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합사료 가격거품 제거… 축산농 소비자 운동 절실
배합사료 가격거품 제거… 축산농 소비자 운동 절실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2.04.20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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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물 생산비 절감 농장단계 앞서 사료공장서 먼저 실시해야

“사료가격 낮출 수 있다”

사료 원료·공정 대동소이 맞춤형 사료 개발 시도할 때
배합사료 판매창구 단일화 물류비 절감 가능
‘대중소가축 전문사료 공장’ ‘OEM사료 지양’ ‘맞춤형사료 개발’ 공장 생산성 높여 생산비 절감
배합사료 상품 아닌 원자재… 과도한 이윤추구 경계 필요
“회원 축협 사료 판매 위한 창구로 육성해야”
“특정 메이커 사료 판매량 제한하는 보호대책도 병행”


글로벌 곡물 수요 증가와 주요 곡물 수출국이었던 중국·러시아 등의 수입국으로 전환되면서 국제곡물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정된 글로벌 곡물시장에서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은 결국 가격 상승을 의미하고 수입곡물에 절대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우리 배합사료공장과 가축사료 대부분을 사료공장에서 조달받고 있는 우리 농장들의 처지는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높은 생산비 부담을 벗어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생산된 축산물의 가격을 생산비 이상으로 보장받는 것이지만 경기침체에 자유무역협정 등의 영향과 정부의 물가 대책의 영향으로 오히려 가격하락 압박을 받고 있다.
본지에서는 높은 사료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는 대안이 많지 않은 상황을 고려 ,국내에서 벌어지는 사료생산과 판매과정을 분석 관련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통해 배합사료 가격을 낮추는 방안을 마련해 봤다.

<편집자 주>

정부의 사료가격 안정대책 실효성은

농식품부는 배합사료 가격을 낮추기 위한 대안으로 사료원료의 양허관세 물량확대, 배합사료부가세영세율, 사료원료구매자금 지원, 곡물가-사료가 연동제, 해외농업개발, 조사료 재배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대책을 내놓긴 했지만 농가들이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해외농업개발 사업의 경우 2007~2008년 곡물파동 당시 많은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했지만 아직까지 정부 지원을 받고 해외에 나간 업체 중 국내로 곡물을 반입한 사례는 전혀 없다.
또한 농촌진흥청을 중심으로 사료비 절감을 위한 농식품부산물의 사료화 연구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며 농장에 적용되고 있지만 이도 일부 농가에 그치고 있어 일반화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이 항구적 사료가격 인하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국제 곡물 시세·생산량·수요는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천수답처럼 흘러가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고, 원료구매단계 혹은 사료용 곡물생산단계에서 우리나라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축산단체들이 요구하고 지난 총선에 주요 정당들이 공약으로 내세운 사료가격안정기금의 경우 급격한 가격 인상에 따른 농가 충격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에 하루빨리 도입해야 하지만 이 제도가 언제쯤 도입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고 사료가격안정기금을 통한 위험 회피도 인상률을 낮출뿐 인상 자체를 막지는 못하기 때문에 항구적 사료가격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실정이다.

