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치유목장에 피는 각양각색 건강 웃음꽃 ‘활짝’
[창간특집] 치유목장에 피는 각양각색 건강 웃음꽃 ‘활짝’
  • 김재광 기자
  • 승인 2019.03.29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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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식량 개념 초월…환경·관광·서비스·고용·복지 등 총망라

[농축유통신문 김재광 기자]

최근 국내서 치유농업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국가적 차원의 정책지원은 이제 막 걸음마 단계다. 농업·농촌을 활용해 사람들의 복지를 향상시키고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을 치유농업이라고 정의한다. 치유농업은 수용하는 의미에 따라 사회적농업과 같은 의미로 혼용되고 있다. 사회적 농업은 농촌을 활성화하는 대안으로 부상해 주변 일본을 비롯한 유럽 여러 국가에서는 정착단계에 도달했다.

그러나 아직 국내서 농업을 중심으로 치유활동을 제공하는 사례는 드물다. 농업분야의 치유역할은 향후 전세계적으로 급속히 확산될 가치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와 관련, 본지는 낙농진흥회 인증 체험목장인 대관령 하늘목장을 찾아 국민들이 생각하는 치유농업과 바람을 들어봤다.

유럽서 건너 온 치유농업

아이들이 직접 농작물을 재배하는 체험을 하면서 건강한 먹거리에 관한 교육을 하고 있는 영국 켄터시 타운의 도시농장. 청소년들이 방과후 또는 주말에 치유농장에서 운영하는 동물 돌보기, 채소 가꾸기, 가꾼 농산을을 활용한 요리하기 등의 프로그램을 체험하면서 정서적 안정을 찾도록 도움을 주는 네덜란드 오버레이셀 주 청소년 돌봄농장. 유럽에선 일찍이 사회적 농업(social farming)’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사회적 농업은 2010년대서부터 우리나라에 치유농업이라는 개념으로 전파됐다. 소득이 높아지고 복지와 워라밸이 강조되는 사회적 분위기에 정부는 한국형 모델을 만들어 확산하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26번째에는 사회적 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사회적 농업이 포함됐다. 올해 1월 농림축산식품부는 경기도 화성의 자연과 함께하는 농장’, 경남 거창의 수승대발효마을 등 9개 사회적 농업 활성화 지원사업 대상을 선정했다.

농업현장서 느끼는 힐링 치유농업

수려한 자연과 어우러진 농촌현장을 체험하며 정서 함양 또는 휴양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육, 재활, 돌봄, 고용 등 복지개념이 스며들어 치유농업으로 불린다. 몸과 마음의 치유를 위해 원예, 축산, 산림 등 농업을 활용한다는 의미다.

주변 일본의 경우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낙농가의 프로그램에 따라 원유를 짜내고 치즈를 생산한다. 네덜란드를 비롯한 벨기에, 프랑스, 아일랜드 등 유럽의 많은 국가들은 치유농업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늘고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 도시농장 중 25%가 의료기관에 속해 있다. 뿐만 아니라 병원, 복지기관, 보험회사 등 민간분야 참여도 활발하다. 우리나라는 이제 막 치유농업 활성화를 위한 첫 단추를 뀄다.

노인과 장애인, 가출 청소년, 우울증 환자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치유농장은 정부가 구체적으로 접근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낯설고 흐릿한 사회적 농업이라는 개념과 뒷받침할 제도를 명시할 사회적농업 육성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현재 원예상담치유사 교육과정을 비롯해 유관기관이 인증하는 체험목장 등 아이들의 교육과 자연·동물과의 교감, 일반인들의 심신피로를 회복하기 위한 치유농장은 곳곳에 있다.

그중 수려한 자연 경관 아래 유유자적 초원을 걷는 동물들과 직접 교감할 수 있는 축산목장들은 특히 각광받고 있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진흥회가 인정한 낙농체험목장 방문객이 꾸준히 늘어 지난해에만 100만명을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축산환경관리원 또한 산지생태축산 농장 사례를 찾고 축산업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베일 벗은 대관령 하늘목장교감의 요람

대관령 최고봉인 선자령과 어깨를 나란히 해발 1157미터에 하늘과 초원이 마주하는 대관령 하늘목장은 주변 대관령 삼양목장을 감싸안고 있다.

대관령 하늘목장 이재규 부장은 하늘목장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추구하고 있다목장에서 생산되는 원유 역시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40여년 간 공개하지 않았던 목장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로 인한 관광특구지정과 맞물려 20149월 개방했다. 하늘목장은 400여마리 홀스타인 젖소를 비롯해 50여마리의 말·염소·산양 등이 각 목장마다 방목돼 있다.

방목지 외에도 사슴·고라니·너구리·다람쥐를 볼 수 있는 찬스도 잡을 수 있다. 대관령 하늘목장은 자연을 직접 체험하는 국내 최초의 자연순응형 목장을 표방하고 있다.

