협은 2015년까지 50%를 유통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원유도 낙농조합 중심으로 70% 가까이 집유하고 있고, 과일류의 경우 원예농협을 중심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배추 등 노지채소 유통에 있어서는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계란과 닭고기에서도 존재감이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농협이 배추·계란·닭의 생산과 유통에서 주도권을 쥐지 못하고 앞으로도 시장 견제 세력 정도에 만족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는 이들 품목이 가지고 있는 특수성 때문이다.
이들 품목은 공급과 가격 변동 폭이 과실류, 쌀 등 식량작물, 한우나 낙농과 같은 품목과 비교해 큰 것이 사실이다.
노지채소는 기후에 따라 생산량의 일정치 않고 이로 인해 가격 폭락과 폭등이 반복되다 보니 농협과 같이 큰 조직에서는 빠른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닭고기와 계란도 마찬가지로 밀집사육 등의 영향과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로 질병에 대한 리스크가 크고 소비도 특정 계절에 집중되면서 수급불안 상황이 상시 연출되기 때문에 농협이 발을 들여 놓기가 쉽지 않다.
이로 인해 배추 등 노지채소는 포전거래를 산지유통상인들이 주도를 하고 계란도 중소규모의 계란유통상인들이 전체 물량의 70% 정도를 담당하고 있다.
즉, 노지채소와 양계산물은 여러 유통주체들이 물량을 나눠 리스크를 분산시키고 있으며 소형경영체들이다 보니 가격과 공급량에 따른 변화에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 시장지배력을 수십년 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특수성을 감안해 정부의 배추 등 노지채소 수급조절 방안도 농협이라는 조직에 물량을 몰아주는 방식을 통해 리스크를 키우기 보다는 기존의 유통주체들을 활용하는 방안이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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