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맘에 드는 한우를 만드는 현명한 방법
[기고] 맘에 드는 한우를 만드는 현명한 방법
  • 농축유통신문
  • 승인 2020.06.19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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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유통신문] 


국립축산과학원 김시동 가축개량과장

예쁜 딸을 둔 쥐 부부가 세상에서 가장 힘센 사윗감을 고르고 있었다. 가장 힘이 세다고 생각한 해님을 찾아갔지만, 해님은 구름이 앞을 가리면 힘을 못 쓰니, 구름이 더 세다고 해서 구름을 찾아갔다. 그런데 구름은 바람에 약하다며 바람을 이야기했고 바람에게 갔더니 자기가 아무리 힘을 써도 담벼락은 쓰러뜨리지 못했다고 했다. 담벼락을 찾아갔더니, 담벼락은 쥐가 밑둥을 파면 무너지고 만다고 쥐가 더 세다고 했다. 결국 쥐 부부는 총각 쥐 중에 가장 힘세고 착한 배필을 골라 딸을 시집보냈다. 자기 자신의 소중함을 알게 해주는 이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장점과 단점이 있으며 그것은 상대적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쥐 부부가 힘센 사윗감을 원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힘이 센 손주를 얻길 원했기 때문일 터다. 필자에게 친구가,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라고 한다면 그 친구 이런 저런 성격이고 능력은 이러저러하니, 적어도 이 정도는 돼야겠지와 같이 필자 나름의 기준을 세우게 된다. 그런데 한우 사육농가가 좋은 씨수소 몇 두만 말해 주세요.”라고 하면 필자는 난감해진다. 필자가 해당 농가 암소의 장단점을 알 수 없을 뿐더러, 비육용 송아지를 내고자 하는 것인지 암소를 대체할 암송아지를 얻고자 하는 것인지 등 농장사정과 사장님의 마음을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 씨수소가 좋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내 농장에 적합한 씨수소는 무엇일까? 현명한 방법을 알아보자.

 

첫째, 우리 농장의 목표가 무엇이고, 그에 따른 암소별 장단점을 적어보자. 먼저, 전체적으로 소 덩치나 체중을 우선적으로 개량하고 싶은지, 육량이나 육질개선이 우선인지, 균일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한지 등을 고려해 목표를 정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해당 목표에 따라 각 암소별로 장단점을 분석해 보완해야 할 사항을 정리한다.

둘째, 내고자 하는 송아지의 활용도가 무엇인지 적어보자. 송아지를 얻고자 하는 목적이 번식우 교체인지, 비육용 밑소인지, 판매할 것인지를 정하고 각 목적에 맞게 암소를 구분한다.

셋째, 농촌진흥청이 제공하는 한우교배계획길라잡이, 농협 한우개량사업소 홈페이지나 씨수소 안내책자 등을 이용해 앞에서 구분한 각각의 암소에 대해 얻고자 하는 목적에 맞는 씨수소를 찾는다. 가능한 여러 마리의 후보를 선택해 정액을 구하지 못했을 때에도 교배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

넷째, 근친을 이해하고 잘 활용해 보자. ‘근친은 무조건 나쁘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 문제는 근친을 관리하는 능력에 달려있다. 개체별 근친정도를 알고 적절한 교배계획으로 자손의 근친정도를 관리할 수 있다면 균일도를 높이거나 원하는 능력을 확실하게 개량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된다.

다섯째, 우보만리(牛步萬里)의 도를 지키자. 개량은 여러 세대에 걸쳐 꾸준하게 수행해야 그 결실을 볼 수 있다. 중간에 개량목표를 바꾸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앞에서 살펴본 네 가지 사항을 꾸준히 잘 지킨다면 10년 후에는 확실히 다른 농장이 되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차를 살 때 화물용인지, 승용인지, 레저용인지 용도를 먼저 생각하고 차의 성능, 집의 경제사정 등 다양한 것을 고려한다. 남이 고급 승용차를 산다고 나도 덜컥 그 차를 사지는 않는다. 보증씨수소도 차를 고를 때처럼 신중하고 현명하게 선택하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다. 한우개량에 애쓰시는 농가를 위해 농촌진흥청도 농가에서 보다 쉽게 씨수소를 선택하고 개량에 활용할 수 있도록 신규 개량대상 형질 발굴과 관련 기술지원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임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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