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법 32조, 개발업자에게 혜택을 주는 규정…농지전용 빌미
농지법 32조, 개발업자에게 혜택을 주는 규정…농지전용 빌미
  • 김영하 기자
  • 승인 2019.08.16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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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획 / 농민은 2의 농지개혁을 원한다 3


[농축유통신문 김영하 기자] 

현행 농지전용 허가제도는 어떤 문제점이 있을까? 무엇이 잘못돼 매년 3000ha에 달하는 면적의 농업진흥지역이 전용되는 걸까?

그것은 우량농지에 해당하는 농업진흥지역이라고 하더라도 농지법 3211호에서 농수산물 가공·처리시설과 관련 시험연구 시설의 설치를 허용하고 있고 3호에는 농어업인의 주택을 허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9호에서는 농어촌 소득원 개발 등 농어촌 발전에 필요한 시설, 즉 시행령에 따라 산지유통시설, 농기계수리시설, 부산물 유기질비료 제조시설, 사료제조시설 등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또 농지법 같은 조 12호에 따르면 마을의 공동 생활편의시설을 짓도록 하고 있고 14~8호에는 공용, 공공용, 공익시설 등에 관련되는 토지이용행위를 할 수 있다.

우량농지로 지켜야 하는 농업진흥지역이건 아니건 필지별 개별 분산된 소규모 농지전용을 가능토록 해 우량농지를 잠식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 어떤 농지나 전용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됨으로써 농지가격이 수익지가보다 월등히 높게 형성되고 이 때문에 투기적 농지소유가 만연하도록 법을 아는 힘 있는 자들이 빠져나갈 여지를 두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농지업무편람에 보면 어떻게 하면 농지를 전용할 수 있는지 그 요령이 자세히 나와 있다. 농지 내에 설치가 허용되는 시설은 대부분 1000이하인데 그 시설은 기숙사, 마을회관·마을공동작업소·공동구판장, 양수장·정수장·대피소·공중화장실, 상점·게임시설, 병원·격리병원, 학교·교육원·연구소, 가축시설·도축장·도계장, 분뇨처리시설·고물상·폐기물처리시설, 교정시설·보호관찰소·소년원, 방송국·전신전화국·촬영소, 발전소, 장례식장 등이다.

기숙사, 마을회관, 학교, 상점병원, 교육기관, 고물상 등 전혀 농어업과 관련이 없는 시설도 농지전용이 가능하다. 농지를 너무 손쉽게 개발할 수 있도록 길을 터놓은 것이다.

더구나 15000이하 농지에서는 연립주택·다세대주택 등의 건축까지 가능하다. 3이하의 농지에서는 도매시장·소매시장, 물품제조·가공 또는 수리에 계속 이용되는 건축물, 창고·하역장·물류터미널·집배송시설 등을 설치할 수 있고 허용면적 무제한인 시설도 있다. 그것은 농업진흥구역에 설치할 수 있는 시설, 도시계획시설, 마을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구역에 설치하는 시설, 고속국도의 도로부속물시설, 공원시설, 골프장 등이다. 건설업자들이 마음 놓고 가짜농부 행세하며 농지를 사서 개발을 손쉽게 할 수 있는 길을 터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 농지전용은 심의위원회가 있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이 임의로 판단해 심사하고 있어 농지전용이 너무 손쉽게 이뤄지고 있는 문제가 있다. 이같이 농지전용 허가 업무가 공정성·객관성이 결여될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민원이 쇄도해 담당자는 농지전용을 허가하지 않아야 되는 경우에도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은 흔하게 볼 수 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공용·공공용·공익시설용으로 전용된 농지 면적의 연도별 변화 추이는 전체 농지전용 면적의 변화 궤적과 동일하다. ·어업 시설용 농지전용 면적은 1990년까지는 미미했다가 1991년에 1744로 증가한 이후 1995년에 농지법이 제정된 후 4687의 최대치를 나타낸 다음 2000년까지 감소추세였다가 20012006년에 약간 증가추세였으나 이후 2014597까지 급감했다.

이같은 내용을 검토해 볼 때 농지법 32조는 농사를 짓는 농민을 위한 법이라기보다는 개발해서 수익을 취하는 개발업자, 농지투기를 일삼는 대기업과 부자층에게 농지를 불법 또는 편법으로 소유해 개발하거나 개발이익을 보도록 혜택을 주는 규정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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