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동물복지 논란에 선 이개호 장관의 축산 안목을 기대하며
[기자수첩] 동물복지 논란에 선 이개호 장관의 축산 안목을 기대하며
  • 김재광 기자
  • 승인 2018.08.10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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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유통신문 김재광 기자]  사회 전반에 ‘동물권’이 강조되면서 최근 배달의 민족 치믈리에 자격시험에 동물권 단체 활동가들이 벌인 기습 피켓시위가 화제가 됐다. 

치킨 마니아 500여명이 모여 필기와 실기 등을 통해 치킨 감별 능력을 겨루는 행사에서 이들은 치킨 마니아들에게 동물 사체 감별사냐며 닭의 죽음을 희화화하는 집단으로 매도했다.

국민 생활 깊숙이 자리한 단백질 공급원 닭고기도 ‘동물복지’와 ‘동물권’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다. 이러한 논란에서도 닭고기 소비량을 늘리기 위해 닭고기 기업들은 동물복지 닭고기를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동물권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스트레스 없이 행복한 닭으로 키워 도축과정에서 존엄사를 시키더라도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결국 죽이는 것”이라며 비판적인 논조를 유지한다.

사실 동물복지 닭고기라고 해서 품질과 안정성이 대폭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동물복지라 해서 닭의 행복과 그로인한 식감이 크게 높아지는 것은 아니란 얘기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동물복지 과정을 거친 닭을 먹음으로써 미안함을 덜고 자신의 구매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도록 소비저변을 늘려 놓는 마케팅의 한 부분일 뿐이다.

한류스타들이 출연한 드라마와 게임의 인기를 타고 ‘치맥’, 기쁜 날엔 ‘치킨각’, 힘겨운 하루엔 자녀들에게 건네던 ‘시장통닭’ 등 국내 치킨 문화가 전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의 닭고기 소비량은 상대적으로 적다. 우리나라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은 약 17㎏으로 닭고기 소비량 상위 10개 국가 평균인 53㎏을 훨씬 밑돈다. 최근 삼계탕 수출국가가 늘어나고 삼계죽이 히트를 치는 등 정부주도 중장기 발전계획도 없는 국내 닭고기 산업은 앞을 내다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기염을 토하고 있다.

의식주의 문제, 식량의 문제를 동물권과의 충돌로 치부하면 말 그대로 답이 없는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 Pet과 Food는 구분돼야 한다.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은 인사청문회에 앞서 동물복지법 반대와 식용가축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결국 9일 열린 국회 청문회에서 동물복지 관련 야당 의원들의 강도 높은 공세를 받았다.

역풍이 거센 탓인지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 지명자는 "동물복지에 큰 관심을 갖고 있고, 앞으로 축산문화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바꿔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농가들이 동물복지농장으로 유입이 왜 잘 안되는 건지, 어려움은 무엇인지, 국가가 정책적 지원을 해야할 것은 무엇인지 등등 동물복지정책 방향이 주객전도되지 않도록 잘 따지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 

균형있고 바람직한 정책은 포퓰리즘에 입각한 소신보다 산업을 넓고 깊게 바라보는 통찰력에서 나온다. 축산이 국민에게 제공하는 공익적 기능을 외면한 정책으로 이어져 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훼손한다면 결국 돌을 들어 제 발등을 찍는 격이 될 것이다.

이개호 장관 지명자는 비교적 구분을 할 줄 아는 정치인이었다. 정무직 공무원이 된다 하더라도 국민 여론을 의식한 정책보다 축산인들의 권리와 공익적 기능을 국민에 설득하는 장관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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