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농업인시리즈⑩] 미술학도가 시설딸기 농부로…초보농부의 농촌정착 도전기
[청년농업인시리즈⑩] 미술학도가 시설딸기 농부로…초보농부의 농촌정착 도전기
  • 김영하 대기자
  • 승인 2018.08.31 11: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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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유통신문 김영하 대기자]

비닐온실에서 토양이 아닌 인공배지에 딸기모종을 하고 딸기의 수정을 위해 벌통을 놓고 겨우내 온실에서 사는 여성 청년농부가 있다. 그녀가 미술학도 출신이라는 것을 알면 모두 놀랄 것이다. 전북도 남원시 송동면 양평리에서 딸기와 멜론 농사를 짓는 정아름(34)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정씨는 2004년 동국대 미대에 입학해 2009년 졸업한 후 미술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미술학도다.

도시에서 무리없이 살아가던 그는 틀에 박히고 각박한 도시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아버지로부터 한국농수산대학에 들어갈 생각이 없느냐는 권유를 받았다. 귀농에 흥미를 느낀 정씨는 2011년 입학준비를 하고 2012년 전형에 합격해 다시 한국농수산대에 들어간다. 채소과에 입학한 정씨는 현장실습이 있는 2학년 과정 때 경기도 수원시에 소재한 삼성전자에 다니는 이동영(37)씨를 만나 열애 끝에 결혼에 골인한다. 그리고 직장생활에 회의를 느낀 남편과도 뜻이 맞아 귀농을 하기로 결정한다. 고향도 아닌 연고자도 없는 곳에 귀농을 결정한 이들의 결심은 자연과 벗해서 살고 싶은 욕망이 아닌 희망이었다.

초보자의 인생 굴곡역정

정씨는 졸업하기 이전인 2014년 전북 남원시 주생면 일대로 귀농해 노지 딸기 2개동(600)을 시범적으로 설치해 운영에 들어갔다.

귀농 초기 정착과정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우선 집을 구하고 농지를 마련할 때 지역브로커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한다. 시중가보다 엄청나게 비싸게 집과 농지를 마련한 것은 물론 노지 딸기를 운영하기에는 햇빛이 안들어 작물이 제대로 크지 않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다. 처음 짓는 딸기 농사이다 보니 기술과 경험이 부족해 탄저병, 잿빛공팜이병 등의 병충해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첫해에 1작기에서 거둔 소득은 연간 700만원에 불과했다.

졸업후 본격적인 영농에 돌입

정씨는 졸업을 앞두고 고심을 거듭했다. 그늘이 들어 영농의 입지조건이 맞지 않는 것과 졸업 후 제대로 된 영농을 하기 위해서는 이전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남편과 논의 끝에 장소를 옮겨 송동면 논 부지 4개동(1100)에서 선진농법인 수경재배로 딸기재배를 다시 시작했다. 또 딸기농사 외에 여름철 농사를 위해 온실 하나를 더 지어 자신이 전공하고 실습했던 멜론농사도 시험적으로 시작했다.

정씨는 그동안 자신이 농수산대 채소과에서 공부했던 인공배지 수경재배 시설을 갖추고 양액공급시스템, 딸기꽃의 수정을 위한 수정벌을 도입하는 한편, 소금물을 전기분해해 얻어지는 천연살균제인 차아염소산(HOCL)으로 급수 및 양액공급을 하는 등 정밀기술을 도입한 것이다. 천연살균제의 도입은 첫해 말썽을 피웠던 탄저병과 잿빛곰팡이병이 예방되는 것과 함께 다수확의 효과까지 나타났다. 더구나 수정벌의 도입은 열매량을 증가시켜 수확량도 증대되는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부모님과 멘토의 도움은 결정적

농촌정착의 어려웠던 점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지역정착 초기 집과 농지를 마련하는 과정에 사기를 당한 것이다. 돈도 부족하고 세상일을 잘 모르는 젊은 부부의 입장에서는 큰 충격이었던 것이다. 그 다음이 바로 기술적인 부족을 절감한 것이다. 생각 했던 것 보다 작물을 키우는 노하우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자금에 대한 문제다. 후계농업경영인 자금도 땅주인이 근저당을 잡힌 농지여서 지원을 받을 수 없었고, 비닐온실에서 농사에 돈이 들어가는 것도 일시에 들어가기 때문에 자금 융통이 너무 힘들었다.

그러나 부모님의 도움이 있었기에 송동면으로 새로 이사 갈 수 있었고 우리가 정착하기 위해 도움을 많이 준 50대 중반의 멘토의 노력은 잊을 수 없다고 한다. 부모님은 자금지원과 정신적 바탕이 되지만 멘토는 적정가의 농지임대를 주선한 것은 물론, 지역민과의 유대, 딸기농사의 경험과 기술적인 지도, 지역에서 필요한 도움 등 다양한 지원이 있었다고 한다.

이런 노력의 결과 2017년에는 5700만원의 조수익을 올려 3000여만원의 순익을 거둬들였고, 올해에 들어서는 7000만원의 조수익으로 4000여만원의 순익을 거둬들인 것으로 추산했다. 올해의 조수익을 품목별로 보면 딸기 1동당 1500만원을 거둔 반면, 멜로에서는 1000~1200만원 정도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멜론은 직거래까지 해서 거둔 소득이다.

이런 수익 수준은 현재 영농의 초기 단계여서 기술력 향상과 규모확대에 조금 더 노력한다면 정씨의 영농 소득수준은 발전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측된다. 물론 문화적, 사회적 삶의 질 문제는 또 다른 정씨의 노력여부에 따라 더욱 빛나는 인생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내가 생각하는 귀농정책 개선사항 몇가지

정씨는 귀농을 위한 농업정책에는 지적이 많았다. 후계농 지원을 받으려면 농지담보를 필요로 하는데 이것이 정착을 어렵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임대농의 경우에도 땅주인이 근저당을 잡혔으면 이를 담보로도 할 수 없다.

청년농업인 영농정착 지원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다. 정씨는 이 제도는 취지가 청년농업인의 농촌정착을 지원하는 것인데 영농 연차에 따라 3년이 넘으면 지원받을 수 없다는 것은 이를 벗어난 것이라며 “40세 미만이면 누구나 정해진 연한에 따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귀농을 위한 연수교육에도 개선을 요구했다. 대상자를 나이순으로 해야한다는 것이 정씨의 주장이다. 사업신청 중복을 제한하는 것도 사업효율을 낮춘다. 한 사람이 여러가지 신청으로 독점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그렇게 하겠지만 농가의 입장에서는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집중지원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업신청에 있어서 나중에 대출가능성이 없어서 신청추진이 무산되는 것에 대해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정씨는 사업신청을 받을 때 대출가능성을 먼저 점검해서 시작했어야 하는데 무조건 사업을 시작하고 나중에 융자가 안되면 난감해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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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ㄱㄱ 2018-10-10 17:53:10
40세 이하에 또, 나이 순...젊은 넘들이 다 해 처먹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