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추가 보완 대책의 '허와 실'
한미 FTA 추가 보완 대책의 '허와 실'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2.03.15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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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5일 한미 FTA 발효를 전후로 농민단체들의 반발이 거세게 이어지고 있다. 총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한미 FTA 폐기 또는 재재협상을 당론으로 채택하도록 여론몰이에 나서는 것으로 지난14일 농식품부는 농민들의 불안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한미 FTA 발효에 따른 정부가 준비한 대책 그리고 이행사항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그러나 정부가 보호장치 충분, 오히려 수출 증대의 기회, 충분한 재정 투입이라는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밝히지 않고 있어 지난 1월 발표한 한미 FTA 추가 보완 대책에 대해 조목조목 따져보는 시간을 가졌다.

보호장치 작동할까?

농식품부는 한미 FTA가 발효되더라도 미간품목의 경우 관세를 15년 이상 유지하며 점진적으로 낮춰가기 때문에 피해가 제한적일 것이라 밝히고 있다.
여기에 우리 농어업에 민감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들은 농산물 세이프가드(ASG) 적용, 계절관세 도입, 관세 철폐 유예 등 다양한 보호 장치를 마련해 두었기 때문에 급격한 수입증가로 인한 피해가 늘어날 경우 적절히 이를 활용해 수입을 차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계절관세는 발효 순간부터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지만 세이프가드나 관세 찰폐유예의 경우 과연 작동시킬 수 있을지가 의문시되고 있다.
세이프가드는 갑작스러운 수입증가로 인해 국내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는 등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사용하는 것인데 이를 실제로 활용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차관시절 한중마늘협상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사건이 있었다.
당시 마늘협상은 1999년 농협이 중국산 마늘산업에 대한 피해구제를 신청해 준사법기관인 무역위원회가 피해가 있다고 판정, 2000년 3월 재정부가 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하기로 하고 같은해 6월 1일 중국산 마늘에 대히 315% 고율관세를 3년간 적용하기로 한 사건이다.
세이프가드 발동으로 인해 중국은 즉각 무역보복조치를 취했고 우왕좌왕하다 SG를 3년간만 적용하기로 이면합의 해준 것이 들통나며 서규용 당시 차관이 책임지고 물러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후 급격한 수입증가로 우리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거나 수급조절로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 사례가 몇 있었지만 중국과의 무역마찰이라는 경험을 한 정부는 어떤 품목에서도 SG발동 카드를 꺼내든 일이 없다.
실제로 2002~2003년 대규모 잉여원유 사태가 모조 및 조제 분유의 급작스러운 수입으로 제과, 제빵, 빙과류로 사용되던 국내산분유가 사용되지 않으면서 발생한 것으로 이를 막기 위해 수천억원대의 수급조절 자금을 사용하고 농가가 폐업하는 상황에 놓였음에도 불구하고 SG 발동을 검토 조차 하지 않았다.
즉, 한미 FTA 협정문 내 존재하는 SG는 농산물 뿐만 아니라 모든 민감품목에서 사문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도 관세 철폐’ 수출 증가 농가 편익 올라갈까?

농식품부는 한미 FTA 발효로 미국산 농산물의 수입이 증가하겠지만 미국도 농산물 1813개 협상 대상 품목 중 58.7%인 1065개 품목품목의 관세가 즉시 철폐되고 그 중 주요 대미 수출 품목 및 수출 유망 품목인 라면(기존 관세율 6.4%), 츄잉껌(4%), 된장·고추장(6.4%), 삼계탕(6.4%), 김치(11.2%) 등의 관세가 즉시 사라져 대미 수출이 증대할 것으로 전망했다.
관세철폐에 따른 수입물가 하락과 그에 따른 소비자 편익 증가는 허가 많다는 것이 지난해 한EU FTA 발효 이후 나타난 바 있다. 
유럽산 자동차, 명품, 식료품 값이 대부분 올라 관세철폐에 따른 편익을 국민들이 누리지 못한 것이다. 진작에 관세 철폐된 칠레산 와인이 전세계에서 가장 비싸기 팔리는 해프닝까지 발생했다.
소비자 편익도 편익이지만 수출 증대에 과연 도움이 될지도 미지수다.
첫 번째로 국내 농산물 중 자급률 100%를 넘기는 품목이 별로 없다. 파프리카와 방울토마토 정도가 수출을 많이 하긴 하지만 전체 농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고 과실류는 태풍 등 기후의 영향에 따라 생산 편차가 극심하고 자급률이 높은 쌀은 계속된 감산 정책으로 지난해부터 가격이 오르는 등 국내 필요량 채우기도 급급하다.
수출품목과 수출유망 품목으로 지목된 가공품의 경우 라면, 츄잉껌, 된장 고추장은 관세가 6.4% 미만으로 미미해 수출 증대 효과가 별로 없고 더 중요한 것은 이들 가공품의 경우 국내산 농산물 사용비율이 전무해 농심, CJ, 롯데 같은 식품 대기업의 수출증대와 편익 증대로 이어질 뿐 우리 농업과 농민에 기여도는 낮을 수밖에 없다.
삼계탕의 경우 국내산 닭고기로 만들고 있기 때문에 관세 철폐로 미국 땅을 밟으면 국내 닭고기 생산량 증가 등 여러 이익이 있겠지만 미국의 너무 까다로운 검역위생조건 때문에 우리 업체들은 사실상 삼계탕 수출을 포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타이슨푸드와 같은 거대 닭고기 계열화업체들이 우리 삼계탕과 양계산업을 경쟁상대로 보고 있지는 않지만 우리 삼계탕 수입을 위해 위생검역조건이 완화될 경우 미국보다 가격경쟁력에서 우위에 있는 브라질산 닭고기의 길을 터줄 수 있기 때문에 위생검역조건을 완화 요구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정부가 수출유망품목으로 지목한 가공품 대부분이 해외농산물을 원재료로 만든 품목 일색이고 그나마 우리 농산물을 활용한 제품의 경우 원천적으로 비관세장벽을 높게 치고 있기 때문에 미국으로 농산물 수출 길이 더 열린다는 장밋빛 전망은 실현 불가능한 것이다.

한미 FTA 정부 재정 투입 54조 아닌 24조 

서규용 농식품부 장관은 1.2일 한미 FTA 추가 보완 대책 발표
이후 총 재정투입 규모가 54조원에 이른다며 큰 성과가 있었다며 만족해 하는 입장을 계속해서 밝혀 왔다.
하지만 실제 재정투입은 54조가 아니라 24조라는 주장이 줄기차게 제기되고 있다.
54조원 중 29조 8000억원이 면세유, 농자재에 대한 부가세 영세율, 소득세 비과세 공제 대상 확대 등에 따른 것으로 이 같은 세제 혜택은 이미 실시되고 있던 정책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면세유나, 농업용전기, 농자재에 대한 부가세 영세율 적용을 영구화 하지 않고 한미 FTA와 같이 농업인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정부 정책 발표 때마다 그 시한을 연장하며 생색을 내 왔는데 이번에도 일몰 되는 세제혜택 기간을 몇 년 더 연장해 주는 것을 한미 FTA에 따른 대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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