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농정키워드, 가축방역(ASF)
2020 농정키워드, 가축방역(ASF)
  • 정여진 기자
  • 승인 2020.01.31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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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테마특집/ 2020 농정키워드, 전문가에게 묻다


[농축유통신문 정여진 기자] 

④가축방역(ASF)

지난해 9월 국내 최초 ASF 발생으로 축산업계가 떠들썩했다. ASF는 백신이 없고 돼지에 감염 시 치사율 100%로 알려져 있어 양돈농가의 불안감은 물론 정부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러나 긴급행동지침(SOP)을 넘는 살처분 및 방역대를 확대한 조치와 농가의 차단방역으로 지난 109일 이후로 사육돼지에서 ASF 발생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다만 멧돼지에서 지속적으로 ASF 양성이 발견돼 긴장감을 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며 잇따른 이동제한으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의 진단과 아쉬운 점을 솔직하게 들어봤다.

<편집자주>


ASF 사태에서 잘한 점과 아쉬운 점은?

강원대학교 수의과대학 박선일 교수

첫 발생부터 지난 10월까지 접경지역의 범위를 확대해 SOP를 넘는 살처분·수매 조치는 무리하다, 과도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지만 과도한 방역정책인 만큼 ASF의 남하는 막았다고 생각한다. 그로인해 경기북부지역의 양돈농가에는 돼지가 없는 상태로, 현재까지 사육돼지에서 ASF 발생이 일어나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멧돼지에서 지속적으로 양성이 나오는데다 겨울철 멧돼지의 메이팅 시즌(Mating season : 짝짓기 철)에는 짝짓기를 위해 멧돼지가 평소 이동거리보다 넓은 범위로 이동하기 때문에 개체 수가 불어나 안심할 수 없다. 아니 위험한 상태다. 언제 남쪽에서 멧돼지가 ASF 양성이 나올지 모르고,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동안 멧돼지 이동경로와 사육돼지 농장을 표시하는 프로그램을 사용하며 분석해왔는데 환경부에서는 1~18차까지는 폐사체 사진을 공개했으나 지금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폐사체를 보고 멧돼지의 죽은 시점을 추정하는 것도 오류가 많아 보인다. 환경부에서는 폐사체에 뼈가 다 보이는데 7~10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폐사체가 부패하는 시간을 제대로 연구한 사례도 전무후무하다. 독일의 경우, ASF 청정국이면서도 미리 ASF를 대비해 이러한 연구를 지속해왔고 매년 연구결과가 자료로 나온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발생한지 4개월이 다 돼 가는데 정부에서 딱히 하고 있는 연구가 없다.

 

한별팜텍 이승윤 대표

ASF가 진전국면으로 가는 동안 잘한 점은 단연 농가들이 잘한 것이다. 농가에서 굉장히 일찍 신고를 해서 진정될 수 있었고 중국 등 안 좋은 사례를 따라가지 않았던 결정적인 원인으로 자리 잡았다.

아쉬운 점은 이렇게 결정적으로 확산을 막을 수 있었던 농가의 조기신고가 어렵게 된 것이다. 왜냐하면 내 농장에서 신고하면 우리 시·군이 묻힐 수 있다는 두려움과 재입식이 언제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처음에는 ASF에 대해서 인지도가 낮아 과도하게 살처분한 것은 어떻게든 이해해보려고 하지만, 잘못을 알고도 방향을 바꾸지 않고 있는 것은 문제다.

예방적 살처분 당시 주변 농가에 대해 일제 검사했지만 양성으로 나온 농가는 한 농가도 없었다. 주변에 1km, 5km든 위치한 농장에서 한 곳도 양성이 나오지 않았으므로 수평전파도 쉽지 않다고 추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살처분 범위도 변경돼야 하고 발생농장만 살처분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지금 와서 보면 발생당시 다른 주변 농장에는 차단방역을 강화하거나 울타리를 치는 조치로도 충분했겠다.

또 아쉬운 점은 미리 대비를 못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ASF를 처음 경험했지만 외국 사례는 다양하다. 그만큼 외국 ASF 전문가에게 자문을 받았어야 한다. 구제역 발생 당시 구제역을 책으로만 봐왔던 교수진들이 정책을 결정했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자문위원들의 구성부터 잘못됐다고 판단된다. 책으로 배운 사람들은 제외하는 편이 옳지 않은가?

