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하림은 정말 농가 생계대금에 군침 흘렸나
[이슈분석] 하림은 정말 농가 생계대금에 군침 흘렸나
  • 김재광 기자
  • 승인 2018.09.28 2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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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국정감사에서 치열한 공방을 펼쳤던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과 김홍국 하림 회장.
2017년 국정감사에서 치열한 공방을 펼쳤던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과 김홍국 하림 회장.

공정위 과욕…‘자체 판정승’
양대협회 ‘싸움닭 모드’ 눈살
하림, 연말 법적공방 예고
불이익, 재해농가 제외<포함

기업과 농가 상생협의 인정X
정부, 상호 상생 독려하는데
공정위, 상생 산물 무시

[농축유통신문 김재광 기자]  최근 공정위의 헛발질이 계속되고 있다. 한진그룹, 대우조선해양, 동원홈푸드 등에 내려진 공정위 제재는 법원으로부터 패소판결이 잇따랐다. 코리안리 관용 헬기 항공보험 담합조사는 혐의 입증에 실패했지만 추후 재조사를 시사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는 공정위가 준사법기관으로서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며 쓴소리를 내뱉기도 했다. 하림에 내린 처분 또한 무리수를 뒀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육계업계 양대 생산자 단체인 대한양계협회와 한국육계협회는 공허한 성명(聲明)으로 소모적인 논쟁을 펼치고 있다.

동상이몽 양대협회

대한양계협회의 주장과 김현권 의원의 합세로 시작된 AI살처분 보상금 편취 의혹과 병아리계약 단가 갑질행위는 사실상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공정위의 발표가 있었던 20일 대한양계협회는 성명을 통해 “상대평가의 문제점이 여실이 드러났다”며 “모든 육계계열사를 대상으로 확대해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육계협회 또한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상대평가는 연구를 통해 농가에 불리하지 않다는 점이 명확하게 밝혀졌다”며 양계협회의 음해를 경계했다.

양측 모두 육계산업의 발전과 농가의 번영, 기업과 농가의 상생을 이야기하면서도 갈등양상은 나날이 치열해 지고 있다. 상대평가방식 이견에만 매몰돼 양측이 설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업계에선 육계산업 발전사를 되짚고 정부와 관계부처의 시각을 산업수준에 근접하도록 노력하는 데 뜻을 같이해야 한다는 자조섞인 비판도 나온다.

"상위농가에 인센티브 더 줬어야(?)"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림이 변상농가를 제외하고 생계대금을 산정한 것이 거래상 지위남용 중 불이익 제공에 해당된다며 약 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림은 생계매입대금 관련 과도한 조처가 내려졌다고 주장하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공정위와 하림은 사료담합행위 관련 행정소송을 벌인 데 이어 올 연말 법정공방 2라운드로 치닫을 가능성이 짙어졌다.

공정위 지적의 핵심은 상·하위 10% 성적을 제외한 뒤 생계매입대금을 결정하는 상대평가 방식의 하림이 사육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고 재해농가와 변상농가를 평가 모집군에서 제외하는 것은 농가에 불이익을 준다는 것이다. 

상대평가의 옳고 그름을 판단했다기보다 계약상 지위남용 소지를 지적하고 2015년~2017년까지 93개 재해농가를 누락한 것을 불법 행위로 봤다.

그러면서 향후 농식품부와 협력해 ‘육계 계열화 사육 계약 표준약관’사용을 독려하고 경비지급 불공정 거래를 엄벌하겠다는 방침을 설명했다.

변상 또는 재해농가 포함시 평균성적이 낮게 형성돼 농가에 더 지급될 수 있었던 인센티브가 해당 농가들이 누락됨으로써 줄어 농가에 불이익하다는 논리다.

이대로라면 최상위 농가들의 수익은 늘어날 수는 있지만 기업의 수익은 악화된다. 장기적으로 기업이 악화일로를 걷게돼 농가에 대한 지원과 안정 장치를 구축할 여유가 없게  된다. 또한, 계열화율이 95%에 육박하는 기업주도 육계산업은 퇴보할 가능성이 높다.

불이익 해석 시각차

하림에 따르면 지적된 93개 농가중 사육에 실패해 오히려 하림에 변상을 해줘야 하는 변상농가는 포함돼 있지 않다. 93개 농가 모두 고병원성 AI나 천재지변을 겪은 자연재해농가다.

