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농협 1] 농협 경제사업 홀로서기 성공 가능성은?
[새농협 1] 농협 경제사업 홀로서기 성공 가능성은?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2.02.17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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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구조적 모순 극복 못하면 결국 실패

신경분리, 자본금 확보 앞서 제도 개선 신경써야

통합경영방식 경제사업 추진 위험부담 높아 

농협중앙회가 2일 새 농협출범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업구조 개편을 감안한 인사를 지난해 말부터 단행하는가 하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겠다며 전무이사, 축산경제대표이사, 농업경제대표이사, 신용대표이사가 사의를 표명하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각 지역본부 및 시군지부도 신용부분의 독립을 위해 작업 중이며 은행과 보험 부분에 필요한 인력 확보를 위해 1340명 채용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사업구조 개편의 핵심은 농협이 농업인이 생산한 농산물 판매에는 미온적이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신용사업에 너무 편중하고 있다는 문제의식 속에 경제와 신용을 분리시켜 양 부분이 서로의 수익에 의존하지 않고 경쟁력을 더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적을 두고 진행됐다.
문제는 농협이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한다 해서 지금까지 잘하지 못했던 농축산물 가공과 판매 등 유통사업을 제대로 수행해 낼 수 있느냐에 있다.

농협 구조적 모순 어떻게 극복

농협은 거래 당사자인 농업인이 주인인 협동조합이다.
당연히 농협은 조합원이 생산한 농축산물을 최대한 비싸게 사줘야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내다 팔 때는 농산물을 비싸게 내다 팔 수가 없다.
시장 상황에 따라 싸게 팔아야 할 때도 있고 비싸게 팔 때도 있다.
여기에 축산물 신선채소류의 경우 유통기한이 짧기 때문에 재고 또한 많이 가질 수 없어 급할 경우에는 손실을 보면서 판매할 때도 부지기수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회원조합이든 농협중앙회든 농산물 판매물량은 신용사업에서 벌어 적자를 메울 수 있는 수준까지로 한정됐다.
여기에 농협의 사업구조가 경제사업보다는 신용사업에 편중돼 있는 것도 문제다. 신용부분이 사업의 핵심이기 때문에 임금수준이 시중 은행권 수준으로 책정돼 경제사업 부분이 같은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사기업 대비 인건비 비중이 높은 것도 경제사업이 흑자를 낼 수 없는 구조적 모순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비용의 임금 구조는 신경분리가 마무리 되면 어떤 방식으로든 조정하겠지만 비싸게 매입해 손해보며 판매하는 구조는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일부 물량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물량이 도매시장을 통해 거래가 이뤄지는 일반 과실 및 채소류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축산부분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협동조합이 적정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반 사기업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점이 있어야 하는데 그 방법이 비싸게 농산물을 사주는 것 외에는 없다는데 있다.
협동조합이 사기업과 농민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가 차이가 없다면 농가들이 협동조합에 물량을 몰아 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신경분리가 이뤄진 이후에는 구조적 모순으로 인해 발생한 손실을 신용에서 끌어다가 메울 방법 또한 없어 유통사업 확장은 조합원과의 마찰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자본금 확충이 앞서 제도 개선 필요

앞에서 말한 구조적 모순으로 인해 협동조합 중 상당수가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청산된 경우도 많다.
육계계열화사업을 했던 충북육계조합, 전북양계조합은 청산됐고 계란유통을 주로 했던 서울경기양계, 대구경북양계 등은 계란판매에서 발생한 적자분이 누적되면서 결국 한국양계농협이라는 이름으로 합병됐다.
지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대다수의 농축협은 신용사업 위주의 사업을 통해 외형을 넓혀 나가고 농산물 유통사업보다는 이익을 내기 쉬운 비료, 사료 등 농자재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구조적 모순을 어떻게 벗어 날 수 있을까 필자는 농협의 구조적 모순을 벗어나기 위한 대안으로 제도 개편을 손꼽고 있다.
정부와 농협중앙회는 한 5~6조원 정도 자본금을 몰아주면 다 될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다음 정권 중반 자본금을 까먹기 시작하면서 농협개혁의 실패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것으로 필자는 전망하고 있다.