step 1 전문공장으로의 전환

배합사료 생산원가 중 원재료의 가격은 전술한 것처럼 우리의 손을 떠나있기 때문에 배합사료공장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한다.
농협중앙회가 2004년 4월 21개 계통배합사료공장의 공동사업 추진을 위해 농촌경제연구원에 연구 용역을 의뢰해 발행한 ‘계통사료 발전방향 및 공동사업 추진방안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농협계통 배합사료공장을 대가축과 중소가축 전용공장으로 분리할 경우 생산성을 10~15%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공장의 생산성이 전문공장 전환으로 가능한 것은 배합사료공장들이 대개 1개 생산라인밖에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여러 제품을 만들 경우 생산준비를 위한 가동 중단이 빈번히 일어나기 때문이다.
소 사료를 생산하다 돼지로 품목을 변경할 경우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생산라인에 남아 있는 원료 찌꺼기를 청소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보통 강한 바람을 불어 남아있는 찌꺼기를 제거하는데 청소 공정만 20~30분 정도 소요가 된다.
사료공장에서 생산되는 사료제품의 종류가 많으면 많을수록 라인 청소를 위한 공장 가동 중단은 많아질 수밖에 없다. 농촌경제연구원은 농협이 발주한 연구용역에서 중소가축과 대가축으로 공장을 전문화하기만 해도 최대 15%정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최근 여러 축산물 브랜드가 난립되면서 브랜드마다 전용사료를 OEM방식으로 공급받고 있는데 원재료에 차이가 없는 대동소이한 사료를 만드느라 사료공장을 돌렸다 중단했다가를 반복하다 보니 사료공장의 생산성은 더욱 낮아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배합사료공장을 대·중·소가축 전문공장으로 전문화시키고 난립된 OEM사료를 줄일 경우 배합사료공장에 따라 다르지만 생산성을 현재보다 최대 20~30%까지 높일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생산성이 20%가 높아졌다는 것은 필요한 사료를 만드는데 현재보다 공장 수가 20% 줄어들 수 있다는 것으로 20%의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인건비 관리비용이 줄어드는 만큼 국내 배합사료공장을 전문공장으로 전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비용절감은 꽤 클 것으로 보인다.

step 2 맞춤형 사료

비료는 농작물에, 사료는 가축의 주요 영양분 공급원으로 사람으로 치면 밥과 같은 것이다.
비료는 비료회사마다 각기 차별화된 제품을 생산해오다 맞춤형 비료라 해서 토양과 작물에 맞는 공통 포뮬러를 개발, 여러 비료회사가 같은 비료를 생산 공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비료생산비용을 절감하고 토양에 맞는 적절한 시비로 비료사용량을 최대 30%까지 줄였다는 보고가 나오는 등 비료생산비용과 농가의 비료사용량 감소에 따른 비용절감이 꽤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배합사료는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축산과학원에서 발행하는 가축사양표준을 기본으로 해서 만들어진다. 사양표준에는 주요 축종의 연령별 영양소 요구량과 주요원료의 영양소 분석을 통해 사료를 배합할 수 있는 기초적인 자료를 제공한다. 사양표준에 의거해 국내 배합사료 회사들은 주로 옥수수와 콩(대두박)을 적당한 비율로 섞고 부족한 영양소를 미량의 단미사료 등 보조사료 원료를 활용해 맞추는 식으로 사료를 제조하고 있다.
가축에게 필요한 배합비와 그에 맞는 원재료 세팅이 끝나면 이들 사료로 가공하는데 배합사료에는 크게 가루사료와 가공사료로 분류할 수 있다. 가공사료의 종류는 아주 다양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일반적으로 이용되는 가공사료로는 펠렛사료와 크럼블사료, 후레이크사료, 익스트루젼사료 등이 있다.
각 사료회사 마다 나름의 특수 공법이 있다고 자랑하고 있지만 앞에서 설명한 원료, 그리고 방법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공법이나 원재료 그리고 기본적인 가축의 필요 영양소가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현재 시판 중인 사료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이를 바탕으로 각 제조사마다 브랜드와 포뮬러 적용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하고 마케팅비용까지 절감한다면 제조비용을 확실히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앞에서 전언한 전문공장화 OEM사료 축소까지 연결된다면 사료제조원가를 낮추는데 크게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step 3 사료유통창구 단일화

