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현출 한국스마트팜산업협회장] "법인이 농사짓는 시대가 오고 있다"
[인터뷰-박현출 한국스마트팜산업협회장] "법인이 농사짓는 시대가 오고 있다"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0.07.24 1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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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 북적이는 농촌 환상 버려야 
농촌의 인력 공백 결국 기술이 보완
스마트팜 적극 육성 미래 농업 대비


He is...한국 농식품 정책과 현장 경험이 누구보다 많다. 행정고시 25회 합격. 1982년 공직을 시작한 이후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농업정책국장, 식품산업정책실장, 기획조정실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면서 행정 경험을 쌓았다. 2012~2013년 농촌진흥청장을 역임했으며 2015~2018년 가락동 도매시장을 관장하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까지 거쳤다. 40년 가까이 다방면의 농업 현장을 누비면서 느낀 경험을 녹여 최근에는 '농업의 힘'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고령화 등으로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우리나라 농업의 공백은 결국 '법인'이 메꿀 것이며 기업에게도 농업인의 타이틀이 주어져야 한다는 다소 파격적인 화두를 꺼내 놓았다. 현재 (사)한국스마트팜산업협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농축유통신문 박현욱 기자] 

“농촌에 사람이 온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

박현출 한국스마트산업협회장은 더 이상 농업의 장밋빛 미래를 쫓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많은 영세농과 고령농이 포진해 있는 국내 농업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가 귀농 귀촌을 활성화하고 농촌에 청년들을 이식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일본에는 1947~1949년에 태어난 세대를 가리키는 단카이 세대(`덩어리'라는 뜻의 단괴(團塊)를 뜻함)가 있다. 우리나라 1955~1963년생을 일컫는 베이비부머 세대와 같다. 일본의 단카이 세대는 일선에서 은퇴하고 농촌으로 돌아갔지만 결국 다시 도시로 회귀했다. 우리나라도 똑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게 박 회장의 생각이다.

“단카이 세대는 우리 농촌의 10년을 먼저 경험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은퇴하고 농촌으로 돌아갔지만 결국 대다수는 도시로 돌아왔죠. 무슨 뜻일까요. 지금의 귀농귀촌 통계에 이들이 숨어 있죠. 결국 사람이 농촌을 채우는 데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제대로 된 의료시설이 부족한 농촌에 노인은 살 수 없습니다. 젊은이들도 마찬가지죠. 물론 철학과 신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합니다만 다양한 편의시설로 무장한 도시를 당해낼 재간은 없습니다.”

그의 말처럼 최근 귀농·귀촌 통계는 상승곡선을 그리다 다시 유턴해 곤두박질치고 있다. 정부에서는 ‘진성 농업인’이 늘어나는 것이라는 자체 평가를 내렸지만 박 회장의 생각은 다르다. 수많은 편의 시설과 문화시설, 스마트 도시로 탈바꿈하는 지금, 사람으로 농촌은 채우는 일은 부푼 희망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박 회장은 1811~1817년 일어난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을 지금의 사회 분위기와 비교했다. 기계가 농사를 대신하고 인공지능이 기계를 컨트롤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불거지는 사람들의 ‘공포’가 산업 혁명으로 인해 몰락한 수공업자들이 벌인 기계 파괴운동인 러다이트 운동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당연히 사람이 이길 줄 알았던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 기억나시죠. 이 일을 계기로 인공지능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이 생겨나기 시작했죠.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난 1800년대와 비슷하죠. 다만 양상은 좀 다릅니다. 당시에는 기계가 사람의 노동력을 대신하는데 그쳐 수많은 일자리가 파생됐지만 인공지능은 사람의 지혜를 대신할 뿐만 아니라 뛰어 넘을 정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자리 부족은 우리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국내 제조업 중 가장 느린 산업인 농업과 가장 빠른 첨단산업인 인공지능의 발전은 공교롭게도 톱니바퀴처럼 맞물린다. 농업은 일자리 부족에 시달리고 인공지능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위협한다. 결국 두 산업의 만남이 서로의 부족을 채워줄 것이라는 게 박 회장의 설명이다. 다만 인공지능이 기계를 컨트롤하고 농사를 짓는 일은 기술이 필요하고 농민의 영역을 넘어선다.

“기업이 농업에 진출하는 문제는 유독 우리나라에서 민감한 문제입니다. 농민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산업을 통째로 집어 삼킬 수 있다는 우려죠. 과거 동부팜한농 유리온실을 지어 농민의 반발을 불렀고 엘지 시엔에스가 농업에 진출하려고 했지만 농업계의 극렬한 저항이 있었죠. 물론 기업이 농민의 영역을 과도하게 침범하는 일은 경계해야 하고 안정장치 또한 마련해야 합니다만 기업과 협업할 수 있는 길을 원천 차단하는 일은 미래 농업을 대비하는 자세가 아닙니다.”

일본의 경우 1900년대 농업이 사양산업으로 전락하자 일본 정부는 기업의 농업 진출을 장려한다. 2009년 일본 정부가 농지법을 개정하자 종합상사 미쓰이와 소지츠, 토요타 등이 농업에 뛰어들었고 유통기업 이온, 외식기업 와타미 그룹, 금융그룹 오릭스까지 농업에 뛰어 들면서 농민들과 다양한 시너지를 내고 있다. 

“물론 일본의 사례가 정답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농촌에 소농이 활발해지고 젊은이들이 넘쳐나는 장밋빛 미래만 그리면서 철학을 논하기에는 현실은 냉혹합니다. 법인이 농업에 진출해야 한다고 해서 기업만 하라는 법도 없죠. 농민들이 뭉쳐 법인을 만들 수 있고 조직화된 곳에서 스마트 영농을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핵심은 농민들도 전문적인 법인을 구축하고 기업과 협업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스마트팜이 우리 농업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 나가는 일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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