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한국 낙농이 아프리카의 젖줄이 되길 기대하며
[기고문] 한국 낙농이 아프리카의 젖줄이 되길 기대하며
  • 농축유통신문
  • 승인 2020.04.13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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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진청 축산과학원 가축개량평가과 최유림 연구관


[농축유통신문] 

신혼 초 할머니는 우리 부부를 볼 때마다 한 마디씩 하셨다. ‘아비 어미보다는 커야 할 텐데라고. 나는 160cm 중반이고, 아내는 160cm가 채 안 되니 둘 사이에 태어날 증손자가 키가 작을 거라 예상하신 할머니의 걱정 섞인 말씀이었다. 지금 20대 중반인 아들은 또래 평균보다는 큰 편인데 할머니께서 보신다면 만족하실지 모르겠다. 우리 부부가 아들의 키를 키우기 위해서 꾸준히(강압적으로) 한 일 중의 하나는 우유 먹이기였다. 훤칠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할머니의 예상을 빗나가게 한 비법은 우유였다고 나름 확신한다.

가끔 TV에서 아프리카 어린이가 뼈만 앙상하게 남은 참혹한 현실을 보여주면서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는 프로그램을 보면 가슴이 아린다. 예전에는 가끔 후원을 했지만, 지금은 채널을 가능한 한 빨리 넘긴다. ‘어려운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잖아!’라는 자기 합리화와 미안한 마음이 동시에 일어난다. 아프리카 지역은 대부분 기아 상태에 놓여, 영양실조 인구가 거의 26000만명(2018년 기준)에 이르렀다고 한다. 기아의 원인은 전쟁 등 정치적 문제, 불공정한 분배 등 경제적 문제, 그리고 가뭄 등 자연 재해로 인한 식량 부족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 있다. 이 중에 하나라도 해결된다면 아프리카의 기아 문제는 많이 호전될 것이라고 한다. 동아프리카공동체(우간다, 케냐, 탄자니아, 르완다, 부룬디, 남수단)에 속하는 우간다 정부는 국가개발계획(VISION 2040)을 수립해 농업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한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로부터 공적원조를 받아 국가발전계획을 시행하고 있다.

우간다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농축산분야 개발 여건이 매우 좋다. 온화한 기후와 풍부한 수자원을 바탕으로 해발 1000미터 내외에 광활한 초지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가축 사육 여건이 매우 양호하다. 우간다에서 축산은 총 GDP5%를 차지하며, 총 농업 생산의 18%를 차지할 만큼 경제적으로 아주 큰 비중을 가진다.

여느 국가와 마찬가지로 우간다 역시 우유를 국민 영양과 식량안보 차원에서 아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실제로 유니세프(UNICEF)가 기근이나 가뭄 등으로 식량이 부족한 지역 어린이에게 제공하는 치료우유는 식물성 지방, 탄수화물, 비타민과 미네랄도 들어 있고 영양실조 어린이의 몸무게를 정상으로 회복시키고 면역력을 강하게 하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

우간다의 낙농업은 지난 몇 년간 매년 8~10%의 성장을 해왔지만, 여전히 우유 공급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2019년 국내 연구기관의 한 조사에 따르면 우간다의 젖소 한 마리당 1일 산유량은 7.38리터로 우리나라 젖소의 1일 산유량인 28.1리터(2017년 기준)26.3% 수준으로 현저히 낮다.

농촌진흥청은 관련 부처와 합동으로 우간다 국가협력전략에 참여해 농업생산 및 생산성 증대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의 일환으로 전북대학교와 농협과 함께 우리의 낙농발전 경험과 기술을 전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장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우간다 젖소 품종의 개량이다. 한국 우량 젖소의 정액과 수정란을 지원해 현지 암소가 우유 생산능력이 뛰어난 후대 젖소를 생산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우간다에 우량 젖소 축군을 단기간에 조성해 젖소 산유량을 늘리고자 하는 것이다. 단순한 식량원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우수한 유전자원과 생산기술을 전수해 자생력을 키워주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기후환경이나 조사료 여건 등 불리한 낙농환경에서도 짧은 기간에 세계 3위 수준의 마리당 우유 생산능력을 갖추게 됐다. 이러한 우리의 젖소 개량 기술과 경험이 제대로만 전해진다면 우간다의 어려운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그래서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청하는 채널을 대할 때, 미안한 마음이 조금이나마 줄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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