현재 배합사료는 판매처만 확보된다면 먼 지역까지 배합사료를 판매하고 있다. 이는 사료공장 수와 생산능력에 비해 축산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으로 과거 축산업 밀집지역에 배합사료공장이 조밀하게 몰려있는 경기지역의 경우 축산기반이 축소되면서 사료판매를 위해 강원 원주나 전북 익산, 경북 상주까지 내려가 배합사료를 판매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배합사료의 공급 과잉 상황은 공장가동률 유지를 위해 과도한 판촉활동을 펼칠 수밖에 없고 많은 물류비를 물어가며 배합사료를 원거리까지 판매하게 한다.
특히, 한 지역에 수많은 사료회사들이 들어가 영업을 하고 사료를 배달하다 보니 질병전파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어 물류비 절감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메이커마다 각기 영업망을 꾸려 판매하고 있는 사료판매 형태를 해체하고 사료판매 창구를 단일화를 제안한다. 현재 농협 계통사료 위주로 사료판매를 하고 있는 품목 및 지역축협을 전체 사료를 판매토록 조치하고 되도록 최단거리에 있는 사료공장의 배합사료를 이용토록 함으로써 물류비를 절감토록 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앞에서 제시한 맞춤형 사료 등의 방안이 결합된다면 공장마다 동일한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특정 브랜드 때문에 먼 공장에서 생산된 사료를 사용할 필요도 없어진다.

step 4 사료에도 방카슈랑스

방카슈랑스 제도는 은행에서 보험 상품을 판매할 때 자사 계열 보험 상품을 과도하게 판매해 전업 보험사가 경쟁에서 뒤쳐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로 은행창구에서 동일 상품을 25% 이상 판매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앞에서 제기한 물류선진화 방안이 시행될 경우 사협 소속 사료회사들의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이를 잠재우기 위한 방안으로 사료회사별, 품목별 판매 비율을 제한하는 것이다.
대략 30% 내외로 특정회사 그리고 특정품목의 사료가 독점 공급되는 것을 막을 경우 사료회사 별 경쟁체제가 도입돼 사료 소매가격 하락 등으로 이어질 수 있고 농협계통사료에만 유리한 제도이기 때문에 참여를 유보하는 사협의 반발도 무마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과도한 영업조직을 어느 정도 줄이고 이들 조직을 컨설팅 조직으로 활용 농장의 생산성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step 5 사료유통회사의 설립

사료유통회사는 신문유통구조 선진화를 목적으로 탄생한 신문유통원에서 착안했다.
회원축협 중심의 사료판매 창구 및 물류 단일화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전국 단위 사료판매회사를 통해 조정하는 기구의 설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공장간 물량 확보가 어려울 시 타 권역의 사료공장에서 제품을 수배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할 때 중앙단위 사료유통회사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맞춤형 사료 등도 사료유통회사와 배합사료공장, 지역농축협, 브랜드경영체 등과 협의해 만들어 가는 식으로 전국의 사료공장을 하나의 회사처럼 운영할 수 있는 경영 효율화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지금까지 개별 사료회사가 특정 주체와의 직거래에서 나타나는 폐단을 사료유통회사 설립을 통해 경쟁체제를 마련한다면 사료의 품질은 높이고 비용은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사료유통회사는 결국 사료총판 역할을 수행하게 하는 것이다. 베일에 쌓여있는 사료가격이 일시에 공개되고 농가들도 정당한 가격으로 사료를 구매할 수 있게 될 것이다.

step 6 배합사료와 캐피탈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신성범 의원은 농가들이 사료외상 거래시 고율의 이자를 부담해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신 의원은 “사료대금의 결제방식은 선입금거래·현금거래·외상거래 방식이 있다”며 “농식품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선입금거래의 경우 약 6.5% 할인, 현금거래는 일반거래가격 대비 약 6% 할인, 외상거래는 통상 연 18%의 금리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배합사료회사들은 사료제조와 판매를 통해 돈을 벌고 추가로 외상거래에 따른 이자수익까지 챙기는 구조다.
보통 어음을 발행해 돈을 받는 주체가 어음을 할인해 당초 받을 비용보다 덜 받는 경우가 타 업계에서는 있지만 우리 배합사료 유통망에서는 반대의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는 이유는 사료판매 창구인 협동조합이 금융업을 겸하다보니 사료외상거래에서 발생하는 채권을 은행으로 넘기는 일이 관행화 돼버렸기 때문이다.
이 같은 거래방식은 금융업을 하지 않고 있는 일반 사료회사에서도 일어나는데 외상거래시 협동조합이 부과하는 금리만큼 사료비용을 높여 청구하는 방식으로 일반사료회사나 협동조합이나 비슷하게 추가 수익을 올리고 있다.

