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도 등급제가 있다던데…”등급란의 모든 것
“계란도 등급제가 있다던데…”등급란의 모든 것
  • 김재광 기자
  • 승인 2018.10.22 2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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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란과 각종 일반계란이 뒤섞여 진열돼 있는 대형마트 계란 매대의 모습.
등급란과 각종 일반계란이 진열돼 있는 한 대형마트 계란 매대의 모습.

[농축유통신문 김재광 기자]

필요한 영양소가 골고루 함유돼 완전식품이라 불리는 계란은 일명 ‘슈퍼 브레인 푸드’로도 각광받고 있다. 계란 노른자에 풍부한 레시틴 성분은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어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단골 식재료다. 2016년 세계 최고령 기록 보유자였던 116세의 이탈리아 엠마 모라노 할머니는 장수 비결로 ‘하루 계란 세알’을 꼽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계란은 영양가 높은 대중적인 식품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머리 속에는 지난해 살충제 계란 파동이 새겨져 ‘안전한 계란’에 늘 촉각이 곤두 서 있다. 어떤 계란을 선택해야 할까? 이제는 계란의 유통기한이나 브랜드명을 보고 구매의 손길을 뻗었던 소비자들이 ‘품질등급’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계란에도 등급이 있다는 사실. 경기권 최대 집하장(GP) 중 하나인 안성의 ‘알로팜(alofarm)’을 방문해 신선한 계란이 어떻게 소비자들에게 전달되는지 과정을 직접 체험했다.

한 대형마트에서 등급란과 비등급란을 무작위로 선택해 겉표지를 비교한 모습. 지난 8월말 품질등급 구간을 1+,1,2등급으로 축소하고 중량규격 표시를 보완했다. 앞으로는 왕·특·대·중·소란이 모두 표시되고 해당중략규격에 동그라미로 체크돼 표시된다.
한 대형마트에서 등급란과 비등급란을 무작위로 선택해 겉표지를 비교한 모습. 지난 8월말 품질등급 구간을 1+,1,2등급으로 축소하고 중량규격 표시를 보완했다. 앞으로는 왕·특·대·중·소란이 모두 표시되고 해당중략규격에 동그라미로 체크돼 표시된다.

◇ 깐깐한 QC-등급판정사 거쳐야 ‘등급란’
    계란 등급제 포인트는 ‘위생과 안전’

계란에 대한 불신을 씻고 올바른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축산물품질평가원에서는 2003년부터 계란등급제를 실시하고 있다. 계란등급제는 정부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으로 계란 품질을 평가해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기까지 공정하고 합리적인 유통과정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다.

산란계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은 집하장(GP)으로 모여지는 계란과 계란유통상인에 의해 소매단계로 판매되는 계란으로 나뉜다. 집하장을 통해 분산되는 계란과 유통상인을 거쳐 판매되는 계란의 비율은 약 4:6.

알로팜과 같은 집하장으로 수집된 계란은 다시 등급판정을 거칠 계란과 일반계란으로 나뉜다. 자체 품질관리(QC)직원들이 사전검사를 하고 요구되는 품질에 미치지 못할 경우 반품시킨다. 이들의 눈을 통과한 계란은 다시 축산물품질평가원의 평가사들의 주관 하에 랜덤으로 표본을 추출한다. 이후 외관·투광·할란 판정을 거쳐 계란의 품질을 3개 등급(1+,1,2)으로 나눈다.

외관검사는 육안으로 판별이 가능한 외부결함란 등을 선별하는 단계다. 이후 노른자의 퍼짐정도와 흰자의 결착력, 계란 껍데기 뭉툭한 부분(둔단부)에 있는 기실이라는 계란 숨구멍 크기와 내부 이물질 등을 빛을 투사해 검사하는 내부 투광판정을 거친다.

마지막으로 계란을 깨뜨리고 무게와 높이를 측정하는 호우단위(Haugh Units)를 판정한다. 계란 신선도를 나타내는 평가다. 이밖에 노른자의 평평함, 흰자의 진함 정도, 이취·변색을 살핀다. 축산물품질평가원 경기지원 김수희 과장(등급판정사)는 “신선한 계란일수록 흰자와 노른자가 뭉쳐져 볼록하고 결착력이 좋아 이쑤시개로 찔러봐도 모양이 퍼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을 거친 계란만이 중량 규격별(왕·특·대·중·소)로 다시 선별돼 등급을 부여받게 된다.

등급란은 계란생산→집란→검란→세척·건조→외관판정→투광판정→할란판정→등급부여→포장→시중 이동 순으로 이뤄진다. 왼쪽 상단 첫 번째 사진은 검란단계에서 외부결함란을 선별하는 모습. 계란이 파각검출기를 지나는 과정에서 사진과 같은 면봉이 계란에 두들겨져 깨진 계란을 또 선별한다. 표본에 대한 투광검사를 통해 실금이 난 계란을 판별하는 모습. 왼쪽 아래 투광검사구간을 지나면서 부적합란으로 선별된 계란을 깨자 혈란이 발생됐다. 마지막은 흰자의 두께를 측정하는 할란판정의 모습.
등급란은 계란생산→집란→검란→세척·건조→외관판정→투광판정→할란판정→등급부여→포장→시중 이동 순으로 이뤄진다. 왼쪽 상단 첫 번째 사진은 검란단계에서 외부결함란을 선별하는 모습. 계란이 파각검출기를 지나는 과정에서 사진과 같은 면봉이 계란에 두들겨져 깨진 계란을 또 선별한다. 표본에 대한 투광검사를 통해 실금이 난 계란을 판별하는 모습. 왼쪽 아래 투광검사구간을 지나면서 부적합란으로 선별된 계란을 깨자 혈란이 발생됐다. 마지막은 흰자의 두께를 측정하는 할란판정의 모습.