농협경제사업의 구조적 모순을 극복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덴마크의 데니쉬 크라운, 스웨덴 알라푸드, 뉴질랜드의 폰테라와 같은 글로벌 협동조합을 정부는 신경분리된 농협의 롤모델로 삼겠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서울우유협동조합이라는 성공적 모델이 자리잡고 있다. 사업 성과도 뛰어나고 조합원들에게 원유납품에 따른 유대 이외에 환원사업과 배당등을 통해 추가 수익을 돌려주는 등 사업적인 면에서나 조합원 보상면 모두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국야쿠르트, 남양유업, 매일유업, 빙그레, 롯데우유 등 누구나 알만한 대형 식음료 기업들과 경쟁에서 서울우유가 업계 수위자리를 계속 차지하고 있는데는 정부의 원유가격 고시제도가 한몫했다.
협동조합의 성공모델로 손꼽히고 있는 서울우유협동조합은 협동조합의 구조적 모순에도 불구하고 쟁쟁한 사기업들을 뒤로 한 채 업계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원유가격을 정부가 고시하다보니 협동조합이라 해도 농업인들로부터 더 비싸게 원유를 사줄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결국 협동조합인 서울우유도 사기업인 남양이나 매일도 출발점이 같았다.
여기에 협동조합은 조합원인 낙농가들에게 우유판매를 통해 발생한 이익을 일부 투자금과 인건비 등을 제외하고 전액 조합원들에게 배당하기 때문에 물량 확보를 위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즉 원유가격 고시제도로 인해 협동조합의 단점은 사라지고 장점만 남게 되니 협동조합인 서울우유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국내 최대 닭고기 계열업체인 (주)하림의 이문용 사장은 (주)빙그레 대표이사 재직시절을 회고하며 일반유업체들이 서울우유 등 협동조합과 경쟁에서 번번히 밀릴 수밖에 없었다며 낙농유가공업계에선 협동조합 불패론이 정설처럼 여겨졌고 빙그레는 서울우유와의 정면승부를 피하기 위해 가공우유인 바나나우유 마케팅에 집중했다고 밝힌 바 있다.

생산과 유통의 분리 농산물 유통구조 바꿔야

신경분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농산물 매입 가격 즉 구매 비용이 경쟁업체에 비해 과다해져서는 안된다. 또한 신농협이 일반 사기업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농업인들로부터 과도하게 가격을 깎을 수도 없다. 공적기능과 일반기업적 기능 가운데 줄타기를 해야하는 농협으로서는 너무 제약이 많은 것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생산과 유통의 분리가 필요하다.
생산은 지역농축협이 전담을 하고 가공이나 판매는 농협중앙회 또는 품목조합, 일반 사기업이 원료를 지역농축협으로부터 구매해 제품화하는 방식이다.
지역농축협을 통해 출하가 단일화되기 때문에 원료농산물은 어떤 주체도 비싸게 혹은 싸게 매입 할 수 없다.
경쟁력은 구매비 절감이 아닌 유통의 혁신, 최종 제품의 품질향상 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국내 유가공산업은 원유가격 고시제도로 인해 생산과 가공판매가 분리된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했다. 누구도 구매비를 낮춰 이익을 추구할 수 없기 때문에 제품의 품질을 높여 시장에서 가격을 인정받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서울우유가 유제품 시장 선도 기업이긴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유업체들 마다 최고 제품을 하나씩 보유하며 각자 어느 정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서울우유는 백색시유 시장 1위, 한국야쿠르트는 액상발효유와 기능성발효유시장 1위, 빙그레는 바나나우유와 호상발효율 시장 1위, 남양유업은 조제분유시장 1위 등 전체 물량과 매출에서는 서울우유가 1위이기는 하지만 각자 남들에게 뒤지지 않는 제품 하나씩은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제품력이 뒷받침되지 못하거나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한 업체들은 사라질 정도로 생존을 위해 치열히 경쟁의 결과물이다.
유가공업계의 치열한 경쟁 덕에 우리 유제품은 종류도 많아지고 품질 또한 높아 인근 중국 등 동남아에서는 프리미엄 대우를 받고 있다.
유업체들만 튼튼해진 것이 아니다. 낙농가들도 정부의 원유가 고시로 가격 보장을 받으면서 대형농장을 꾸리지 않아도 어느 정도 소득을 올리며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낙농가들이 만든 낙협이 전국에 10여개가 운영 중이고 1990년대 중반 자조금사업을 도입하는 등 다른 품목이 벤치마킹하는 사업을 여럿 발굴해 시행하고 있다.
제안한 거래 방식의 전환은 추진에 여러 문제점들이 제기 될 수 있는데 공정경쟁을 저해한다든지 하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생산 농가를 옥죄어가며 더 저렴한 가격에 출하를 유도하는 경쟁은 농업인의 소득을 희생해 가는 방식으로 변질될 수 있다.
경쟁은 구매비용 절감이 아닌 제품의 혁신을 통해 이루도록 독려하고 농업인은 협동조합이라는 울타리를 통해 보호받게 하는 방식이 경제 민주주의를 외치고 있는 현재의 분위기에도 부합하고 협동조합 중심으로 농산물 판매망을 구축한다는 명분에도 부합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낙농부분에서는 협동조합 중심의 집유일원화하는 방안을 정부 주도하에 논의를 진행시키고 있다. 이러한 개념을 다른 농축산물로 확대한다면 농협이 경제사업의 독립경영도 가능한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신경분리가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정부로부터 돈을 얼마나 더 끌어 올 것이냐가 핵심이 아니라 제도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이냐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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