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물 자조금, '의무'에서 '임의' 전환 첫 사례 나오나
농축산물 자조금, '의무'에서 '임의' 전환 첫 사례 나오나
  • 김재광 기자
  • 승인 2018.11.19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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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계계열사·사육농가협의회
자조금납부 '회의론 부각'
정부개입·중재 여의치 않아
납부주체, 상생 · 협치 폭넓게
자조금, 대승적 결단 내려야

[농축유통신문 김재광 기자] 

생산자단체 간 이해관계 대립으로 내년도 닭고기자조금 사업 예산 조성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닭고기자조금을 구성하는 4개 단체(대한양계협회·한국육계협회·한국토종닭협회·목우촌) 중 대한양계협회와 한국육계협회의 간극이 좀처럼 풀리지 않는 모양새다.

한국육계협회 회원사들은 닭고기자조금 예산활용에 불만을 드러내면서 임의자조금 전환 여부를 저울질 하고 있다. 열쇠를 쥔 오세진 닭고기자조금관리위원장 또한 하림, 참프레 등 주요 육계계열사들과 협의에 적극적이지 않아 내년 닭고기자조금 주도 사업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내부 불협화음이 최고조에 이르고 미납이 지속되고 있는 데는 유사계열화사업자의 무임승차 미해결과 4기 닭고기위원장에 오세진 대한양계협회 부회장(육계위원장)의 당선이 달갑지 않은 육계계열사들의 불편한 속내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 의무 저버린 산업인들 제재도 ‘답답’

“각자 따로 해야지 뭐.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게 생겼어.”

닭고기자조금을 구성하는 한 단체장이 답답한 마음에 뱉어낸 말이다. 닭고기자조금의 올해 거출률은 11월 19일 현재 24.1%에 불과하다. 여전히 중소계열업체들의 미납이 횡행한 것은 물론 주요 육계계열화업체들 역시 아직 단 한 푼도 납부하지 않고 있다. 

소속 농가분담금 납부실적만 적용된 거출율은 마니커가 자조금 고지금액 대비 5.2%로 가장 떨어진다. 하림, 체리부로, 사조화인코리아, 동우팜투테이블, 참프레 등의 거출율도 28~37%로 저조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농협목우촌만이 105%로 제 때 완납하고 있고 농업회사법인 다솔 또한 90%이상의 납부율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올해 1월 축산자조금 미납자 관리 강화 정책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의무자조금 미납시 해당 가축의 도축을 보류하도록 하고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각 지자체에 공문을 발송했다.

거출율이 저조한 닭고기와 계란자조금은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도축보류로 인한 민원과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기업에 과태료를 부과하게 하는 등 지자체에 부담이 전가돼 실효성 없는 이벤트로 전락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부가 자조금 납부를 강제하는 것보다 관련 협회와 이해당사자가 대승적 차원의 협의와 화합으로 풀어가는 게 바람직하다”며 “자조금 정상화를 위해 정부도 계열업체 의견청취 간담회를 갖는 등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축산자조금법을 개정해 과태료를 대폭 상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최소한의 징벌에 그쳐야 한다는 주장도 맞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조금을 준조세격으로 납부의무에 치중할 경우 본 취지가 희석될 수 있다”며 “한우와 한돈, 우유, 계란 등 모든 자조금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법률인 만큼 농가의 부담이 가중될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규제완화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정부의 무리한 개입은 부정적인 평가로 흘러갈 수 있어 농식품부도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 ‘상생경영’ 안목 ‘상생산업’으로 넓혀야

이대로 계속 자조금 납부를 거부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농식품부에 따르면 아직 ‘의무자조금’에서 ‘임의자조금’으로 전환된 사례는 없다. 축산자조금법에도 전환 관련 규정은 없으나 4개 단체의 협의가 있다면 가능하다는 판단은 나왔다. 납부실적에 따라 정부매칭 지원이 줄고 폐지수순을 밟게 된다.