◇ 등급란 관심 증폭…판정수량 증가세
    자율등급제에서 의무화 시동

이처럼 계란은 세척과 건조, 코팅, 검란 과정을 지나 외관판정, 투광판정, 할란판정 등 총 3단계 판정과정을 거친 후에야 등급란으로 탄생된다.

하지만 다른 축산물과 달리 계란은 등급제가 강제 사항이 아닌 자율등급제다. 현재 출하되는 계란 가운데 등급계란은 평년 약8% 수준에서 지난해 5.93% 수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축평원 경기지원 김수희 과장은 “살충제 계란 파동과 난가 하락 등 계란시장 상황이 급변해 계란 등급판정 물량이 줄었지만 국민들의 관심이 날로 높아져 문의가 많고 등급판정 개수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 6만3595개였던 등급판정 계란 수는 올해 9월 8만9300개로 약 40%증가했다. 1월부터 9월까지 전체 누적 판정개수도 약 38%늘었다.

계란 등급제는 앞으로 계속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은 계란을 포함한 등급판정 가금류 확대 공급을 위해 ‘가금산물 자체품질평가제’ 2차 시범사업을 진행중이다. 지난해 1단계 시범사업에 이어 올해 2단계 시범사업이 마무리되면 평가 결과에 따라 내년 본사업 전환여부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농식품부의 광역GP사업과도 관련 연속성을 둘 방침이어서 계란도 한우와 한돈처럼 등급판정 의무화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그러나 대한양계협회 등 생산자들은 유통단계 콜드체인시스템 구축이 미비해 일반란과 등급란의 품질차이가 적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과 등급란 차등 실효성을 지적하고 있다. 등급제 의무화에 도달하기까지 많은 숙제가 남겨져 있지만 농식품부는 최근 ‘축산법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내고 품질등급 구간을 기존 1+,1,2,3 등급에서 3등급을 폐지해 등급을 축소하는 등 개선해 나가고 있다.

등급제가 활성화된다면 생산농장들의 환경 및 품질 개선 노력과 함께 생산업체 품질관리수준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일반계란과 등급란 차이는
    등급란은 왜 특·대란이 많을까

계란의 종류에는 크게 유정란, 무정란 영양란 유기농란 등이 있다. 여기에 농식품부의 동물복지 농장인증을 받았다면 동물복지 유정란 등으로 표기된다. 대부분 시중에서 판매되는 일반계란은 향후 병아리로 부화할 수 없는 무정란이다.

알로팜 하영창 수석부장은 “무정란과 유정란의 영양학적인 차이가 있다는 보고는 현재 알려져 있지 않다. 영양란은 비타민A,E 등 특정 영양성분을 강화한 계란, 유기농란은 유기농법으로 생산된 사료를 급여해 생산된 계란이다”고 말했다.

이어, “등급판정 계란 중 95%이상이 특·대란인데 이는 닭의 산란 피크인 28주 이후 특대란 비율이 높기 때문”이라며 “중·소란은 20~28주 사이에 생산되는데 생산기간이 짧고 생산량이 많지 않아 등급판정을 거의 하지 않을뿐더러 시중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이 계란들의 크기와 오염여부 등을 확인하고 판정과정을 거쳐 등급을 부여받으면 1등급 유정란, 1등급 유기농 계란 등이 되는 것이다. 등급란은 중량규격과 내외부 품질을 모두 들여다 보고 이를 표시한다. 학교·병원 등 급식에 공급되는 계란은 무항생제 인증 계란과 등급란만 가능하다. 계란 생산이력추적 또한 축산물품질평가원 등급계란정보 서비스에서 직접 조회할 수 있다.

조회한 계란은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알로팜 농장의 353일령 로만브라운 품종의 계란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회한 계란은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알로팜 농장의 353일령 로만브라운 품종의 계란인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사진 난각에 새겨진 숫자는 소비자가 직접 생산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다. '판정'은 등급판정확인표시다. 0801105 중 '08'은 생산자 시·도, '011'은 생산자 번호, '05'는 생산한 계군번호를 가리킨다. 'AL'은 집하장 고유코드, '181018‘은 등급판정일자(년월일)을 의미한다.

국내 최대 대형마트 관계자는 “등급란 가격은 일반계란보다 2배 가까이 높지만 구매 고객수가 3배 이상 증가했다”며 “등급란뿐만 아니라 유정란의 구매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전했다.

농촌진흥청의 ‘2018 농식품 소비트렌드 분석’에서도 신선란 소비 중 유정란의 소비가 완만하게 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계란의 위생과 안전 이슈로 고급계란 선호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등급판정 계란. 이젠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는 새로운 풍속도가 자리잡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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