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경일 농식품부 방역정책과 사무관] "가축질병방역 패러다임 전환, 핵심은 과감한 초동방역"
[인터뷰-박경일 농식품부 방역정책과 사무관] "가축질병방역 패러다임 전환, 핵심은 과감한 초동방역"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0.08.17 0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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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키트 발달로 신속한 초동조치 가능 
초동방역 경제적 논리 휘둘리지 말아야 
가축 질병 후유증 심각 예방만이 살 길  
축산농민 정부와 협력 청정축산 지름길


[농축유통신문 박현욱 기자] 

지난해 9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에 상륙한 이후 1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북한 접경 지역과 인접한 경기 북부 4개 시군의 돼지 농장에 대규모 살처분이 감행되면서 23일 만에 사육농가로의 전파는 종식됐다. 하지만 6월부터 야생 멧돼지에서 ASF 감염이 확인되고 있고, 최근 대규모 홍수로 인근 하천을 통해 바이러스가 확산될 수 있는 가능성에 방역 당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본지는 ASF 발생 1년, 국내 ASF 방역정책의 변화를 가늠해본다. 과거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간 구제역과 AI, 그리고 지난해 발생한 ASF까지. 정부의 방역 정책 패러다임 전환에 대해 실무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었다.
 

He is...서울대학교 수의학과를 졸업했다. 1996년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입사해 20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동물 검역 업무 전반을 경험했다. 현장과 실무에 능해 2014년 농림축산식품부 검역정책과로 이동해 수출업무를 담당했다. 2017년 방역정책국이 신설된 후 2018년 4월 방역정책과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 방역업무에 관련된 법적 검토와 지원 등을 맡으며 정부의 방역정책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


과거 구제역과 AI의 상시 발생으로 가축 질병 토착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 기류가 바뀌었다. 지난해 1월 발생한 구제역은 7일 만에 잠잠해졌고, 조류인플루엔자(AI)는 약 2년간 자취를 감췄다. 과거 가축전염병 발생 후 후속 조치로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갔던 것과 비교하면 뚜렷한 변화가 생긴 셈이다. 

과거 축산 정책국의 2개의 과로 분류돼 있던 방역업무가 2017년 방역정책국으로 승격되면서 방역에 대처하는 무게감도 달라졌다는 평가다. 박경일 사무관은 방역정책국의 승격은 단순히 과의 승격을 넘어 정밀하고 과감한 초동방역을 가능케 하는 힘이 된다고 주장한다. 

"방역정책국이 되면서 초동방역에 경제적 논리가 끼어들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었죠. 가축 질병 초동조치를 경제적 시선으로 바라보면 과감한 방역이 어려워집니다. 가축전염병과의 싸움에서 처음부터 밀리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우려가 있죠. 교과서 상식처럼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현실에서는 작동되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초동방역은 어떤 논리로부터 휘둘리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구제역은 숨만 내뿜으면 비말과 에어로졸로 인해 손쉽게 전염된다는 게 현장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구제역이 발병하면 하루 이틀이면 3km 반경은 오염됐다고 판단한다. AI도 부지불식간 농장 인근이 초토화된다. 광범위한 살처분과 신속한 소독이 중요한 이유다. 검사 키트의 발전과 하루 만에 판명되는 기술의 신속성도 초동조치를 과감히 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AI의 경우 과거 진단키트에서 양성 판정이 나와도 다시 실험실로 보내 고병원성인지 여부를 판단하는데 3일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제는 진단키트가 판별할 수 있는 범위도 커졌고, 실험실에서도 검사 기술이 발전해 하루 만에 질병을 판명하고 바로 조치에 들어갈 수 있도록 가축전염병예방법과 AI SOP에도 명시했습니다." 

구제역의 경우 백신 접종을 통한 항체 관리가 주효했다. 구제역이 발병하자 정부에서는 전국 단위 백신 접종을 단행하면서 지속적으로 항체를 모니터링했다. AI의 경우 주요 전파 원인으로 꼽히는 오리 사육 제한이 실효를 거두고 있다고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경우 지난해 ASF가 국내에 상륙했을 당시 국내 양돈산업을 붕괴시킬 수 있는 질병으로 판단하고 대통령까지 나서 방역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ASF의 경우는 초유의 사태죠. 모든 부처가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고, 매일같이 ASF 점검회의가 개최되면서 전쟁터를 방불케 했습니다. ASF에 대한 경험이 없다 보니 농가들조차 공포에 떨었죠. 경기 북부지역의 과감한 살처분이 가능했던 점은 방역을 대하는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와 한돈 농가들의 협조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가축 질병의 후유증은 심각하다. 개인의 사유재산을 방역이라는 명목으로 살처분하기 때문에 농가들의 반발이 만만찮다. 농가들에게 가축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히 돈과 수치로 표현되지 않는다. 

"축산 농가들이 가장 싫어하는 부처가 방역국이죠. 이해는 합니다. 규제만 한다고 하니 농가들 입장에서는 답답한 면이 많죠. 현장에 급파된 적이 있었는데 다음 날 살처분을 기다리는 농가가 돼지에게 사료를 먹이고 있더라고요. 배라도 든든하게 하고 싶어서라는 이유를 듣고 농가들이 가축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했죠." 

박 사무관은 정부에서 농가들을 보듬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축전염병으로 인해 피해를 본 농가들에게 충분한 보상금이 지급돼야 하지만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원칙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농가 지원을 위해 기획재정부와 보상금의 범위와 폭을 협의하는 일도 담당하고 있다.  

그는 축산 농민들의 방역 의식 고취와 정부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내 축산환경 구조상 질병이 파고들 수 있는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방역보다는 농가 스스로 방역에 힘쓰고 정부에서 측면 지원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축산업이 발전한 만큼 방역 의식도 높아져야 하죠. 농식품부는 농민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파트너로서 청정 축산으로 나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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