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농업인시리즈⑨] 농민은 제값받고 소비자는 싼값에 '생금들' …친환경 쌀 농부 한성안 씨
[청년농업인시리즈⑨] 농민은 제값받고 소비자는 싼값에 '생금들' …친환경 쌀 농부 한성안 씨
  • 김영하 대기자
  • 승인 2018.08.24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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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유통신문 김영하 대기자] 신소재공학과를 다니던 공학도가 농민으로 살고 있다. 그는 군산시 옥구읍에서 들녘경영체인 생금들친환경영농조합(이하 생금들)을 운영하고 있는 한성안(34)씨다.

한씨는 4년제 대학 공대에 입학해 1년을 수학한 수 입대했다. 제대 후 2007년 복학했으나 배우는 수업이 흥미가 전혀 없었다고. 학교에 흥미를 잃어 수입이 짭짤했던 전기관련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학교를 다니지 않고 전기회사 취직을 망설이던 때, 어머니(정정숙 씨)가 아르바이트보다 평생직장으로 농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농수산대의 입학을 권유했다. 대부분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농사일은 잘 몰랐고 부모님을 도와드리는 수준이었다.

망설이긴 했으나 주변의 권유와 지역 농업기술센터의 추천으로 2008년에 식량작물학과에 입학했다. 배우고 일하다보니 공대에 다니는 것과 달리 재미가 있어 흥미를 느꼈고 2학년이 돼 실습현장으로 나서게 됐다.

◈현장교수 멘토링희망 품어

실습은 충남 서천군에서 15만평의 벼농사와 베일러를 운영하고 있는 학교선배인 유호창 현장교수의 농장으로 가게 됐다. 실습을 하면서 이 일을 평생의 직업으로 택하기로 결정했다. 현장 교수의 삶과 지도에 영향을 많이 받은 탓이다.

실습을 끝내고 학교로 돌아와 현재의 부인을 만나 졸업전 결혼에 골인했다. 부인은 이스라엘로 시설원예 실습을 2년간 다녀온 동문 1년 선배다. 지금은 첫 딸과 두 아들의 부모가 됐다.

학교를 졸업하고 부모님이 하시던 논 10만평의 농사를 짓고 있다. 그것만이 아니라 영세소농들의 연대체인 들녘공동체를 구성해 생금들 영농조합법인을 만들어 공동작업체를 구성했다. ‘들녘공동체육성 시설·장비지원사업50ha이상 농가들을 규모화, 조직화 및 공동경영을 통해 농가소득 증대 생산비 절감 등 식량사업 경쟁력 제고에 노력하면 이에 필요한 지원을 하는 정부사업이다.

이를 위해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고 생산을 위한 육묘, 방제, 수확, 수매 등을 추진했다. 보리와 쌀을 도정해 가공을 하는 등 유통단계를 줄여 소비자에 싸게 판매하고 농민들에겐 제 값을받게 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영농정착 시작부터 암초

그러나 생금들이 이를 추진하기까지 겪은 어려운 점은 하나둘이 아니었다. 생금들은 정부 수매자금을 신청할 조건자체가 안됐다. 수매자금을 저리로 융자받으려면 정부 등록 RPC가 돼야 하고, 수매자금을 저리로 융자를 받으려면 연간 매출이 30억원을 넘어야 한다든가, 연간 가공능력이 일정수준을 넘어야 한다. 벽이 너무 높다는 얘기다.

그러나 쥐구멍에도 볕들날이 있다던가? 친환경농업을 하면 웰빙양곡도정사업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생겼다. 2년 연속으로 고배를 마시다 2012년 사업자로 선정돼 보리도정기롤 들여 양곡가공으로 들어설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당시 신청한 후계농업경영인 신청자금이 나와 도정과 가공시설을 함께한 건물을 짓고 본격적인 수매와 가공업무를 시작했다. 정부가 2011년 보리수매를 중단키로한 것이 생금들의 입장에서는 도움이 됐다. 정부수매의 경우 농가에게 결코 이익이 되지 않았지만 조합이 수매하면서 보리값은 오히려 오르고 농가수익도 함께 올랐다.

들녘경영체 생금들은 이 지역 98농가들이 뭉쳐서 만든 것으로 조곡기준으로 연간 400톤을 수매한다. 여기에서 나오는 조수익은 약 240억 원 정도다. 한 씨 개인으로는 2~3년 전에 50억 원 정도의 연매출을 거뒀으나 올해 들어 쌀값이 많이 회복돼 연매출은 38억 원 정도로 떨어졌다. 조수익에서 순수익이 5~7%에 달하므로 농가별로 2억 정도의 순수익을 거두는 셈이다. 생금들의 들녘공동체는 쌀값이 떨어지면 개인으로선 손해지만 조합원으로서는 판매이익을 조금 늘어나 보완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쌀소득이 줄어도 공동체로 움직일 수 있다.

◈후계농자금 문턱 너무 높다

한성안 씨는 정부에 할 말이 많다. 들녘경영체를 운영하면서 정부 보조사업을 지원받으려면 청년농업인인 20·30대는 오히려 지원을 받지 못하는 구조다. , 농지를 확보하려고 하면 영농법인에 소속된 경우 개인으로는 구할 수가 없다.

법인경영체를 법인으로 만들 경우 함정에 빠집니다. 청년농 육성한다고 하면 뭐해요. 멋모르고 법인 설립했다가 농지를 구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면 좌절할 수밖에 없죠.”

영농법인 설립시 의료보험 직장가입자라서 중소농기계 신청이 안되는 점도 애로사항이다. 곡물적재함도 신청해 안된 적이 있다고. 소득이 2500만원이 넘으면 농지구입시 3만원 지원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점도 불만이다. 때문에 법인 대표를 본인이 하지 않고 어머니를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

이뿐만 아니라 후계농자금의 문턱이 너무 높다는 것이 한 씨의 지적이다. 후계농자금은 담보로만 대출되기 때문에 부모의 재산 없이는 한 후계농자금을 받을 수 없다는 것.

한 씨는 중소기업 대출의 경우 이자율은 높으나 미래를 보고 융자를 해준다. 회사법인만을 보고 2년 거치 2년 상환을 해주고 불가피한 상황이 오면 2년 더 연장할 수 있는데 후계자자금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걸림돌이 있지만 자연과 벗 삼으며 마을의 소규모 소농과 공동작업을 통해 더불어 사는 것이 더욱 좋다는 한성안 씨. 그가 생각하는 청년농부의 미래는 매우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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