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피아식별 도구로 전락한 미디어 환경에서
[편집국] 피아식별 도구로 전락한 미디어 환경에서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0.07.03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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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잃은 언론, 심각성 인지해야
언론이 징징대는 시대 종말 고하고
옥석 가리는 대중에 답할 시기 도래
농업계 언론 성장 동력 찾기 어렵지만
다양한 콘텐츠 찾는 노력 이어갈 것

기레기가 난무하는 세상이다. 수십년 기자밥을 먹으면서 기레기 소리 한번 들어보지 않은 기자가 있을 성 싶을 정도다. 언론이 독점해 왔던 정보가 SNS의 발달로 자유롭게 통용되고, 정보에 대한 가공과 편집이 기득권의 전유물로부터 해방되면서 언론이 도맡았던 사실과 진실의 전달, 문제 제기에 어느 순간 대중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했다. 

대중의 불신은 언론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크다. 기자조차 언론사를 믿지 못하고, 사주의 입맛에 맞게 사실을 왜곡하며, SNS 정보만을 기반으로 사실 확인조차 거치지 않은 기사들이 난무한다. 조회수만 바라보는 일회용품 기사들과 공산품처럼 찍어내는 오타조차 꼭 같은 기사들은 마치 소싯적 인기만을 갈구하는 노년의 연예인처럼 쇼윈도에서 천박한 미소를 짓고 대중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이 같은 미디어 환경에서 팩트체크라는 코너가 인기를 끄는 것도 충분히 이해되는 바이나 믿을만한 미디어 실종이 초래한 이 시대의 씁쓸한 자화상일지도 모르겠다.

기본 중의 기본을 지키지 못한 언론은 스스로 불신의 미디어 춘추전국시대를 철옹성처럼 쌓아올리는 데서 나아가, 여전히 내 이야기가 옳다며 대중을 향해 윽박지르고 있다. 유튜브 플랫폼의 치솟는 인기가 마치 미디어 몰락의 끝자락에서 선택권을 잃은 대중의 비명처럼 들리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닌 듯하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와 가짜뉴스가 난립하자 대중들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정보와 지식만으로 꽁꽁 무장하기 시작했다. 양극화된 사회가 양극화된 언론을 낳듯 양 극단의 미디어가 환영받고 어느 순간 해장국 언론이 진실인양 추앙 받는다. 대중은 진영논리에 매몰돼 언론을 피아식별의 도구로 삼고 상대 진영 공격에 만취해 있다. 대중의 자정작용을 믿지만 흙탕물로 가득한 현재의 미디어 환경에서 아직 갈피를 못 잡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언론 불신과 맞물려 SNS의 발달과 개인 미디어의 성장이 가짜뉴스를 만들어내는 진원지라는 시각도 많다. 하지만 재밌는 사실은 언론이 지금까지 맞닥뜨리지 못했던 가장 치열한 검증의 시험대에 올라와 있다는 것이다. 발로 뛰는 기자가 소유한 1인 미디어가 조금씩 레거시 미디어의 영역을 넘보고 있고, 탐사보도로 무장한 기자 개인의 이름값이 높아지고 있는 현상이 관찰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대중은 느리지만 소름끼칠 정도로 단호하며 명석하다. 아직 방향은 잡지 못했을지언정 대중은 언론이 징징대는 시대의 종말을 고하고 소음이 난무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옥석을 가릴 준비를 차분히 하고 있다. 잔소리를 퍼붓는 시어머니처럼 지속적으로 언론에 문제를 제기하고 끊임없이 사실 관계를 묻는 독자에게 이제는 언론이 답할 차례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시작됐지만 지면에 글로 승부하는 언론, 특히 농업 전문지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농민의 고령화로 독자를 잃어가고, 우편료는 상승하며, 농업이라는 산업이 이렇다 할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고민을 가진 기자들이 농업계에 보석처럼 박혀 있다는 사실이다. 

젊은 기자들과 만나 술 한잔 기울이다 보면 결국 막차를 타며 나누는 이야기는 ‘어떻게 쓸 것인가’로 귀결된다. 재밌게 쓰겠다는 기자, 통계로 승부하겠다는 기자, 솔루션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기자까지. 다양한 기자들의 생각과 고민은 아직까지 농업 언론이 보유하고 있는 소중한 자산이다. 

불신의 미디어 세상에서 2020년 하반기 농축유통신문이 새로운 구성원으로 채워졌다. 흔히 기사는 음식에, 기자는 요리사에 비유되곤 한다. 좋은 원재료인 콘텐츠를 가지고 관록의 요리솜씨로, 훌륭한 기사를 생산하면 좋으련만 평균 연령 30대 중반의 젊은 패기로 무장한 편집국이 할 수 있는 일은 한껏 더듬이를 치켜 세우고 발로 뛰는 것 말고는 없다는 결론이다. 

레거시 미디어가 써왔던 문법에서 다소 벗어나더라도 다양한 기사 방정식을 고민하고 있는 농축유통신문이 독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한 첫 발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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