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보다 못한 '농민 생활권'…음식물 건조분말 합법화 '뭉그적'
반려동물보다 못한 '농민 생활권'…음식물 건조분말 합법화 '뭉그적'
  • 김재광 기자
  • 승인 2019.03.13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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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유통신문 김재광 기자] 

음식물자원화 관련 고시 ‘제동’
유기비료 원료 ‘피마자박’ 위험
맹독성 물질, 심지어 수입에 의존
친환경 대체재 방안 있어도 못쓴다

습식·건식 처리업자 이권다툼에
중앙매체·정부기관 중심 잃어
농민 영농현장 안전성 위협 여전
향후 음식물잔반 적체 대란 우려

“한 5년전이었나…. 우리 과수원을 지키던 개가 갑자기 죽었어. 수의사가 비료의 성분 때문에 폐사했다고 하더라고.”

경기도 여주의 한 과채농장. 맹독물질인 리신(Ricin)이 함유된 아주까리박 비료를 먹은 반려동물이 폐사한 사례다. 리신의 유해성은 반려동물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과거부터 세계적으로 반정부 인사 암살에 사용되며 널리 알려진 맹독성 물질이다. 현재 이를 대체할 음식물자원화 건조분말이 개발돼 유기성 자원의 재활용 확대를 위한 '비료공정규격설정 및 지정'고시 개정안이 행정예고 됐지만 진행이 더딘 상황이다. 농진청은 이달 안으로 결론짓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비료업계에서도 첨예하게 대립하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피마자박 유해성 농민에게 그대로 노출=피마자박(아주까리박)으로 농민들의 삶의 터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다. 최근엔 유기질 비료공장 인근 마을 주민들의 집단적인 암발병으로 이목이 집중된 바 있다. 익산시 잠정마을의 경우 비료 원료인 피마자박에서 발암물질 3종과 리신이 확인돼 연관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처럼 농민들의 삶의 터전은 이같은 맹독성물질로 인한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유기질 비료인 혼합유기질, 유기복합, 혼합유박 등이 있다. 생명까지 위협하는 피마자박(아주까리박)은 유기질비료 원료다. 우리는 이 위험물질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면서까지 쓰고 있다.

농장과식탁 김재민 연구실장은 “유기질 비료 원료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피마자박은 살포 후 호흡기나 피부 접촉으로 체내 혼입될 수 있고 우천시 하천이나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농촌진흥청은 피마자 유박비료의 위험성을 홍보하고 활용시 주의사항을 교육했다. 비료 내 리신 함유량을 10mg/kg이하가 되록 관리기준을 세우고 주의문구를 삽입토록하면서도 대체재를 고민해 왔다.

◆대체재 있지만…답답한 뜸들이기, 왜?=농민과 농작물의 안전성을 담보할 비료 원료 대체재는 없을까. 음식물류 건조분말 보편화를 위한 건의는 쭉 있었다. 한국유기질비료산업협동조합은 국내 유기성 폐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수년간 건의해 왔다. 음식물처리업계는 남은 음식물쓰레기를 발효 건조하고 공정과정을 거치면서 염분을 뺀 건식분말을 개발했다. 사실 영농현장에선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안전하면서 효과가 있다는 입소문에  음식물 건조분말이 유통되고 있었다. 현장에선 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다는 얘기다.

음식물처리업계는 합법화를 위해 남은 음식물을 비료로 자원화한 건조박이 피마자박의 대체재로 적합하다는 의견을 농촌진흥청에 냈다. 농진청은 지난해 8월 이를 검토하고 시험을 거쳐 음식물자원화 건조박이 비료 원료로 적합한 것으로 판단했다.

농진청은 지난해 12월 비료관리법상 ‘비료 공정규격 설정 및 지정’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농진청은 지난 1월 남은 음식물로 천연비료를 만들 수 있는 미생물 복합제도 개발하기도 했다.

이후 지난 1월과 2월 농식품부와 농진청, 환경부 등 유관기관 협의를 거쳐 남은 음식물 건조박은 이미 검증된 원료로서 적합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러던 농진청이 “의견수렴을 더 해야 한다”며 유보적인 태도로 돌변했다. 그 배경엔 습식처리업자들의 제보가 기반이 된 것으로 추정되는 JTBC와 한겨례신문사 보도로 정책추진에 부담감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음식물 자원화 고시 통과, 팽팽한 줄다리기=중앙 언론을 통해 본질이 훼손된 시기성 보도로 정부가 정책결정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다. 재활용처리업계에서는 두 매체의 보도가 남은음식물활용과 자원순환, 농민 생활권 안전 확보라는 본질을 혼탁하게 뒤흔들었다고 주장했다.

관계자들은 “유기질비료 보조금을 부당 편취한 일부 부도덕한 업체의 사례의 지적은 온당하지만, 시행 목전에 둔 상황에서 이를 저지하려는 이해관계자들의 제보가 바탕이 된 저격보도다”며 강하게 의혹을 제기했다.

음식물쓰레기의 건식 및 습식처리 업체 간 처리비용 이권 다툼이 중앙매체의 편협한 보도로 퇴비업체까지 불똥이 튀는 양상이다.

지자체음식물처리시설은 생산된 건조분말을 더 이상 쌓을 곳이 없어 앞으로 배출되는 음식물처리는 물론, 물류창고비용 부담이 전국 공통적으로 커지고있다. 규모화된 몇몇 민간 음식물처리업자들은 사업에 손 떼겠다고 나서고 있다.

한편, 가축유기질비료협동조합 관계자는 "가축분뇨 처리문제도 불거질뿐만 아니라 비료업계의 혼란이 가중된다"며 "유기질비료사업이 농축산업 부산물 재활용과 자원화 촉진이라는 목적에 맞게 재정비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농지의 경작면적은 줄어 드는데 가축 사육두수는 늘면서 퇴비화를 위한 가축분뇨 수요공급 불균형은 현실이 되고 있다. 하우스·노지 경작 농가들을 불문하고 가축분뇨 퇴비사용을 축소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남 영암에서 배를 재배하는 한 농가는 "기우일지 몰라도 가축의 분뇨는 항생제 이슈가 고스란히 농작물에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우려와 토양의 산도 관리 측면에서 사용을 꺼려하는게 전반적인 분위기다"고 설명하면서 "음식물자원화 비료도 불용성 염도 이슈가 있어 합법화되더라도 선뜻 사용하긴 어렵다"고 전했다.

◆농민의 선택은=정부가 이해관계자들의 이권다툼에서 번진 논란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비료 소비자인 농민의 이익과 농산물 소비자 국민의 이익을 관통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한국유기질비료산업협동조합 김은혜 국장은 “외화절감과 경영비 절감 등 농민과 국가경제에 이익이 되면서도 사회적 문제인 음식물 잔반처리를 합리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이다”며 음식물자원화 고시가 추진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박종서 사무총장은 “음식물 비료 사용 또한 자원순환의 일환으로 본다”며 “음식물쓰레기 대란이 우려되는 만큼 조속한 행정력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전문 농업경영인들인 한국농업마이스터협회의 문성호 회장은 "음식물 건조분말은 나트륨 정제가 관건이다"고 전했다. 

문성호 회장은 "현재 불법이라 사용할 수 없지만 합법화된다면 자원순환측면서 충분히 활용할 대체재다"고 평가하면서 "현재 음식물자원화의 비슷한 맥락으로 사과가공품 찌꺼기로도 가축 사료 또는 퇴비화하는 등의 자원순환시스템을 건국대학교와 추진중이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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