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가격 불안정, 도매시장 활성화로 해결하려면…
돼지가격 불안정, 도매시장 활성화로 해결하려면…
  • 정여진 기자
  • 승인 2020.04.17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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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유통신문 정여진 기자] 

도매시장 기피요인인 높은 유통비·돼지 품질 저하 도마 위

돼지가격이 연일 3000~4000원대를 넘나들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 도매시장 활성화가 논의되고 있지만 제도를 일반화하려면 좀 더 심도 있는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대한한돈협회와 농장과식탁이 공동 진행한 돈육 도매시장 활성화 방안 연구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돼지 시장의 변화와 도매시장 활성화에 대한 생산자·소비자·전문가의 입장 차이를 알 수 있다.

이미 활성화 돼 있는 농수산물도매시장으로 미뤄봤을 때, 도매시장 내에는 크게 세 주체가 존재한다. 출하자인 농어민, 농어민으로부터 농축산물을 수탁 받아 이를 판매하는 도매법인, 도매법인으로부터 농수산물을 구매하는 중도매인(매매참가인)이 있다. 또 도매기능의 축소가 두드러진 분야로는 쌀, 달걀, 그리고 돼지가 있다. 이번 호에서는 이중 돼지를 택해 돼지 도매시장 기능을 강화할 방안과 생산자·육가공업체·소비자·전문가들의 각기 다른 입장을 집중보도하고자 한다.


 

# 왜 돼지 도매시장 기능이 축소됐을까?

우리나라는 1970년대 삼원교잡 종축 생산기술이 보급되고 배합사료 산업이 성장하면서 돼지고기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1980년대에는 전업화 단계에 진입, 1990년대 일본 수출 호조에 힘입어 돈가가 높게 형성됐다. 같은 시기에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 따라 정부가 양돈장 규모화에 투자를 늘리면서 육가공업체와 농장 간 돼지 직거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2000년대 농장이 전 기업화 단계로 진입하면서 도매시장을 경유하는 비중이 급격히 감소하고, 가격이 6~7%의 돼지 물량에 따라 결정되는 체계가 구축되면서 발생했다. 표본집단이 모집단의 특성을 정확히 반영하기 위해서는 표본집단의 크기가 일정 규모이상이여야 하는데, 이와 반대인 소수의 법칙이 지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육가공 업계는 2010년대 초부터 도매시장 내 도축 물량이 적은 박피 공정 돼지 대신 탕박 공정 돼지를 기준 가격으로 사용할 것을 요구했다. 이 같은 요구는 국내 도축장들이 위생상의 문제로 박피 공정 설비를 철거하면서 탕박 돼지가 도매시장 내 유일한 돼지가격으로 관철됐다. 하지만 10%대 내외에서 도매시장에서 출하되던 돼지의 비중이 2010년대 후반 10% 미만으로 하락하면서 왜곡 발생의 우려가 커져왔다.

돼지 유통구조는 산업이 고도화될수록 유통단계가 축소되는 현상을 보이고, 플레이어의 규모가 커질수록 유통구조가 단순해진다. 도매시장 거래 시 유통비용은 상승하나 거래비용은 절감된다. 반대로 직거래 시 유통비용은 절감되고 거래비용은 상승한다.

여기서 유통비용은 유통과정에 발생하는 운송, 보관, 상하차, 각종 수수료, 금융비용 등을 말하며 거래비용은 상품을 탐색하고 거래를 위한 협상, 거래 유지를 위한 노력 등과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을 말한다.

현재 양돈업계는 거래비용보다는 유통비용 절감에 무게를 둔 거래 방법을 선호하고 있다. 반면 공판장과 도매시장 경유 비중이 높은 한우업계는 유통비용보다는 거래비용 절감에 무게를 두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시장에 참가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의 규모의 차이 그리고 특정한 도체 품질의 상품을 탐색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 도매시장 기피요인 해소돼야

연구진들이 포커스그룹(생산자·소비자·전문가)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도매시장을 기피하는 요인으로 높은 유통비와 낮은 내장 가격 가격 변동성과 불확실성 돼지의 품질·도체 품질 저하 등을 꼽았다.