step 7 배합사료 상품이기 보다 원자재

배합사료는 축산물 생산을 위한 원자재이지만 국내에서는 하나의 제품처럼 포장이 돼 각종 마케팅 기법이 사료업에 대입하고 있다. 또 물량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농장의 규모화를 유도하고 이로 인해 적정 이상의 축산물이 생산돼 가격 하락으로 농가들이 고통을 받는 경우가 많다.
배합사료 제조원가를 최대한 낮추고 또 고곡물가 시대 농가들이 손실을 입지 않기 위해서는 국내에 필요한 물량만큼 가축이 입식되고 가축 입식규모에 맞게 곡물이 수입돼 사료가 제조 될 수 있도록 배합사료 시장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

step 8 축산농가 소비자 운동 필요

이 같은 아이디어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각 아이디어에 대한 실증 시험을 통해 사료제조 비용 절감 규모를 산출하고 실현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먼저 2008년 7월 18일 강기갑 의원 반추가축사료에 동물성사료원료가 투입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사료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대표발의한 적이 있다. 이 내용을 확대 적용할 경우 동일 라인에서 반추가축과 동물성사료원료 사용이 가능한 중소가축간의 라인 혼용이 제한적으로 이뤄져 사료공장의 전문화를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졌으나 통과되지는 못했다.
2011년에는 구제역 후속대책으로 권역별로 사료공장과 도축장을 이용을 강제하는 축산선진화 대책이 발표됐다. 당시 이 대책이 모두 입법화 됐다면 배합사료 물류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었지만 입법화하는 과정에서 권역별 사료공장 이용부분은 빠져 버렸다.
두차례의 입법 추진 과정에서 알 수 있듯이 여러 제도만 만들어 진다면 사료비를 획기적으로 절감 할 수 있는 방안은 현실화될 수 있다. 다만 중이 자기 머리를 깎지 못한다는 것처럼 이같은 내용을 배합사료업계와 정부에 맡겨 둔다면 이해관계 조정에 시간만 낭비하고 말 것이다.
실제로 농협중앙회가 농협계통사료의 공동사업장으로의 전환을 통해 사료제조 비용과 물류비용을 절감하려 했지만 결국 총론에서는 합의 후 각론을 가지고 농협중앙회와 회원축협이 10년째 논의만 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사료업계의 구조변화를 전제로 한 사료비 절감 방안은 소비자 운동 즉, 축산농가들의 요구가 있어야 가능하리라 본다.
지금까지 배합사료는 축산업의 발전과 함께해 왔다. 배합사료 공장 덕분에 농가들은 손쉽게 사료를 구할 수 있어 농장을 규모화해 돈을 벌 수 있었고 덩달아 배합사료회사들은 농장이 커지자 판매할 수 있는 물량 또한 늘어났다. 서로 상부 상조하는 방식인 것이다.
문제는 축산농가들이 경기가 좋아 투자를 통해 규모화를 할 때마다 공급과잉 상황이 주기적으로 발생해 파동이 일어나고 그 과정에서 많은 농가들이 구조조정 됐지만 사료공장들은 파동과 관계없이 적정 이윤을 챙겨 왔다는데 있다.
이제 과거와 같이 곡물가격이 낮게 유지될 가능성도 없고 축산업이 과거처럼 사육규모를 늘려가며 성장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축산물 소비는 정점에 와 있고 다이어트 열풍에 육류소비를 꺼리는 계층이 점점 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원자재인 배합사료에 붙어있는 거품을 걷어내자는 운동을 통해 이제 축산농가의 권리 찾기가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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