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 하나 바꿨을 뿐인데" 한우 등급 훌쩍···"착한 사료 좋은 유통, 써보니 캬~"
"사료 하나 바꿨을 뿐인데" 한우 등급 훌쩍···"착한 사료 좋은 유통, 써보니 캬~"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0.09.14 0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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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협 사료연간 수백만 원 절약
협회 전용 직거래유통망 적극 활용
경매 수수료 없고 부산물도 제값
8마리 기준(한 차) 100만 원 이익


[농축유통신문 박현욱 기자] 

"다른 건 바꾸지 않았고요. 기존 타 업체 사료에서 전국한우협회 OEM사료로 바꿨거든요. 1포당 1,000~1,500원가량 저렴하다고 해서 써봤는데 소들도 잘 먹고, 등급 판정도 대략 한 등급 정도 올라선 게 체감이 되더라고요. 바꾸길 잘했구나 생각했어요."
 
전라북도 순창군 적성면에서 20년 이상 한우를 사육한 권광회 씨는 지난해 7월부터 협회 사료를 먹이기 시작했다. 2019년 한우협회에서 야심 차게 출시한 전국한우협회 OEM 사료는 시중 가격보다 싸지만 품질에서도 타 업체와 비교 시 손색이 없다는 평가에 사료를 바꾸는 모험을 한 것이다. 보통 한우 농가들은 기존 사료를 좀처럼 바꾸지 않는다. 사육 환경, 특히 사료와 같이 한우의 품질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변수가 변하면 소득과 직결되서다. 또한 외상거래를 많이 하는 탓에 현금 유동성에 목말라 있는 농가로서는 사료 선택에 대한 고민이 깊다.
 
"저 같은 경우는 외상거래를 하지 않아서 쉽게 결정할 수 있었어요. 모험심이 강하기도 하고요. 지난해 7월부터 다른 사육 환경은 변화를 주지 않고 사료 하나 바꿨죠. 보통 한우 출하 시 등급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데 1++등급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거든요. 먹이기 전과 먹인 후를 비교해 보니 확실히 등급이 올라섰더라고요."
 
권 씨가 제시한 수치는 놀라웠다. 비록 출하 두수는 많지 않았지만 사료를 먹이기 전인 2019년 1~4월(14마리)과 먹인 후인 2020년 1~4월(15마리) 출하한 한우의 등급 판정 통계에는 기존 한 마리도 찾아볼 수 없었던 1++ 등급에 7마리나 이름을 올렸다. 소들의 근내 지방 등급이 크게 높아진 덕택에 최종 등급이 상향 조정됐다는 게 권 씨의 설명.
 

권광회 씨의 2019년과 2020년 1~4월 출하 성적 비교.
권광회 씨의 2019년과 2020년 1~4월 출하 성적 비교.

"축산물품질평가원에서 등급 판정 체계를 개편해 등급이 향상됐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근내 지방 등급이 경계에서 조금 올라선 게 아니라 훌쩍 뛰어올라 큰 영향을 줬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소들도 사료를 바꾼 후 맛있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잘 먹는다는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식처럼 키우는 한우 눈빛만 봐도 알잖아요. 이놈들이 굉장히 잘 먹어요."
 
권 씨는 축산업계의 얼리어답터(제품이 출시될 때 가장 먼저 구입해 제품의 정보를 알려주는 성향을 가진 소비자 군)로 평가받는다. 새로운 제품을 사용하는 데 인색하지 않은 데다 대내외 환경 변화에 맞춰 과감한 결단을 내린다. 과거 홀스타인 젖소를 비육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권 씨는 사육 환경 변화로 송아지 70마리를 잃고 한우 사육으로 눈을 돌렸다. 이후 한우 번식을 주 종목으로 했지만 비육농가로 전향해 쏠쏠한 소득을 올리고 있다.
 
"농민이 가장 취약한 부분이 환경 변화를 두려워한다는 겁니다. 물론 변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나 있지만 시도조차 해보지 않는다면 그 자리에 계속 머무르는 것밖에 되지 않잖아요. 많은 경험을 축적하고 그 경험을 자산으로 만들어야 환경이 악화되더라도 척박한 환경에서도 적응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권 씨는 한우협회가 직거래유통망 사업을 시작할 때도 과감히 참여했다. 초기 사업은 검증이 되지 않아 리스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거래유통망의 장점만을 보고 선뜻 출하한 것이다. 2016년 협회에서 론칭한 직거래유통망은 초기 사업 진척이 쉽지 않았지만 권 씨와 같은 과감한 선택을 하는 농가들 덕에 지금은 협회 주요 사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제가 2017년부터 꾸준히 직거래유통망을 이용하고 있거든요. 한우 농민이 출하하고 싶어 하는 음성 공판장의 평균 가격을 준용해 주고 있어 일단 안심이고요. 소 부산물 가격도 음성 공판장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책정돼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이익을 봤으면 봤지."
 
직거래유통망을 운영하고 있는 한우협회는 농가들이 소득을 올리는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한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직거래유통망을 권장하지 않는다. 경매가 유리한 상위 랭크 농가에게는 농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만 제공한다. 박호경 직거래유통망 담당 대리는 "한번 직거래유통망을 이용해 본 농가들은 꾸준한 이용률을 보인다"면서 "한우 농민이라면 양대 명절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어 출하가 쉽지 않을 때 직거래유통망을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경매 수수료가 없다 보니 지금은 마리당 약 15만 원가량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 씨도 "명절 같은 출하 성수기에는 음성 공판장 냄새도 맡기 힘들잖아요. 저 같은 소규모 농가는 도축 스펙을 맞추기도 힘들고요. 직거래유통망은 언제라도 출하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도축 수수료도 10~15만 원가량 절약할 수 있어 한 차(8마리) 기준 100만 원 이상은 추가 수익이 된다"고 말했다.
 
직거래유통망은 농가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2016년 론칭한 해에 2,272두 실적을 거둔 이후 2017년 2,903두, 2018년 3,366,두 2019년 4,049두를 기록하면서 매년 성장세를 보여왔다. 올해는 9월 4일 기준 1,974두를 기록하고 있다.
 
"협회 OEM사료와 직거래유통망 2개를 모두 활용하는 농가가 드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한우 농민들 스스로 자신의 농장 특성에 맞게 잘 활용했으면 좋겠어요. 한우 농가 스스로 개척한 사업으로 사육 주권을 획득한다는 대의도 있잖아요. 두 사업이 안정적으로 안착되면 한우 농민에게 가장 이득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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