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추락하는 농업 경제 지표, 농업의 펀더멘털 고민할 때
[사설] 추락하는 농업 경제 지표, 농업의 펀더멘털 고민할 때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0.09.04 12: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일, 한국은행에서 2020년 2/4분기 국민소득을 발표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 GDP는 1/4분기와 비교해 3.2%p 감소했다. 이 수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한파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 만큼 코로나19로 인해 수출이 크게 위축된 탓이다.

그중 농림어업 분야는 더욱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전 분기 대비 9.5%p 폭락한 것이다. 최근 5년간 수치를 살펴봐도 농림어업 분야의 규모가 이보다 더 가파르게 쪼그라든 적은 없었다. 그나마 수산업이 7%p 오르는 선방을 거둔 덕분에 두 자릿수 추락은 막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GDP란 기업과 가계, 정부 등 모든 경제 주체를 뭉뚱그려 창출한 부가가치 또는 최종 생산물을 시장가격으로 평가한 합계를 말한다. 일정 기간 동안 하나의 산업이 만든 세세한 지표가 모여 GDP를 만드는 것이다. 물론 GDP로 해당 산업의 흥망성쇠를 섣불리 재단할 수는 없지만 향후 산업을 전망하는 하나의 신호는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농업 분야의 앞날은 자못 심각해 보인다.

농촌경제연구원에서도 또 다른 지표를 내놨다. 지난해 농업 소득을 분석한 자료를 발표했는데 이 결과 또한 참담하다. 2019년 농가경제 실태와 시사점이라는 현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농업 소득은 전년과 비교해 20.6%나 후퇴했다. 총 농가 소득 중 순수 농업 소득 비중은 더 형편없어졌다. 2004년에 총 농가 소득 중 농업소득은 41.6%로 농외소득과 비견될 수 있을 만큼 정점을 찍었지만, 2019년에는 24.9%까지 쪼그라들었다.

이제 농업은 농사에서 얻는 수입보다 다른 곳에서 얻는 소득이 더 높은 셈이 됐다. 농민들은 본업보다 알바가 더 짭짤한 수익을 가져다준 꼴이다. 총 농가 소득 평균이 4,000만 원 정도니 농업에서 얻는 소득은 대략 800만 원 언저리가 된다는 뜻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농촌에 젊은 피가 모일 리 만무하다. 돈이 모여야 사람이 모이는데 농촌에 쌓이는 암울한 지표들은 농촌의 미래를 더 어둡게 한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암울한 지표의 내용까지 형편없다. 농업에서 얻는 소득 보다 임대나 부업으로 더 큰 소득을 올리는 상황은 자본이 소득을 끌어올리는 형국이 됐다. 소득만으로 자본을 쌓아가는 젊은이들이 농촌을 기피하는 이유다. 땅을 소유하지 않은 신규 창업농이나 청년 농부들의 유입이 안되는 근본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으로도 이 같은 상황은 좀처럼 개선될 여지가 없어 보인다. 기후변화와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등 농업 경제 앞에 있는 암초가 산적하지만, 이제라도 정부는 정치에 휘둘리지 않는 농업의 펀더멘털(Fundamental)을 건전하게 해야 하는 임무에 집중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이벤트성, 선심성 정책은 그만두고 근본적으로 농업의 기초체력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해법을 고민할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