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질병과의 싸움에서 이기려면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질병과의 싸움에서 이기려면
  • 농축유통신문
  • 승인 2020.05.01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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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류재규 가축질병방역과장  

[농축유통신문] 

14세기 이탈리아의 항구도시 베네치아는 흑사병 유행지역에서 온 모든 배를 항구 접안 전에 억류 조치했다. 40일이 지나고 감염되지 않음이 확인돼야 입항할 수 있었다고 한다. 요즘 자주 듣게 되는 quarantine(검역, 격리)이라는 용어의 어원이 40을 의미하는 라틴어 quadraginta에서 유래했다는 가설에 힘을 실어주는 일화다. 추측컨대 실제로 그 시기 일정 기간의 격리는 감염 차단에 큰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바이러스성 감염병과 전 세계가 전쟁 중에 있다. 정부에서는 코로나19 국민 예방수칙으로 흐르는 물에 비누로 꼼꼼하게 손 씻기, 옷소매로 가리고 기침하기, 발열·호흡기 증상자와의 접촉 피하기, 사람 많은 곳 방문 자제하기 등과 같은 행동수칙을 권고하고 있다. 국민들의 실천과 방역관리 등으로 다행히 감염자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사실 축산현장에서 방역은 꽤 오래전부터 축산인들의 일상이 됐다. 정부는 해마다 10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를 특별방역대책기간으로 지정해 조류인플루엔자, 구제역 등에 관한 가축방역을 집중관리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부터 지금까지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돼지에만 감염되는 질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코로나19와 마찬가지로 백신도 치료제도 없다. 심지어 치사율이 최고 100%에 이르는 이 바이러스성 질병의 주요 전파 요인 중 하나로 야생멧돼지가 거론되고 있다. 감염돼지의 분변, 체액, 폐사체 등 ASF 바이러스에 오염된 것에 접촉한 사람의 손, 신발이나 차량 바퀴를 통해 돈사 내부로 유입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무서운 바이러스 질병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사람, 차량 등 오염 가능성이 있는 모든 것의 농장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감염된 야생멧돼지와의 직간접 접촉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방역당국이 경기북부, 강원도에 광역울타리 설치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예방을 위한 수칙 또한 코로나19와 아주 비슷하다. 돈사에 출입할 때 마다 손 씻기, 신발과 옷을 갈아입기, 농장 둘레에 빈틈없이 울타리 설치하기, 외부 사람과 차량의 농장 방문 통제 등이 필요하다.

바이러스 특성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베트남 현지에서 국제축산연구소, 베트남 국립수의연구소와 함께 ASF 바이러스 감염 후 임상증상과 바이러스 배출경로, 해충, 토양 등 환경인자에 의한 전파 위험도를 분석하는 등 ASF 감염 특성을 연구하고 있다. 향후 농장 간 ASF 전파경로 차단과 감염돼지 조기 발견 등 방역 대책 수립의 기초자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올해만 해도 야생멧돼지에서 ASF500건 가까이 발생했다. 하지만 돼지농장에서의 ASF 발생은 지난해 10월 발생을 끝으로 현재까지 단 한 건도 발생하고 있지 않다. 그렇다고 또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봄철이면 야생멧돼지가 대규모로 출산을 해 개체수가 늘고 농작물이 자라는 4~5월이면 야생멧돼지의 먹이활동 반경도 넓어진다. 따뜻한 봄이 되면 겨울철보다 덜 발생할 거라고 기대할 수도 있지만, 이 병이 아프리카 풍토병에서 비롯된 것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ASF가 발생한 유럽에서도 봄과 여름에 많이 발생해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한 시기가 바로 봄철이라 할 수 있다.

치료제도 백신도 없는 코로나19, ASF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방역 행동수칙을 정확히 인지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방역은 다 같이 실천할 때 희망적이다. 감염자 수가 줄어든다고, 농가에 발생하지 않는다고 안심할 게 아니라, 끝까지 실천해야 한다. ....

 

여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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