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괴산 하늘목장'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괴산 하늘목장'
  • 김재광 기자
  • 승인 2018.11.19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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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자연한 괴산 하늘목장의 모습.

[농축유통신문 김재광 기자]

국토의 64%가 산림인 나라 대한민국. 우리는 전 세계에서 최고 수준의 숲과 산악지형을 보유하고 있다. 수려한 자연풍광과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각종 규제로 활용에 발목이 잡혀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최근 자연 그대로의 산지를 활용해 동물복지를 실현할 수 있는 산지생태축산을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이 모아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6차산업화의 일환으로 2013년부터 한국형 산지생태축산 모델 구축에 역량을 쏟고 있다. 산지생태축산 활성화에 가장 적합한 축종으로 꼽힌 염소, 그중에서도 유산양 산업의 경우 아직 걸음마 단계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성공모델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목장이 있다.

고지대 광활한 초원이 하늘과 맞닿았다는 의미로 이름이 지어진 괴산 하늘목장이다.

◇ 가업으로 이어질 체험형 치유농업 현장으로

충청북도 괴산군 수암리 어느 산골. 4륜구동 차량이 아니라면 올라갈 수 없는 아직 정돈되지 않은 산 밑 좁은 도로를 거칠게 따라가다 보니 믿을 수 없는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괴산 하늘목장은 해발 600m, 약 10만평 초지가 펼쳐져 그야말로 푸른 초원 위 그림 같은 목장이다.

“우리 목장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힐링의 시간을 보내고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도록 국내 최고의 치유농업형 목장으로 가꾸는 게 꿈입니다"

수려한 풍광에 감탄하고 있던 기자에게 김운혁·김소라 씨 부부는 아들이 목장을 잘 이어갈 수 있도록 기반을 다져놓고 있다며 간절한 소망을 밝혔다. 염소요리 식당 운영과 함께 유산양에서 우유를 짜내며 목장경영수업중인 아들 김성화 씨의 미래 청사진을 김 씨 내외가 그려가고 있는 셈이다.

대표적인 체험형 젖소 낙농목장으로 여주 은아목장과 매일유업의 상하농원 등이 있지만 유산양 목장은 뚜렷한 부흥기도 없이 쇠퇴기를 맞이하고 있다. 근친교배로 산유량이 급격히 저하되고 있어서다.

역설적이게도 괴산 하늘목장은 육용염소 보어 사육에서 점차 쇠퇴하고 있다는 유산양 목장으로의 변신을 준비중이다. 그는 어떤 가능성을 본 것일까?

◇ 귀농 아이템 염소 선택…산전수전 다 겪어

김운혁 씨는 담담하게 귀농 후 겪어 온 우여곡절을 풀어냈다.

건설업체 2곳을 운영하던 김운혁 씨는 2005년 농촌으로 돌아가 편히 쉬고 싶은 마음에 귀농 아이템을 고민하다 비교적 사육이 수월하다는 염소를 선택했다.

과거 한우방목목장으로 운영됐던 부지를 매입하고 시설비와 모축비를 포함 약 10억원을 들여 2005년부터 야심차게 육용 흑염소 150마리를 사육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첫해부터 1마리를 제외하고 모두 폐사했다. 다시 흑염소를 사들였고 빚은 늘어갔다. 왜 죽어갈까? 폐사원인을 쫒기 시작했다.

염소의 축사가 문제였다. 여느 염소농가들과도 똑같았을 축사지만 염소들은 뿔이 걸려 사료 섭취가 불가능하거나 물을 마실 수 없었다. 염소가 느끼는 주변 환경 스트레스가 고기 품질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했다.

"염소가 자라면서 뿔이 걸려 목을 뺄 수 없어서 못먹는 거였어요. 그래서 뿔을 잘라내는 게 아니라 사료 투입구조를 바꿔 높낮이를 개선해 줬어요. 얘들도 주인이 하는 말을 알아들어요. 그래서 염소에게 푸념도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하며 상태를 살피기도 합니다. 저도 스트레스를 풀고 아이들 스트레스는 제가 풀어주는 거죠”

김운혁 씨는 동물과의 교감을 강조했다. 수익을 창출해 의식주를 해결하고 자식을 길러야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이겠지만 염소들 또한 내 자식처럼 생각하고 교감해야 더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고.

이런 노력 때문일까. 실패를 거듭하던 염소사육은 차츰 안정세를 유지해갔다. 그러나 2014년 11월, 또 한 번 아픔을 겪는다. 사냥꾼들이 풀어 놓은 사냥개들이 목장에 침입해 40여 마리의 생명을 처참히 앗아간 것이다. 당시 피해액은 3억원 가량. 당시 처벌할 근거 규정이 없어 안타깝게 봉변당한 사건으로 일단락 됐다.