육계산업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재해농가를 모집단에 포함한다면 왜곡된 수치로 정확한 성적산출이 어려워 산업 발전에 저해요소가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재해·변상농가를 모집단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그리고 사육기반 안정제도가 도입됐다. 불가피하게 정상적인 출하를 하지 못한 변상농가를 평가 모집단에 포함해야 농가에 이익이라는 공정위의 논리에 견강부회(牽强附會)식 판단이라는 해석이 뒤따르는 이유다.

관련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5년 1월 28일 2002두9940 판결)에 따르면 '불이익 제공'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행위 내용이 상대방에게 다소 불이익하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비춰 부당하게 불이익을 줘 공정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어야 하고 강제적 행위가 있어야 한다. 해당 판례는 관련 업계의 거래관행과 형태, 경쟁질서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불이익제공' 행위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모집단 제외, 농가에 불이익인가

공정위가 지적한 3년 간 하림이 농가 사육기반 안정화에 지원된 금액은 34억원에 이른다. 굳이 셈법으로 실익을 따지지 않아도 더 많은 인센티브를 가져갈 수 있었던 농가들의 이익을 챙겨주는 것보다 안정적인 사육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 금액이 크고 농가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게 하림과 하림 농가사육협의회의 설명이다.

이광택 하림농가협의회장은 공정위가 지적한 모집단 제외로 인한 농가의 손실보다 회사가 변상농가와 재해농가에 지원하는 비용과 실익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이 회장은 “2007년 10월 사육농가협의회 간담회에서 변상농가와 재해농가를 모집단에서 제외하는 데 합의했다”며 “이후 사육변상금을 없애고 마리당 70원의 최소사육비를 지급하는 등 회사가 변상농가를 직접 책임지기 시작했다. 결코 농가에 불이익이 가해지진 않았다”고 말했다. 하림이 강조하는 도산 제로화의 가치가 처음 실현된 시점인 셈이다.

하림은 AI 살처분 보상금 차액 지원, 가축공제보험 가입 지원, 사육농가 자녀 장학금, 입·출하 보조지원비 등 안정적인 농장경영을 위한 지원을 늘려갔다. 모두 사육 계약서 외 사항이다. 하림과 사육농가협의회 간 협의로 이뤄진 결과다. 하림의 변화로 업계 분위기는 바뀌어갔다. 경쟁 계열업체도 농가보호 제도를 자체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절대평가사들 또한 변상금 발생시 보전 제도를 구축하고 인센티브를 전부 지급하기 시작했다.

미국 육계산업 또한 일정 출하율 미만 농가는 평가 모집단에서 제외한다. 우리나라 계열화사업은 미국 계열화사업 모델을 본 따 정립됐다.

공정위 표준약관 따르다 누락

2015년 3월 이전 하림의 사육 계약서에는 변상농가와 직영농장은 출하 농가 모집단에서 제외한다는 문구가 삽입됐었다. 공정위의 두 번째 지적인 계약서 명시누락은 공정위가 제정한 표준약관을 도입하면서 발생됐다.

2015년 계열화사업이 본격적으로 기업형태로 정착되면서 표준계약서 사용 권고가 내려졌다. 공정위가 향후 방침으로 설명한 내용은 이미 농가들의 계약서에 스며들어 있었다는 얘기다.

하림을 비롯한 주요 육계계열업체들도 나란히 공정위가 제정한 표준약관을 토대로 만들어진 ‘육계계열 사육계약 표준계약서’를 도입했다. 이 과정에서 이전 계약서에선 명시됐던 ‘직영농장과 변상농가는 출하 농가 모집단에서 제외한다’는 문구가 누락됐다.

하림 고위 관계자는 “정부의 지침을 전적으로 수용하고 이행하는 과정에서 기존 모집단 제외 합의를 명시하지 않은 것은 실수라면 실수다”며 “그러나 시정을 권고할 사항이지 꼼수나 갑질로 비추고 과징금을 결정한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했다.

심의과정에서 공정위가 이 관행이 계약서에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해 올 4월부터 삽입하고 평가 모집단에서 상·하위 5%를 제외하는 것으로 변경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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