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까맣게 썩은 배추 올해도 비축물량 풀어 ‘빈축’
새까맣게 썩은 배추 올해도 비축물량 풀어 ‘빈축’
  • 김수용 기자
  • 승인 2020.08.14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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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비축배추 유통관리 실패 긴급점검 나서
  • 시세보다 낮은 판매로 중도매인 특혜 논란까지

[농축유통신문 김수용 기자] 

△정부가 시장에 유통한 썩은 배추 모습.
△정부가 시장에 유통한 썩은 배추 모습.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품위가 급격하게 떨어진 저장배추를 시장에 풀어 논란이 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배추가격이 급등하자 민생안정의 이유를 들어 정부가 보유하고 있던 저장배추를 지난 11일 서울 가락시장에 유통했지만 정부 저장배추 10대중 3대가 썩은 채 입고됐다.

이날 입고된 정부 배추는 같은 시기 저장됐던 업체의 배추에 비해 품위가 낮다 못해 새카맣게 썩어 있었고 결국 해당 배추 3대분은 유찰됐다. 하지만 깜깜이식 정가수의매매로 거래된 배추는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는 상태다.

가락시장 한 관계자는 “7월에 저장된 배추 관리를 잘못해 썩은 배추가 또 다시 시장에 반입됐다면서 아무리 배추가격이 올랐어도 정부가 어떻게 썩은 배추를 국민들에게 공급할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2일 보관중인 배추에 대해 긴급점검을 하고 낮은 품위배추에 대해 시장반입이 안되도록 지침을 산하기관에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가락시장에 출하된 일부 배추의 품위가 낮은 것으로 확인돼 보관중인 배추에 대해 점검을 했다면서 낮은 품위의 배추가 시장에 나오지 않도록 주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썩은 배추 유통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예견된 사태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평년에 비축하는 배추는 봄배추로 6월에 수매를 진행하는데 올해는 업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7월 준고랭지 배추로 저장했다는 것이다.

배추 업계관계자들은 보통 7월부터 장마로 배추를 저장할 때 배추가 젖을 일이 잦아 저장을 하더라도 배추를 말려 저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부가 저장한 배추 일부가 비를 맞고 저장에 들어가 품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6월 배추 수급이 7월보다 좋았음에도 굳이 7월 배추를 저장해 수급불안을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시장 관계자는 “6월 봄배추 가격이 7월보다 낮을 것으로 충분히 예상됐음에도 정부가 7월 들어 급하게 수매에 나서 결국 8월 배추 시장까지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긴 장마로 산지 배추생육상황이 점점 나빠져 앞을 내다보지 못할 상황까지 와 9월 고랭지배추 시장까지 요동칠 수 있다고 밝혔다.더욱이 현재 정부가 출하된 배추는 가격 안정을 이유로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정가수의매매를 통해 중도매인에게 낙찰되고 있어 특혜 논란까지 일고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중도매인들이 순번을 정해 정부배추를 싸게 구입하고 시세대로 팔아 이득은 중도매인만 봤다면서 올해도 깜깜이식 정가수의매매를 진행하면서 경매시세를 반영시키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통전문가들도 가격 안정을 꾀하려면 정가수의매매보다 공정한 경매를 통해 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산지유통인은 생산비 상승으로 평년보다 높은 가격을 받아도 손해를 보는 상황에서 정부 비축물량을 이런 식으로 방출해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면 결국 그 손해는 소비자에게 전달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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