◇ 가축에 주어진 자유, 고품질로 돌아와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김운혁 씨는 기존 전해 내려오던 염소 사육법에서 탈피해 새로운 사육법을 정립해 나간다.

그 노하우들은 괴산 하늘목장 카페에 기록돼 염소사육을 희망하는 귀농인들에게 교육자료로도 쓰인다. 한국흑염소협회장이기도 한 김운혁 씨는 국내 염소1호 박사인 최순호 박사와 교육을 하고 있기도 하다.

"경험에 의해 내려오던 안 좋은 사육법을 개선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고쳐나간 것들을 기록한 것이고요. 사실 별다른 사육법은 없습니다. 그저 365일 자연방목과 자유입니다."

하늘목장 염소들은 자유롭다. 초지에서 마음껏 뛰어 놀다가 축사로 돌아가기도 하고 그대로 앉아 낮잠을 청하기도 한다. 김 씨는 인위적인 환경으로 가두기보다 자연 그대로 염소 습성을 나타내도록 해주는 것이 자신이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이러한 환경 덕분에 폐사율은 0%에 가깝다. 건강한 염소들은 튼튼한 염소새끼를 다산해 주고 있다. 초지환경이 주는 최대 강점은 사료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반 육용 염소농가는 평균적으로 마리당 35만원의 사료비용이 지출되지만 하늘목장은 자연순환농법으로 10만원 내외의 이유식 TMR사료비용으로 충분하다.

대부분 생산비에서 사료비용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사료비 절감은 농장 수익향상을 위해 필수적이다. 마릿수를 늘려 더 큰 수익을 바라봐도 되지 않냐는 질문에 바로 손사래를 치며 “개체수가 늘어나면 주변 산간지역이 황폐화되므로 나에게도 피해지만 지역 주민들에도 피해가 된다”며 “산지축산을 지속하려면 그런 욕심은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염소고기 음식점 손님들이 발길이 끊기지 않는 이유는 염소고기 특유의 누린내가 없기 때문이다"며 "그 이유가 바로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자유롭고 깨끗한 자연환경에서 자란 염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괴산 하늘목장은 고기용 염소에서 우유를 생산하는 염소로 목장 운영 품목을 전환하고 있기 때문에 육용 염소 수를 점차 줄여가고 있다. 체험형 치유목장엔 고기염소보다 유산양이 적합하다고. 올해 뉴질랜드에서 수입해 온 우수한 유산양들이 엄청난 산유량을 자랑하며 쉴 새 없이 고품질 우유도 쏟아내고 있다.

2018 친환경축산페스티벌에서 하늘목장 산양유를 맛보고 있는 주부들의 모습.
2018 친환경축산페스티벌에서 하늘목장 산양유를 맛보고 있는 주부들의 모습.

◇ 자연에 의한 '건강과 치유', '공존과 상생'

"미래의 농업의 역할과 축산업이 지속가능성이 가리키는 방향은 같습니다. 최우선적으로 국민 건강에 유익해야 합니다. 도농교류, 자연과 사람의 공존과 상생이 키워드입니다. 사람과 마주하는 시간보다 전자기기와 마주하는 시간이 더 많은 도시민들의 잠재된 감성을 자연과 동물로 깨워주면서 그들의 상처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어야 합니다. 농업으로 오감만족을 할 수 있도록 보고 먹고 듣고 느끼는 모든 활동을 축산과 함께, 자연과 함께 즐겁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 농업과 축산이 나아가야 할 방향입니다"

한 후계 축산인의 아버지이자 한 축산 단체의 회장인 그의 열변에서 진정성과 자신감이 느껴졌다.

한국 농업의 미래에 대한 고민의 끝에 치유형체험목장 전환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김운혁·김소라 씨 부부.

이들은 육용염소부터 우유를 짜 내는 유산양까지 염소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격상시키며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었다.

괴산 하늘목장은 산지생태축산의 좋은 귀감으로 알려져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한 산지축산우수농가 10대 농가에 선정됐다. 친환경축산 대상도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수상했다.

김운혁 씨는 내년 봄까지 산책로와 꽃밭을 조성해 트래킹 코스를 만들 계획이다. 이미 중부권 최대 산지치유체험목장으로 부푼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어 괴산군청을 비롯한 주변 시·군에서 보내온 특색있는 꽃과 나무들이 즐비하다.

“앞으로 목장이 다듬어지면 양과 조랑말 같은 다른 축종도 들여올 계획입니다. 단순히 목장 자연환경보다 사람과 자연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광경이 아름다운 목장으로 가꾸고 싶네요. 아들이 이어서 운영해야 하는데 열심히 일궈놔야죠."

그의 5년후, 10년후가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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