그러나 4개 단체 협의로 자조금을 폐지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 이홍재 대한양계협회장이 육계자조금위원장직을 수행하던 2012년, 당시 정병학 한국계육협회장과 이홍재 육계자조금위원장은 계육협회가 거둬들이던 닭고기 기업들의 자조금을 육계자조금에 편입시키면서 닭고기자조금으로 명칭 변경도 협의했다.

닭고기 공급과잉과 소비둔화로 인한 닭고기 업계의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고 FTA 개방화 시장에서 계열사와 농가가 함께 자조금을 운영해 공동의 어려움을 타개해 나가자는 취지에서다.

이질적이면서도 동질적인 양 단체의 합의의 산물이 닭고기자조금인 셈이다. 자조금을 폐지하려면 통합하면서 내세웠던 명분과 논리를 모두 정면으로 뒤집어야 한다. 현재 두 인물은 양대 협회 단체장을 역임하고 있다.

한 육계계열사 대표는 “의무를 한 만큼 활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면서 “또, 소비홍보 비용으로 각 기업들은 이미 최고 50~100억대를 지출하는 등 닭고기는 자조금의 성격을 넘어섰기 때문에 자조금이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필요에 의한 사업비는 서로 걷은 만큼만 쓰더라도 홍보사업은 이미 정부 비매칭 사업이어서 향후 자조금 존속방안은 임의자조금으로의 전환이 합리적이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의 육계계열업체 대표자들이 공감대를 표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조금의 역할은 소비촉진사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생산자와 관련 유통업계 등 산업 관계자들이 해당 품목의 발전과 성장동력을 끊임없이 발굴해 산업 종사자들이  안정적으로 산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추구하는 공동의 노력과 의무다.

법률상 자조금은 소비촉진 홍보와 자율적 수급 안정, 유통구조 개선 및 수출 활성화를 위해 쓰이는 자금으로 요약된다.

◇ 위치에 따른 '태세전환' 덕목 될 수도

표면적으로는 30여개 유사계열사 미납, 예산 활용 불투명성을 지적하며 당위성을 주장하지만 캐캐묵은 정파논리가 밑바탕에 깔려있다.

닭고기 기업들은 오세진 닭고기자조금관리위원장을 허위사실을 퍼뜨려 업계에 불안감을 줬던 인물로 평가하고 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는 것에 의구심을 두는 눈치다. 또 대한양계협회 부회장이라는 직함을 확대해 반감을 품고 있다.

지난해 수급안정사업을 위해 체리부로, 참프레, 동우팜투테이블 등이 미납금액을 모두 정산하는 등 정상화 노력을 기울였지만 재빨리 진행된 양계협회 사업 승인으로 계열사분으로 정산된 재원이 고갈됐다. 결국 계열업체가 바랐던 목적사업을 절반밖에 할 수 없었다. 이 일로 계열사들이 양계협회를 향해 쌓였던 불만이 정점으로 치달았고 오세진 위원장의 당선과 함께 자연스럽게 벽을 세웠다.

게다가 오세진 위원장 또한 강경투쟁으로 다져진 운동권 인사다. 당연한 의무를 굳이 기업에 등굽히며 받아야겠느냐란 입장이어서 갈등의 골은 더욱 메워지기 어려워졌다.

육계 계열사와  오세진 닭고기자조금관리위원장 모두에게 가치와 신념을 초월한 폭넓은 상생협력 노력이 요구된다. 나아가 정부는 공식적으로 참석하게 돼 있는 육계수급조절위원회, 자조금 대의원회 및 자조금관리위원회 등 회의석상에서 현장 목소리를 수렴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올해 각 회의장에서 정부 관계자의 참석은 전혀 없었다. 닭고기수급조절위원회 역시 개최되지 않았다. 정부의 닭고기 산업 관심과 이해 노력 또한 낮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앞으로 회의석상에 참여해 현장의견을 수렴하는 등 산업이해를 높이는 노력을 실천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자조금은 생산자들의 의지에 의해 탄생하거나 폐지될 수도 있는 제도다”며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한계가 있어 닭고기자조금과 이해단체 간 중립적인 조율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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