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류’ 유통은 다양화 ‘농산물’ 유통은 획일화
‘석유류’ 유통은 다양화 ‘농산물’ 유통은 획일화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2.03.09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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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유통구조 개선사업 정답은 없다”

다양한 거래방식 공존·경쟁·보완해야 부작용없어

정부가 농업부분 수직계열화와 직거래 활성화 등을 통해 문제가 많은 농산물 유통구조를 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수직계열화 그리고 직거래 활성화가 농산물 가격 안정이나 농가 소득 증대와 큰 관계가 없다는 증거가 속속 등장하고 있어 농업부분 유통구조 개선사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농식품부는 계열화나 직거래를 통해 농산물 유통구조를 단순화 시키고 가격 안정을 이뤄내겠다는 전략을 발표해 왔다.

이로 인해 기존 도매시장을 통한 거래보다는 산지유통조직의 규모화를 통해 대형소매유통과 직거래를 유도하고 농산물의 가격 결정 방식도 시장보다는 계열주체 등이 주도하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이러한 농식품부의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방향과 달리 최근 석유류의 경우 기획재정부가 농산물 부분에서 개혁대상으로 지목한 도매시장 즉 현물 및 선물시장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농업부분에서 칭송하고 있는 수직계열화와 직거래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나서는 등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방향과 석유류 유통구조 개선 방향이 대비되고 있는 이유는 가격 불안에 대한 접근방식이 다르다는데 있다. 석유류 가격 급등과 관련해 지금까지 정유사들은 해외 원유가격 불안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같은 에너지 수입국인 일본의 경우 일본 국내 석유류 가격은 우리보다는 안정세를 유지하는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 

원칙적으로 우리나라나 일본 모두 국제유가에 석유류 가격이 연동되고 있지만 일본의 경우 자국 내 현물시장과 일본 도쿄상품거래소 선물가격이 연동돼 석유제품별 내수판매 가격이 결정되는 등 자국 내수 시장 수급 상황에 따라 가격 조정이 일어나고 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유류시장이 수직계열화로 경쟁이 부진한데다 일본과 같은 현물 선물 거래시장 조차 존재하고 있지 않아 국제 원유가격보다 변동성이 심한 국제휘발유 가격이 국내 제품가격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일본은 정유사와 주유소 직거래 이외에도 자가폴 주유소가 24.8%에 달하고 정유사로부터 석유제품을 공급받아 이를 특약점, 판매점 등에 판매하는 원매회사가 8개소에 이르는 등 다양한 유통채널이 경쟁하면서 해외 시장이 아닌 자국 시장 상황에 따라 석유 가격이 결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변동성이 심하고 우리시장 상황과 연관이 적은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석유류 가격을 기준으로 우리 석유제품 가격을 책정하다 보니 민감해진 해외 경제 상황에 국내 소비자들이 과도하게 영향
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의 석유류 가격 안정이 다양한 거래 방식이 존재하며 경쟁하기 때문인데 국내 석유류 시장은 정유사 중심의 수직계열화 구도로 인해 사실상 시장 경쟁이 일어나기보다는 담합 등 폐해가 더욱 큰 것이 사실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시장을 벤치마킹 알뜰주유소, 사이버거래시장, 주유소 혼합판매 확대 등 경쟁체제 도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재 과점화된 수직계열화 체제를 흔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러한 석유류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현재 수직계열화로 거래 방법이 급속히 기울고 있는 축산부분과 대형소매유통 중심의 직거래가 점차 대세로 굳어지고 있는 농산물 시장의 경우 우리나라의 석유류 시장과
비슷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국내 정유3사는 잦은 담합이라는 불법을 저지르고 고유가로 국민들은 고통받을 때 사상 최대 실적과 순익을 거두고 수천억원대의 배당잔치를 벌이는 등 수직계열화나 직거래를 통한 유통구조 개선사업은 몇몇 업체들의 이익만 보장해 주는 쪽으로 기울 공산이 크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추진 중인 농산물유통 구조 개선 방향이나 ‘대형패커육성’, ‘농기업 육성 사업’은 농축산물 유통의 과점 상황을 초래하고 이들 업체들의 과도한 이윤 추구로 소비자도 생산자도 편익을 누리기
힘든 구조로 흐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의 직거래 활성화나 사이버 거래 확대, 수직계열화 추진은 도매시장 중심의 기존 유통경로의 축소로 이어지고 결국은 도태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어떤 특정한 거래방식이 장점이 있다해 한 방향만 육성하고 고집하기 보다는 기존 유통 방식의 문제점을 제도 개선을 통해 다듬어 나가고 신유통경로는 대안 유통으로서 육성해 나간다면 서로 경쟁하기도 하고 보완관계를 이루며 소비자나 생산자 유통인 모두가 조금씩 손해보고 조금씩 또 이익을 보는 건전한 시장 기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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