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스마트하지 못한 농촌의 유통정보
[기자수첩] 스마트하지 못한 농촌의 유통정보
  • 김수용 기자
  • 승인 2020.07.24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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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유통신문 김수용 기자] 

여보, 내일은 다른 도매시장으로 분산해서 내놔야겠어요.”

이 말은 22일 강원도 한 지역농협의 경제사업장에 있는 농산물일일시세표 안내판에서 농가들이 삼삼오오 모여 나눈 대화내용의 일부다.

이 지역농협은 농산물일일시세표 안내판을 통해 전날 이 지역 농민들이 출하한 농산물의 가격결과를 알려주는 정보창구다. 이 날 많은 농가들이 이 시세표를 보기 위해 들러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는 사랑방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 모습을 필자는 한 쪽 마음이 허전했다.

코로나19로 전 국민이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이 시점에 어느 한 농민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서로 붙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여기에 농산물 시세를 보기 위해 한 곳으로 모이는 것은 예전 위탁상 시절과 비슷한 모습이 재연되고 있다고 생각됐다. 물론 농안법 파동이후 경매로 시세가 형성되고 자료가 차곡차곡 모이며 새로운 분석 자료로 나오는 것은 예전과 달라진 점이 확실하다.

하지만 이날 여기에 모인 농민들은 그러한 정보를 취득하기 위해 예전과 같은 방법을 취하고 있었다. 농산물 시세를 알 수가 없으니 정보가 모이는 곳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다. 어느 시장에서 어떤 가격을 받았는지 전체적인 자료가 필요했던 것이다.

산지유통인이나 농업법인 회사들은 많은 정보를 가지고 필요한 농산물을 전국으로 뿌리지만 일반적인 농민 또는 가족농 같은 경우 정보 취득이 쉽지 않다는 현실이 이상하기만 했다.

스마트농업, ICT, 정보화시대 등 많은 자료가 인터넷을 통해 제공되지만 사용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준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1일 기준 농가 경영주 평균연령은 68.2세다.

인터넷을 통한 빅데이터를 이용하기 위해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농민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된다.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본다. 또한 농업선진국처럼 농업조직화를 통해 농민은 농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잘 갖춰야 한다.

40여 년 전 농사를 짓는 거보다 시세를 더욱 중요하게 여겼던 시절과 현재의 농촌은 별다른 차이가 없다. 농업유통이 눈부신 성장을 이뤄낸 만큼 이들에게도 최소한의 발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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