산책로과 숲 속 쉼터 곳곳에는 여러 희귀식물이 눈에 띈다. 가을엔 단풍길이 겨울엔 눈꽃길이 장관을 이룬다. 봄철, 특히 55일 어린이 날에는 발 디딜 틈이 없다고.

웬만한 여성 키만큼의 지름을 자랑하는 존디어 트랙터 바퀴는 또 하나의 이색 포토존이다. 이 트랙터가 끄는 마차를 타고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정상인 하늘 속 초원으로 향한다.

도착한 정상에선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광활한 초원과 어울려 장관을 이룬다. 여기서부터 선택지가 부여된다. 너른풍경길, 가장자리 숲길, 참숲길 등 50분 가량 소요되는 산책로를 따라 내려갈 것인지 다음 하차지점으로 이동할 것인지다.

초원에서 한 껏 뒹군 아이들은 다음 하차지점인 동물 방목지 출발을 재촉한다. 자연 그리고 동물과 교감한 부모와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매점·상품샵으로 이동한다. 하늘목장의 인형 및 기념품을 구매하기도 하고 현장에서 눈으로 봤던 동물들이 생산한 유제품, 요거트를 집어 들고 카드를 꺼낸다.

매주 떠나고 싶은데정보가 없어요

기자는 트랙터마차 승차부터 체험 종료구간까지 다양한 방문객을 인터뷰 했다.

개별 질문을 제외하고 공통적으로 치유목장 또는 치유농업을 아는가, 목장을 방문한 목적은 무엇인가를 물었다.

돌아오는 답은 잘 모르겠다동물교감이 아이들 정서발달에 유익해서, 도시와 다른 초지환경을 보여주고 싶어서, 미세먼지가 없는 봄기운을 느끼기 위해, 가족여행지로 추천해서, 각종 동물체험을 할 수 있어서등 다양했다.

경기도 하남시에서 3살과 5살 자녀와 함께 방문해 승마체험장을 찾은 조윤희(35) 씨는 펼쳐진 초원과 동물들은 우리 식량의 원천이다. 우리가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교육하고 싶어서 찾게 됐다고 했다.

남편 이주혁(38) 씨는 강원도 여행으로 검색하고 찾아 왔다면서 정부기관이 인증한 목장이라면 통합사이트를 운영해 전국의 힐링치유목장을 소개하는 카테고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돌아가는 기자에게 퇴근하고 정보를 찾느라 포털 포스팅을 일일이 보는 것이 가장 큰 곤혹이었다고 귀띔했다.

양과 염소에서 먹이를 직접 주는 체험을 하고 있는 아이를 보며 연신 카메라 폰으로 구도를 잡던 박대성(41) 씨는 부천시에서 왔다. 그는 주말 아이들과 갈만한 곳을 검색어로 하고 찾았다이러한 체험형 치유목장은 민간사업자가 운영하더라도 국가가 먼저 홍보하고 가치를 알려 방문을 유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살 아기를 안고 서울특별시 송파구에서 온 김선화(29)씨는 "치유농업의 개념은 잘 모르지만 친환경 농장에서 얻는 자연의 이로움을 느끼는 것이라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아이들 교과과정에 필수로 포함됐으면 좋겠다"는 정책적인 바람을 말했다.

단체관광을 온 노령층은 따뜻한 커피를 손에 쥐고 대자연을 함께 음미했다. 박형근(68) 씨는 "무리지어 이동하는 양들을 보니 꼭 우리 같았다"며 웃었다. 그는 "크게 한 바퀴 돌고 내려왔는데 넓은 초원을 보니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고 했다.

농업이 주는 이로움농촌활력의 대안

체험하고 지친 심신을 달래는 힐링목장이라면 모를까 치유목장이라면 잘은 모르지만 과연 우리 목장이 취재처로 적합할까요?”

본지 취재요청에 대관령 하늘목장 최재돈 상무가 걱정스러운 마음에 건넨 말이다. 원예치료를 제외하고 현재 치유농업에 관한 전문적인 교육이나 학위 등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치유목장은 다소 수그러든 농업의 6차산업과도 연계돼 농촌과 축산분야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하나의 대안으로도 제시된다. 게다가 산지생태축산과도 연결고리가 깊어 미래 축산과 궤를 같이 한다.

최근 논의의 불씨가 살아나 치유농업에 관한 검토가 탄력을 받고 있는 분위기다. 치유농장을 사회약자를 위한 공공의 서비스 내지 사업으로 보기보다 폭넓은 시야로 한국형 치유농업 모델을 만들고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세계농업 201611월호에서는 유럽의 사회적농업을 치유농업을 중심으로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윤정 연구원은 치유농업은 농업의 다원적 기능의 일환으로 새로운 서비스 이용자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라며 국가는 농촌과 도시 간 접근성을 높이고 연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고 이 단계에서 민간 또는 비농업분야와의 협력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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