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장의 시선] 무지한 정책 피해자는 결국 국민
[이 부장의 시선] 무지한 정책 피해자는 결국 국민
  • 이은용 기자
  • 승인 2020.07.10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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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용 취재부장

[농축유통신문 이은용 기자] 

신뢰성과 전문성이 떨어진 정책은 반드시 당사자에게 피해를 주고, 최종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게 돼 있다. 정책이라는 것은 공공문제를 해결하고자 정부에 의해 결정된 행동방침을 말한다.

공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장의 상황을 잘 알고 그 분야에 맞는 전문성도 갖춰야 하지만 일부 공무원들은 전문성이 없는 상황에서 현장의 의견은 무시한 채 탁상행정으로 정책을 만들기도 한다.

탁상행정으로 만들어진 정책은 현실적이지 못해 현장에서 신뢰를 받지 못하고 오히려 피해를 줘 당사자 간 갈등이 첨예화 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런 갈등은 결국 국민들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넘어간다.

이를 명확하게 볼 수 있는 사례가 바로 난각(계란껍데기) 산란일자 표기와 가금(계란)이력제를 시행하려는 정책이다.

산란일자 의무 표기는 현장의 반대에도 소비자들의 알권리와 신선한 계란을 유통시키기 위해 정부가 밀어붙여 시행된 제도로,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시행된 적 없는 제도다.

왜냐면 신선한 계란을 먹기 위해서는 산란일자보다 보관온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계란의 신선도의 핵심은 숫자가 아닌 온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계란이 유통·판매되는 과정의 온도가 가장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계란이 시중에 판매될 수 있는 유통기한은 산란일자를 기준으로 상온에서 30일, 냉장에서 40~45일이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계란은 어떻게 보관하는지에 따라 신선도가 좌우되며 유통기한보다 실제 섭취할 수 있는 소비기한을 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판매장과 소비지에서 계란을 냉장해 보관하는 콜드 체인 시스템을 확보되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소비자는 계란을 살 때 산란일자를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계란 유통업자 및 판매업자가 계란 냉장고를 운영하고 콜드 체인 시스템을 활용, 계란의 안전성을 높이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게 현장의 중론이다.

하지만 정부는 현장의 의견을 무시한 채 산란일자 표기 시행에 들어가 오히려 소비자들이 신선한 계란을 먹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꼴이 돼 버렸다.

가금이력제도 동일선상에서 본다면 탁상행정의 표본이 될 듯 싶다. 현재 계란은 유통과정에서 거래명세서, 식용란 거래‧폐기내역서를 통해 산란일, 유통기한, 사육환경 여부 등을 의무적으로 기입하고 있다.

특히 산란일자 표시제도가 도입되면서 계란껍데기에 산란일자, 생산자고유번호, 사육환경 등이 표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농장별, 산란일자별, 거래처별로 발급되는 이력번호를 라벨지에 표시하고 거래처별로 기록‧관리하는 것은 이중규제이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동일한 농장, 산란일자를 가진 계란도 여러 이력제가 발급되고 식용란선별포장업별, 농장출하일별, 거래처별로도 다른 이력번호가 부여되면서 관리의 혼란이 우려된다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하지만 정부는 생산부터 유통, 판매까지 모든 단계별 정보를 기록·관리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신속한 회수와 유통차단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취지에서 시행하고 있지만 취지만 좋을 뿐 현실을 무시한 정책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이처럼 현장의 의견이 무시된 채 탁상행정으로 정책이 진행된다면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은 높아지고, 그 피해는 산업 종사자뿐만 아닌 국민들에게도 돌아간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정책을 구상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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