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란일자표기·식용란선별포장 등 계란 신선·안전 정책 허술
산란일자표기·식용란선별포장 등 계란 신선·안전 정책 허술
  • 김재광 기자
  • 승인 2018.12.13 12:5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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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유통신문 김재광 기자] 

정부, 일단 예정대로 시행
계도기간 6개월 부여 후
지원·보완 방향 검토 계획
산란계, “정책 일방통행 분개”

내년 초부터 세척계란 냉장유통과 산란일자표시제, 식용란선별포장업 등 계란산업 체질개선을 위한 정책들이 줄줄이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산란계 농가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당장 내년 1월1일부터 세척란의 냉장유통 의무화가 시작된다. 2월 23일부터는 계란 껍데기에 생산자 고유번호와 사육번호 등 6자리 외에도 산란일자 4자리를 의무적으로 표기해야 한다. 또, 4월25일부터는 전체 계란소비 중 56%(약 80억개)를 차지하는 가정용 계란의 유통·판매는 식용란선별포장업 허가를 받은 곳에서만 가능해 진다.

일련의 제도 시행에 반대해 온 대한양계협회는 14일 식약처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진행한다.

◆ 축산물 위생·안전은 전담 부서로

지난 11일 국회서 열린 ‘정부의 계란안전성대책 문제점 토론회’를 대한양계협회와 주최·주관한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은 “사회 곳곳에서 규제 완화를 얘기하는데 농업에 관해선 일방적으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그 규제가 식품의 안전성이 나아지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 이해도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규제 잣대만 들이대면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 축산물 위생·안전업무는 농식품부로 다시 이전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에 따르면, 미국에선 축산물 관리를 농무성에서 하고 있다. 덴마크는 수의식품검역청이 농림부 산하에 있다. 국내 축산물위생이 식약처 이전된 것은 박근혜 정부시절인 2013년이다. 정부 업무 분장 논의가 있을 때 본격적으로 환원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 산란일자표시, 산업혼란 야기

대전충남양계농협 임상덕 조합장은 “산란일자 표기로 소비자들은 최근 생산된 계란만을 선호해 나머지 계란의 폐기처리는 농가에 부담지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임상덕 조합장은 고병원성 AI로 일시이동중지와 출하 정지가 내려졌을 때 이미 생산일자가 표시된 계란의 판로 문제도 제기 하면서 "난각표시보다 유통기한 포장 표기가 현명하다”고 밝혔다.

다한영농조합법인 이만형 조합장도 “모든 농축산물은 저장의 기능을 이용하고 강화하고 있다”며 “농산물과 과채류가 제철이 아님에도 먹을 수 있는 이유는 저온창고 저장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선하고 안전한 계란임에도 신선과 안전 기준이 날짜에만 매몰돼 산업적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만형 조합장은 “최종 소비자는 최근 날짜만 요구하고 유통인은 이에 맞춰줄 수밖에 없다. 농장엔 적체물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갈등이 더 깊어질 수 있다”며 “최근 날짜만을 공수하기 위한 다른 의미의 계란 대란도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어떤 농축산물에도 생산일자를 의무적으로 표기하지 않는 것은 이러한 애로와 소비자의 배려라는 주장이다.

◆ 식용란선별포장, 부담은 오롯이 농가

식용란선별포장업도 문제다. 허가를 받은 업체는 전국 10개소 미만인 데다 선별포장업을 하기 위한 기기를 위해 5억원 이상의 설비비가 추가되는 등 영세한 계란유통인이 도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 부담 또한 산란계 농가들에게 떠넘겨졌다. 계란유통인들은 농가단위에서 선별포장까지 해줘야 이를 수탁 유통·판매하고 불법적인 계란은 가져가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세운 것이다.

전북대학교 류경선 교수는 “정부 주도형 집하장 시스템 구축이 가장 중요하다”며 “계란집하장을 소와 돼지처럼 갖추고 계란 가격도 단일체제로 고시해야 DC 후장기까지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식용란선별포장업은 GP를 통한 안전한 계란 생산을 위해 시작됐는데 농장에 계란 선별기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농가에서도 할 수 있다는 논리는 적절하지 않다”며 “HACCP인증과 유지비용, 혈반·파란 검출기 등등 현재 산란계 농가에서 부담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 정부, 구체적 로드맵 부재…구멍 숭숭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농림축산식품부 등 정부 관계자들의 답변에선 구체적인 지원 방안과 계획이 제시되지 않아 농가들은 답답함을 호소했다. 추측성 전망과 일단시행 후 지원이라는 안일한 대처에 농가들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오정길 전 한국양계농협조합장은 “산란계 농장 90%를 차지하는 6만수 규모 사육 농가 기준, 하루 3만개 계란을 팔기 위해 식용란 선별포장업 허가와 해썹유지, 혈반·파란 검출기 등을 위해 큰 비용이 지출되는데 전재산을 털어도 못하는 지경이다”며 “근처 30km 근방에 외주를 줄 포장업체도 없어 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 안영순 농축수산물정책과장은 “식용란선별포장업을 모든 농가가 하라는 것은 아니고 능력이 되면 하고 안 되면 다른 지역을 이용하면 된다”며 “시행 후 6개월의 계도기간을 둘 계획은 있지만 아직 지원을 위한 예산 확보는 없다”고 밝혔다.

식약처의 답변은 지난달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약 70개 농가와 업체가 식용란 선별포장업에 의향을 내비친 것이 바탕이 됐다. 그러나 농가들은 유통인들이 계란을 사가지 않는다고 으름장을 놔 울며 겨자먹기로 ‘할 생각은 있다’고 답한 것 뿐이라는 입장이다.

농식품부는 정책과 연계돼 풀 수 있는 문제들에 깊은 고민을 토해냈다.

농식품부 송태복 축산경영과장은 “광역 GP, 농가 GP, 유통상인을 거친 GP 유통 모두 방법이지만 유통상인을 거쳤을 때 발생하는 디스카운트 문제와 농가의 비용부담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고민중”이라면서 “산란일자표기, 식용란선별포장 등 안전성 담보로 더 나은 가치, 예컨대 동물복지, 친환경 등으로 부가적인 소득을 창출할 수도 있다고 본다. 정부가 어떤 지원을 하기보다 지금은 농가부담으로 결론냈지만 앞으로 비용전가가 농가에만 지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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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2018-12-14 04:57:13
날짜표기를 못하겠으면 주차표기나 최소 월별표기를 하면되자나요.
저온창고에 도대체 얼마나 넣어두길래 이렇게 발끈하는지 모르겟내.

신종현 2018-12-14 04:03:24
잘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