 

ASF 발생 원인 어떻게 추정하고 있나?

강원대학교 수의과대학 박선일 교수

감염원은 멧돼지로 보인다. ASF가 발생되기 전부터 멧돼지를 유력한 감염원으로 보고 정부에 감축해달라는 건의를 많이 해왔다. 또 자체적으로 연구실에서 멧돼지 분석 프로그램을 사용하면서 위험성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생산자단체인 대한한돈협회 직원들과 정부에서 설치한 울타리를 점검하러 나간 적 있는데 엉망인 부분이 너무 많았다. 많은 예산을 투입해 울타리를 설치했는데 효과를 전혀 못보고 있다. 그럼 개체 수 조절은 하고 있나? 기존에 멧돼지 5만두를 포획해왔는데 멧돼지에서 양성 나오자 포획한 멧돼지가 약 4만두다. 그 점이 아쉽다. 전국에 걸쳐 대대적인 멧돼지 소탕작전을 기대했지만 잘 되지 않고 포획한 4만두가 어디에 분포했던 것인지 자료 공개도 없어 답답함이 늘어간다.

 

한별팜텍 이승윤 대표

살아있는 멧돼지가 유력하다고 생각한다. 여러 추측들을 보면 까마귀, 독수리, 너구리, 쥐 등 다양하게 있다. 하지만 현재 독수리, 까마귀가 많이 남하한 상황에도 양돈농장에서 ASF 발생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가능성이 낮게 분석된다. ASF 발생 농장에 살아있는 멧돼지가 출입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멧돼지가 농장에 들어와 분변을 남겨놓고 갔거나 그것을 묻힌 채 농장에 출입한 것 같다.

이렇게 멧돼지가 가장 유력한 매개체인데 이를 막을 울타리도 여전히 유명무실한 존재다. 수렵인들이 남방한계선 울타리를 촬영한 사진을 보면 울타리 구멍이 나있는 둥, 멧돼지 털이 붙어있는 둥 멧돼지가 드나든 흔적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직접 울타리를 확인하러 가봤는데 멧돼지가 드나든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한편 수렵인들은 멧돼지가 드나든 흔적을 쉽게 찾았다. 역시 현장에서 뛰고 있는 전문가 앞에서는 눈 뜬 장님이었다. 정부에서 멧돼지 관리를 위한 의사결정을 하려면 이러한 현장 전문가의 말을 들어야 한다.

 

이동제한 피해가 컸는데 어떻게 대처했으면 좋았나?

강원대학교 수의과대학 박선일 교수

과학적인 근거 없는 이동제한 조치였다고 생각한다. 사육돼지에서 ASF가 발생했을 때 이동제한은 불가피한 것이 사실이지만 멧돼지에서 ASF가 발생한 후 이동제한을 중단하지 않은 것은 납득이 어렵다. 왜냐하면 환경부에서 과학적인 근거 없이 폐사 시점을 추정했고 이에 따라 멧돼지 발견 시간에 맞춘 이동제한 조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멧돼지 폐사체의 부패과정을 타임랩스 카메라를 이용한 연구 등을 거쳐 그에 따른 이동제한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한별팜텍 이승윤 대표

정부는 이동제한을 계속 연장하고 연장했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 이동제한은 3주 이상 못 걸게 돼있다. 왜냐하면 양돈농장에서는 번식, 분만을 꾸준히 하기 때문에 반입·반출이 불가하면 피해가 크고 버틸 수 있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외국 정부에서는 3주 이상 이동제한 조치를 한 만큼 그 피해를 처리해 준다. 우리 정부도 이동제한을 연달아 한만큼 발생한 피해를 감당할 능력이 있었으면 농가에서도 이렇게까지 불만이 터지진 않았을 터. 능력이라는 것은 돼지를 다 랜더링 할 만큼 감당할 수 있는 힘을 말한다. 매몰도 다 비용이 들어간다.

