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멧돼지 다 못 잡으면 ‘끝장’
올 겨울 멧돼지 다 못 잡으면 ‘끝장’
  • 정여진 기자
  • 승인 2019.11.04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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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생생물관리협회, 두당 20만원 포상금 적용 필요
  • 야생멧돼지 대책위에 정부 관계자는 불참
  • 멧돼지 포획에 경찰청 제한도 커

[농축유통신문 정여진 기자] 

국내 ASF 발생의 역학조사 결과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실상 북한에서 감염 멧돼지의 이동으로 인한 질병 유입으로 확실시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올 겨울 안에 멧돼지 수를 70% 이상 감축시키지 않으면 ASF 청정화로 가는 길이 희박하다고 보고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대한한돈협회(회장 하태식)는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제2축산회관 대회의실에서 김정우 위원장을 주재로 ASF 야생멧돼지 대책위원회를 열었다. 하지만 정작 야생멧돼지를 총괄하고 있는 환경부 위원들이 회의에 참석치 않아 위원들은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이날 회의에서 위원들은 ASF가 비발생지역으로 확산 시 해당 지역의 원활한 사체 제거 및 순환 감염 속도를 지연시키고, 사육돼지로의 전파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멧돼지 개체 수를 대폭 감축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야생생물협회 김철훈 부회장은 내년 3~4월이 되면 멧돼지 개체 수가 3.3배가량 늘어나기 때문에 올 겨울 안에 멧돼지를 다 잡아야 한다멧돼지 두당 20만원의 포상금을 일원화하고 경찰청의 수렵통제가 완화된다면 올 겨울 안에 대폭 감축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에 의하면 지역마다 멧돼지 포획 시 포상금이 상이해 수렵인에게 혼란을 주고 있으며 경찰청에서 총기 이동을 제한하고, 수렵명단을 제출해도 행정처리가 늦어 한 달 후에나 수렵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들은 이는 경찰청의 탁상행정이라며 지적하면서 당장 시급한 멧돼지 개체 수 감축문제를 지연시키는 것이라고 아우성을 질렀다.

또 김 부회장은 발생지역인 경기·강원 지역은 멧돼지 진공화가 필수적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에 다른 위원들도 우리나라가 ASF 안정화로 접어들려면 경기·강원 지역을 멧돼지 진공상태로 만들어야 하고 그 후에 환경부의 환경검사가 필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같은 뜻을 밝혔다.

이날 강원대학교 수의대학장 박선일 교수는 최근의 한 논문에 야생멧돼지 개체 수를 50% 정도 줄여도 개체 수가 다시 불어나 제자리걸음하는 것으로 나왔다멧돼지 개체 수를 70% 이상 줄이는 것을 3년 이상 지속해야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환경부에서 617마리 포획했다고 밝힌 수는 감축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실제로 약 10만두는 줄여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대한한돈협회 배상건 강원도협의회장은 정부에서 설치하고 있는 울타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철망이 있어도 멧돼지가 쉽게 뛰어넘나들 수 있으니 정면이 보이지 않은 철판으로 설치하면 멧돼지가 넘나들기 어렵다는 것. 이에 위원들은 철판 울타리가 미관상 보기 좋지 않더라도 멧돼지를 막는 방역 효과가 있다면 선제적 도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지난달 28일 협회는 환경부 관계자들과 회의를 열고 멧돼지 감축 대책을 요구한 바 있다. 협회는 그동안 멧돼지에 대한 환경부 대응 미비 전국 야생멧돼지 개체수 1/2로 감축 발생지역 및 북한접경 전지역 멧돼지 사체 수색 강화 및 조기 제거 비발생지역으로 확산 차단을 위한 울타리(영동고속도로, 발생·완충지역 경계선) 설치 멧돼지 포획포상금 상향지급(두당 20만원) 양돈장 이중울타리 설치 사업 지원 도별, 거점별 멧돼지 사체 랜더링 시설 설치·운영을 환경부에 요구했다.

이에 환경부는 향후 한돈협회가 요구한 사항을 적극 검토하겠으며 전국 멧돼지 개체수를 1/3만큼 줄이겠다고 답변했다. 1028일부터 사체수색에 산림청 등을 투입해 440명까지 대폭 확대 운영할 것이며 접경지역 ASF 확산 대비 동서 광역 울타리 설치를 신규 추진하고 있다며 멧돼지 포획포상금도 20만원 상향 조정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환경부는 멧돼지 자가소비금지 조치를 시행하고 이에 따라 사체를 랜더링 등으로 처리토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한한돈협회는 금주 연천·철원 및 광역 울타리 현장점검을 위해 국방부와 함께 방문할 계획이며 이로써 농가의 불안을 해소하고 전문가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이어 협회는 회의에서 나온 의견들을 환경부·국회 등에 멧돼지 개체 수 감축 대책을 강력 건의할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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