농장 문전도 거래는 출하되는 전체 돼지의 생체 중에 지급률과 기준이 되는 도매시장 경락가격을 곱해 산출하지만, 도매시장에서는 개체별로 품질에 따른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에 등급, 도체 중 등 다양한 요소에 신경을 써야 한다. 출하하는 돼지의 수가 적을 때는 문제가 덜 되지만 농장 규모가 크면 도매 시장 출하는 더욱 번거로울 수밖에 없다. 더불어 도매시장 거래는 농가가 도매시장까지 유통되는 과정의 비용과 상장수수료를 농가가 부담해야 하고, 유통업체도 중매인 수수료를 내야 하는 등 여러 비용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농장 문전도 거래는 각종 유통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전 기업화된 양돈 농가와 육가공업체들의 이익에 부합한다.

특히 국내 도매시장과 공판장들은 상장된 물량의 경우 더 높은 도축비를 부과하는 등 임도축보다 도매시장 도축이 농가에 매우 불리하게 책정돼 있고, 일반도축장들보다 내장 등 부산물의 가격도 공판장이 더 낮아 도매시장을 피하게 하는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 각기 다른 입장 보여

포커스그룹 인터뷰를 진행한 만큼 생산자·소비자·전문가·유통업계 관계자들은 도매시장 활성화에 대해 각기 다른 입장을 나타냈다.

중도매인 A품질이 좋은 돼지는 좋은 품질대로, 품질이 나쁜 돼지는 품질이 나쁜 대로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도매시장 가격이 좋게 형성되는 도매시장이나 공판장은 어느 정도 품질이 좋은 돼지가 출하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농협 A공판장도 대부분이 비규격 돈이 출하되지만, 간혹 품질이 우수한 규격돈이 출하될 때도 있는데 그때가 돼지가격이 상한가를 기록하는 때라고 설명했다.

돼지 도매시장 활성화라는 주제에 대해 유통전문가 대부분은 도매시장이 기능을 상실해 가는 것이 현실인 상황에서 도매시장을 활성화를 위한 노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그만큼 어려운 주제가 도매시장 활성화기 때문에 당장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어려울 전망이다.

한편 도매시장을 활성화하려면 중도매인 지원이 필요하며 브랜드 육가공업체와 경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포커스그룹에 참여한 공판장 관계자는 결국 도매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돼지를 많이 취급하는 중도매인이 등장해야 하는데 중도매인이 영업하고 있는 정육점과 브랜드 육을 유통하는 육가공업체와 경합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공판장과 브랜드 유통사업을 동시에 하는 양돈농협 관계자는 “‘도매시장이 활성화된다는 이야기는 우리 브랜드 유통사업 부서와 경쟁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조합의 입장에서는 중도매인의 역량이 강화돼 브랜드 유통사업단이 축소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답했다.

생산자는 도매시장으로의 출하에 부정적 의견이 다수를 이루었지만, 수요자의 경우 품질 좋은 돼지가 충분히 반입된다면 도매시장을 이용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생산자들은 돼지를 비싸게 사주는 곳, 출하의 편리성, 안정성 등을 중요시 여기며 도매시장 출하에 부정적 의견을 나타내고 있는 것과 달리 수요자 측은 구매선의 다양화 등을 위해 조건부 도매시장 이용 의사가 있는 것이다.

 

# 도매시장 활성화 위해 개선할 점

국내 대부분의 돼지 도매시장들은 상장 물량이 적더라도 생존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임도축 물량 확보를 통해 도축 부분 가동률을 어느 정도 유지하며 매출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도매시장이 영리 추구를 위해 임도축 물량을 무분별하게 확보하는 것에 제동을 걸고 도매물량을 우대하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도축비 등 각종 수수료 책정에 있어 도매시장 출하가 일반도축장 출하보다 농가에 불리하게 돼 있는 부분부터 개선이 필요한 점도 대두됐다. 도매시장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현재 돼지 도매시장은 수도권과 부산 경남권에 집중돼 있고 충남, 강원, 전북에는 돼지 도매시장이 운영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거점도축장 중 일부에 도매시장 기능 부여를 고려해야 한다.

아울러 연구진들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돼지 도매시장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과 함께 도매시장 활성화를 위한 로드맵을 마련해 시장 상황을 반영한 합리적인 가격 결정체계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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