수십 년간 돼지를 키워온 양돈인은 이런 명령을 내릴 때 예산이 뒷받침이 되지 않은 채 행정명령을 내리는 것은 위법이라며 감당할 능력이 없으면 무리하게 살처분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이동제한을 3주 이상 연장하니 제 때 출하를 못해 고기의 품질도 좋지 않고 도축장도 일이 두 배가 될 수 밖에 없다.

 

ASF 등 가축질병 방역 개선방안 어떤 것이 있나?

강원대학교 수의과대학 박선일 교수

유럽 등 ASF를 경험한 나라와 경험하지 않고도 차단방역을 잘하고 있는 나라를 벤치마킹해야한다. 우리나라는 ASF가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고 배워왔는데 유럽 발생상황이나 우리나라 상황을 보면 그렇게까지 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농장 안에서도 한 돈방에서 걸렸는데 옆 돈방은 걸리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이를 받아들이고 SOP를 유동적으로 바꿔야 한다. 처음에는 ASF가 전염성이 강해서 시·군 전체 살처분 등 강하게 대처해왔다지만 이제는 배웠으니 변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정부는 역학적인 상황이 변한 것을 파악하고 유럽의 사례들을 벤치마킹해서 SOP 내용들을 유동성 있게 바꿔나가길 바란다.

방역 개선방안은 단연 멧돼지 개체 수 감축이다. 멧돼지 메이팅 시즌(Mating season)이 다가오고 있어 기존보다 4~5배로 늘어날 것이다. 대대적인 포획이 필요하다.

 

한별팜텍 이승윤 대표

가장 좋은 예로 철원 농장을 들 수 있다. 철원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멧돼지 감염축이 나오는데도 농장에서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그 말인즉슨 철원 농가의 방역 수준이 멧돼지로부터 ASF를 막아낼 수준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철원 농가의 차단방역 수준을 조사해 다른 지역 농가의 차단 방역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 멧돼지가 포천·동두천·양평·가평 등 남하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 감염 멧돼지가 발생하더라도 농장에서 울타리치기, 신발 갈아 신기 등 조치로 큰 걱정 없이 양돈을 할 수 있는 작업이 필요하다. 연천 농가에서 차단방역을 잘하고 있었지만 예방적 살처분 강행에 백기를 들어 현재 생존권 위기에 놓여있다. 하지만 살처분을 하지 않았어도 농장에서는 ASF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살아있는 과학적 근거이므로 멧돼지는 멧돼지 정책, 사육돼지는 사육돼지로 산업을 운영해야 한다.

 

멧돼지 수렵 경과는 어떠한가?

야생생물관리협회 김철훈 부회장

수렵인들이 밤낮으로 열심히 멧돼지 사냥에 나서고 있지만 기대하는 만큼 잡지는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지역마다 엽사의 수급이 다르고 멧돼지를 수렵하는 엽사도 따로 있기 때문이다. 보통 지방에 위치한 엽사들은 바삐 수렵하고 있지만 감당하기에 양이 많은데 비해 도시 지역의 엽사들은 기회가 많지 않는 등의 문제가 있다.

우려스러운 점은 사냥개를 이용한 멧돼지 수렵이다. 가장 조심하고 있는 부분이 감염지역의 멧돼지를 사냥할 때 멧돼지가 멀리 도망칠 수 있는 것인데 사냥개를 풀면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민통선 이북지역의 멧돼지 개체 수 감축과 민통선 이남지역의 멧돼지 진공상태를 위해서 야간사냥이 효과가 보인다. 야간에 멧돼지 수렵이 보다 쉽기도 하고 잘 잡히는 편이다. 하지만 야간사냥에서도 사냥개를 풀게 되면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

 

멧돼지 발생에 따른 이동제한, 어떻게 생각하나?

야생생물관리협회 김철훈 부회장

농가들이 이동제한으로 인해 피해가 많다는 것을 익히 들었다. 왜 이동제한을 하는 것인지 생각해보면 위험수당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감염 멧돼지가 발견된 지역에서 만에 하나 이동제한을 걸지 않았는데 사육돼지가 잠복기 상태에 있다가 이동되면 큰 문제로 이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책을 세우기 매우 어려울 것이다. 농민들 입장에서 감염되지 않은 돼지들까지 이동제한을 하니 답답할 것이고 난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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