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로나19·자연재해 계속된 위기, 식량 안보를 생각할 때
[사설] 코로나19·자연재해 계속된 위기, 식량 안보를 생각할 때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0.08.21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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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확산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한동안 두 자릿수 언저리를 넘나들던 코로나 확진자 수는 순식간에 수 십 배로 불어나면서 대한민국을 집어삼키는 형국이다. 수마가 휩쓸고 간 농촌은 재정비도 끝내지 못한 채 다시 코로나로 공포에 휩싸였다.

질병과 자연재해는 인간의 예측을 뛰어넘는다는 점에서 큰 피해를 끼친다. 특히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혼돈은 예상치 못한 균열을 만든다는 점에서 효율적인 대응조차 버겁게 한다. 중국에서 최초 발생했을 때만 해도 코로나 이후의 세상은 어느 누구도 상상조차 못했다.

마스크 쓴 모습이 자연스럽고 비대면 거래가 일상이 되는 세상은 흔한 풍경처럼 변했으며, 마스크 산업이 때아닌 전성기를 누리고 온라인 거래로 빠르게 무게 중심이 옮겨가는 경제 또한 전문가들조차 예측하지 못했다. 계속되는 변이와 카멜레온처럼 탈바꿈하는 질병은 앞으로도 여전히 예측 불가의 영역으로 남을 것이라는 점에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기후변화도 마찬가지다. 기후변화가 촉발한 대규모 홍수로 온 나라가 쑥대밭이 됐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이 이상 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이로 인해 글로벌 경제 또한 출렁이고 있다. 과학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했다 해도 날씨에 대한 예측은 여전히 인류에게 어려운 숙제다.

코로나와 자연재해가 인류에게 일깨워준 사실도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불안전성이다. 예측불가 세상이 촉발한 공포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여전히 안전하지 않다'는 시그널을 주고 있다. 위기가 찾아오면 사람들은 자신의 곳간부터 채우고 상품 거래에 인색해진다. 코로나로 마스크가 부족해지자 각국에서 마스크 수출을 금지한 예가 대표적이다.

극단적인 신자유주의자들이 꿈꾸는 국가 간 장벽 '제로'는 찾아볼 수 없게 됐고, 오히려 무역 장벽을 높이고 있는 게 최근 글로벌 경제의 민낯이다. 자유무역과 국제적 분업이라는 산물을 낳은 신자유주의의 위기를 팬데믹으로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마스크 하나로도 온 나라라 들썩였던 것을 보면 식량 위기가 촉발하는 혼돈은 상상조차 어렵다. WTO, FTA, TPP 등 개방화 시대 '수입해 먹으면 된다'는 논리는 각국의 위기 상황에서 전혀 통하지 않는 명제라는 점이 이번 위기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이다. 식량안보가 더욱 중요한 이유다.

농업계에서 끊임없이 외쳤던 식량 안보에 대해 정부는 더 이상 케케묵은 이슈로 치부하지 말아야 한다. 코로나와 자연재해로 우리가 학습한 사실은 아무리 철저한 대비와 정부 정책으로도 예상치 못한 위기가 닥친다는 사실이다. 지금부터라도 농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식량안보에 대해 다시 고민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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