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채소값안정, 시장개입 보다 가격안정제 확대다
[사설]채소값안정, 시장개입 보다 가격안정제 확대다
  • 김영하 기자
  • 승인 2019.10.18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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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유통신문 김영하 기자] 

반복되고 있는 농산물의 가격폭락에 대응하기 위해서 정부는 산지폐기·수매비축과 같은 직접적인 시장개입보다 농가소득 안정방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안양대 교수)은 최근 모 매체를 통해 가격안정제 확대를 전제로 정부개입을 줄이는 유통방안을 제시했다.

김 교수가 제시하는 대책의 핵심은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생산자 스스로 물량조절에 나서야 하는 점을 원칙으로 하되, 정부는 시장개입보다 농가소득안정에 힘써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가격안정제를 대폭 확대하자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지난해 후반부터 주요 노지채소류의 가격이 폭락해 농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된 바 있다. 지난 겨울에는 무·배추 시세가 바닥이었지만 올봄 들어서는 양파·마늘 가격이 폭락했다. 정부도 산지폐기 등으로 과잉물량을 시장에서 격리하고 있지만, 가격 상승효과가 미진했다. 김 교수의 견해와 같이 정부가 농산물 수급문제를 해결하고 가격안정을 완벽하게 도모할 수는 없다. 농업관측사업, 수매비축사업, 계약재배사업, 산지폐기 등을 통해 주요 농산물의 가격안정에 노력해보지만 가격 불안정성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의 시장개입은 일시적으로 가격을 상승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농가의 정부 의존적 성향을 강화시켜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다. 정부 개입이 크면 클수록 일부 생산자의 무임승차 또는 도덕적 해이 문제가 심각해진다.

그렇다고 수요-공급을 맞추면 해결될까? 그러나 이런 접근방법도 기상악화에 따른 태풍이나 집중호우 때에는 가격 불안을 막을 수도 없다. 또 생산물량 조절이 효과를 보려면 생산·출하 물량 할당제와 같은 강제적 수단을 동원해야 하지만 농가는 이를 잘 따르지 않는다.

수급문제는 정부가 완벽히 해결할 수 있다는 문제가 아니다. 생산자는 스스로 물량조절 등을 노력해야 하고, 정부는 산지폐기·수매비축과 같은 직접적인 시장개입보다 농가소득 안정방안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제한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가격안정제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가격안정제란 계약물량 일부를 수급조절에 활용하는 조건을 부여하는 대신 농가에 평년가격의 80%를 보장해주는 새로운 수급관리 제도다. 이는 일본의 야채가격안정제도를 우리 실정에 맞게 변용해 도입한 것이다. 수급조절과 농가소득안정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다.

하지만 만성적인 과잉생산을 유발하지 않고 농가소득을 안정시키려면 엄격한 제도운용이 필수다. 과잉생산을 억제하려면 가격보장률을 일률적으로 평년 가격의 80%로 고정하지 말고 생산자 스스로 수급조절을 노력하는 정도에 따라 보장가격 비율을 조절하는 등이 필요하다. 정부가 수급가이드라인에 기초해 지역별로 생산물량을 배정한 뒤 농민들이 그 물량을 잘 지키면 약속된 보장률을 지급하고 약속된 물량을 초과해 생산하면 보장률을 낮추는 등 농가들의 적정 생산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이 공익형직불제라면 이를 보완할 두과제가 바로 푸드플랜 정책과 가격안정제다. 예산타령을 물리치고 현 정부의 공약이행으로 밀어붙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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